“민주노총 내 최대 금융 산별이 목표”
“민주노총 내 최대 금융 산별이 목표”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6.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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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못지않게 토종자본도 감시해야정보수집·분석력 바탕으로 정책 대안제시 주력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증권업노조협의회 소속 10개 사업장 중 5개 증권사(현대증권·대우증권·부국증권·서울증권·한국투자증권) 노조가 지난 8월 3일 산별노조인 민주금융노조를 결성했다.

조합원 4000여 명 규모로 출발한 민주금융노조의 출범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나돌았다. 2007년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처음으로 생긴 초기업단위의 복수노조인데다 사무금융연맹 내에 업종 산별인 증권노조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

내년 1월 대의원대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집행부의 수장을 맡은 현대증권노조 민경윤 위원장은 “조직논리, 정치논리를 거두고 순수한 시각으로 민주금융노조의 출발을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민 위원장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금융환경, 금융을 빼고는 어떤 사업도 되지 않는 경제환경 속에서 금융권 노조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늦은 출발이기는 하지만 민주노총 내의 최대 금융 산별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출범 배경을 놓고 추측도 전망도 많다. 특히 복수노조 허용을 앞둔 시점이어서 ‘신호탄’이라는 시선도 함께 받고 있다.

시점이 공교롭게 일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급조된 것은 아니다. 출발은 현재 사무금융연맹 체계를 좀 더 세분화해 업종 간 구분을 둘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사무직 노조의 중요성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직과 금융권은 역할이 다르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막론하고 금융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경제환경을 감안하면 그에 걸맞게 민주노총 내에서도 금융사업장을 조직했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조직논리, 정치논리 때문에 업종 간 경계를 두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것이 큰 문제다. 특히 금융권은 자본시장통합법이다 뭐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는데도 정치적 논리 때문에 분리시키지도 못하고, 금융권과 사무직이 서로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연대 속에서 풀자’고 하지만 연대를 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독자적으로 투쟁할 사안이 있는 것이다. 서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끌어안고만 있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업종 간 구분 때문이라면 기왕에 존재하는 증권노조로 결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증권업만 조직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간 몇 차례 인터뷰를 하면서 좋은 말만 했는데 오늘은 좀 싫은 소리도 해야겠다. 민주금융노조 출범을 두고 정치적 논리로 재단하면서 급조된 조직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우리는 작년부터 출범을 준비해 왔다.

복수노조 허용, 전임자 문제를 앞두고 노동계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이 산별노조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정답대로 산별로 간 것이다. 민주노총 지침대로 간 것이다. 민주노총이 6월에 산별전환 총투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상급단체에서는 어떤 지침도 없었다. 결국 민주노총 지침대로 산별로 전환한 5개 조직은 갈 곳이 없어져 버렸다. 준비하지 못한 자신들의 문제는 보지 못하고 우리를 급조된 조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금융권 전체를 가입 대상으로 한다지만 현재로서는 증권사 노조만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업종별 산별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그리고 있는 산별의 상이 무엇인가?

업종 산별은 분명히 아니다. 출발은 증권사 중심이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민주노총 내 최대 금융 산별이다. 금융업은 이미 업종 간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증권사도 이미 기업 대출 빼고는 은행과 다를 바가 없고 보험사, 증권사의 업무나 시장도 겹치는 영역이 상당히 많아졌다. 심지어 사용자들 스스로도 증권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아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 업종 산별은 더더욱 의미가 없다고 본다.

금융 산별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이 있다면 그 부분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다. 우리가 출범하면서 5개월짜리 단기 위원장을 추대한 것도 향후 조직이 확대되고 안정적인 기반이 마련되면 그에 맞는 위원장을 새로 선출하자는 생각 때문이다.

출범식에서 자본시장통합법이나 금융시장개혁 정책에 대해 현재 노동계가 대응하고 있는 방식이 옳지 않다고 지적했는데?

물론 현재의 자본시장통합법이 아직도 고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노동계도 정부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정부도 한미 FTA를 앞두고 이미 상당수 개방이 된 금융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싶은 거다.

그러려면 덩치를 키우는 수밖에 없으니까 대형화 얘기를 하는 거고. 문제가 있다면 통합이든 합병이든 시장원리에 따라서 금융사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 맞는데 정부가 주도하려 든다는 것이다. 결국 또 관치금융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의도만 놓고 보자면 정부도 아주 불순한 의도로 출발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보험설계사 같은 특수고용직이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 그게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회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숙련도가 떨어지는 비전문가를 특수고용직이라는 형태로 마구 영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은행에서 50대 넘은 퇴직자들이 그나마 나름대로 전문성을 살려서 그런 일자리를 갖게 될 가능성을 놓고 본다면 그렇게 쉽게 옳다 그르다 할 문제는 아니다.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이미 금융시장에 제 2, 제 3의 ‘빅뱅’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자본에 참여하는 거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현재 현대증권노조가 회사 주식을 70만 주 정도 보유하고 있다. 노동조합비가 3만5천원쯤 되는데, 1800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거기에 5만원을 더 보태낸다. 그렇게 3년 동안 80조원 가까운 돈으로 노동조합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금융권에 보면 통폐합 반대다 합병 반대다 해서 투쟁이 많았지만 실제로 이걸 막아낼 수단을 가진 노조는 별로 없었다. 실제로 합병이나 구조조정 국면에서 우리사주조합이 결집해서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하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이 자기네 방식으로 투쟁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안 한다. 예를 들면 고발이나 주주 권리를 이용한 표 대결, 이런 걸 할 거라고는 생각 못하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이 하는 방식이라면 뭐든지 다 동원할 수 있다. 이것만큼 확실한 대안은 없다.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를 위해서는 상당히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전문성도 중요할 텐데?

중요한 지적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노조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
이번 서울증권 강찬수 회장 고발 건도 오랜 시간 데이터를 모으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데이터를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 노조 활동가들이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으면 노동운동하기가 훨씬 편하다.
지금 총연맹 단위도 보면 정보를 모으고 기록, 관리하는 데 별로 익숙하지가 않다. 나름대로 많이 오픈이 되어서 기업 재무제표부터 시작해서 채권 거래동향까지 알아내고자 하면 못 알아낼 것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민주금융노조가 이런 부분에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정보를 모아서 전략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년 1월 대의원대회에서 새 위원장을 선출하게 되어 있다. 5개월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일단 당면해 있는 서울증권 싸움이 최우선이다. 외국 투기자본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사실 토종자본이 하는 못된 짓은 많이 눈감아 줬다. 낙하산 인사나 금융감독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벌 등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 등에 대한 대안은 현재 금융권 노동계가 내놓고 있는 대안 중 수용할 것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우리도 대안이나 수정안을 내 놓을 계획이다. 그 외에는 민주금융노조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직정비를 하고 바탕을 잘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