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 사태, 가족들이 나섰다
풀무원 사태, 가족들이 나섰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5.12.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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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분회 가족대책위, “조속한 사태 해결을”
투쟁 장기화로 생계 곤란… 화물차 담보로 채권 발행
▲ 1일 오후, 풀무원분회 조합원 가족들이 '풀무원분회가족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우리 아빠를 일하게 해주세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본격적인 연말 시즌이 시작된 12월 첫 날,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조합원들의 가족들이 풀무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동에 나섰다. 이들의 소망은 하루라도 빨리 사태를 매듭지어 연말을 온 식구가 함께 보내는 것이다.

풀무원분회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는 1일 오후 서울 수서동 풀무원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풀무원 측에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동안 가족들 중 몇 명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풀무원분회 조합원 가족들, 눈물로 호소

조합원 김성기 씨의 부인 임옥빈 씨는 “지난 연말 남편이 상하차 작업을 하다 떨어져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는데, 산재는 고사하고 일을 못하게 됐다며 월대(운송료)도 안 줬다”고 증언했다. 임 씨는 “남편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바랐다”며 가족대책위 동참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조합원 이정수 씨의 부인 한미화 씨는 “아이들이 아빠 언제 오냐고 물어본다”면서, “3개월 동안 운송료를 받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파산에 몰렸다”고 말했다. 이어 “왜 가족들이 눈물로 호소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울먹였다.

현재 구속 중인 어느 조합원의 가족은 “건강을 위해 아이들에게 풀무원 제품을 먹인 것이 후회된다”며, “남은 가족들은 인내하며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다른 가족들도 “기왕 시작한 노종조합 활동이 잘 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가족대책위는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들이 이미지 좋은 기업에 다닌다고 믿었지만, 이번 파업을 거치면서 철저히 배신당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일 시킬 때는 가족이라더니 권리를 요구하자 바로 내쳤다”며, 가족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요구는 ‘밀린 월대 지급’과 ‘대화’

이들은 풀무원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즉시 대화에 나서달라고 사측에 촉구했다. 그리고 당장 밀린 8월분 유류대와 운송비를 지급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풀무원분회 조합원들과 가족들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원 가족은 생활비 대출을 받고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 임애라 가족대책위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성상영 syseong@laborplus.co.kr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임애라 가족대책위 대표는 남편의 노조 가입에 대해 “처음에는 당연히 만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차 파업 때 근무여건이나 월대가 오른 성과가 있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남편을 응원하게 됐다”고 답했다.

기자회견 종료 직후 본사 직원과 가족대책위 간 만남이 주선됐다. 가족들은 풀무원 측에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수 풀무원분회장은 화물연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달 중 화물차를 담보로 40여 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발행한 채권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판매하고, 조달된 금액은 파업 조합원의 가족 생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풀무원분회의 파업은 89일째, 국회 앞 고공농성은 70일째를 맞았다. 또, 이번 파업으로 전체 조합원 3분의 1에 달하는 9명이 구속됐다. 이들의 1차 공판은 오는 11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