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한가?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하는데 왜 가난한가?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5.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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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대 ‘자녀’, 40대 ‘지출과다’ 30대 ‘국가 전체’
빈곤의 원인 제각각,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해져
[사건] 빈곤의 원인

사는 것이 참 팍팍해지고 있다. 20대는 취직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30~40대는 밤낮 없는 일과 대출금 압박에 시달린다. 40대 중반이 지나면 지금까지 받아왔던 압박에 더해 ‘대체 언제 내 목에 퇴직·해고라는 칼날이 떨어질지’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노력과 고생을 해도 은퇴 이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빚이나 없으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사회로 나옴과 동시에 온갖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사람의 삶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민의 연속이다. 고민 없는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왜 열심히 일하는데 가난한가’

 ⓒ 참여와혁신 DB
60대, ‘자식이 돈 먹는 하마’

A씨는 올해 65세다. 10년 전, 한때 몸담았던 회사에서 정년퇴직할 당시에는 이 나이면 조용한 시골에 자리 잡아 농사지으면서 맘 편히 사는 꿈을 꿨었다. 하지만 지금 A씨는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래도 나름 회사 다닐 때는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나름 우리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이사까지 했다. 자식 셋도 다 연대 고대 보냈고 남부러울 게 없었다. 할거 다 했으니 이제 인생 재미나게 살아야겠다고 퇴직할 즈음에는 지방에 집 지을 땅보러 가는 재미에 살았다.”

하지만 은퇴계획은 그저 계획으로만 끝나버렸다. 자식들이 발목을 잡았다. 1년에 2천만 원이 넘는 대학 등록금은 아무리 예상했다고 하지만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집 지을 땅을 팔 수밖에 없었다.

“땅 팔고 그 돈으로 등록금을 이체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식들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내 노후를 포기한다는 것이 가슴 아팠다. 하지만 그건 시작이었다. 얼마 후 둘째가 결혼하겠다고 남자를 데려왔을 때 겉으로는 호기롭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속물같이 돈 생각부터 났다. 팔 거라고는 집밖에 없었고 더 작은 집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첫째도 결혼을 해야 했고 A씨는 또 집을 줄여야 했다. 남은 돈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셋째, 하지만 셋째마저 돈이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처음에 그냥 졸업하고 대기업이나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졸업할 때쯤 되니까 행정고시를 보고 싶다고 말하더라. 그냥 7급이나 9급 정도 보면 안 되겠냐고 했더니 또 무슨 명문대 나와서 자존심이 있는지 행정고시만 보겠다더라. 그래서 학원비에 방값에 생활비까지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돈을 대주고 있다. 이렇게 되니 우리 부부 생활비를 걱정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별수 없었다. 지금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고 경비원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A씨에게 60대에 있어 ‘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지’ 물어보자 청년 취업과 경제위기로 부모에게 자식이 너무 오래 기대는 사회가 되었다고 답했다.

“예전 같았으면 대학까지만 보내 놓으면 나머지는 착착 진행됐다. 부모들은 많은 돈을 부담하면서도 나중에 자식들이 잘 커서 다 보답해줄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청년들이 취업이 안 되니 부모를 떠날 수가 없고, 그 비용은 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부모가 아직 돈을 벌고 있다면 그나마 낫지만 은퇴하고 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가족 전체의 생활수준이 곤두박질친다. 200만 원이 안 되는 월급 받아서 집을 살 수 있나 차를 살 수 있나. 집세 등 생활비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비도 안 되고 모두들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만 찾아서 아귀다툼을 벌인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50대, ‘청년들 현실직시 못해’

B씨는 2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했다. 그리고 다니던 회사에 계약직으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B씨가 워커홀릭이라 일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일할 수 있고,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회사에서 내가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슷한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나도 30년 동안 일을 했고, 이제는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 버틸 수 있을 때 까지는 버티면서 돈을 벌고 싶다”

B씨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공무원인 친구라고 했다. 예전에 B씨가 취직할 당시, 공무원은 공부를 못하고 능력 안 되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공무원들을 무시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나고,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지금 친구들은 사무관 달고 지방에서 어깨에 힘주고 다닌다. 이번에 공무원 연금 깎인다고 하는데 자기네들은 별로 영향 받지 않는다더라. 지금은 왜 공무원을 안했을까 후회가 된다.”

B씨에게는 2명의 자식이 있다. 하지만 퇴근해 얼굴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친구네 아들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이것저것 하며 그 가운데도 아르바이트 하면서 자기 쓸 돈은 벌어서 쓴다는데 B씨의 자식들은 아무래도 모자라 보이는 것이다.

“지금 놀고 쉴 틈이 어디 있나.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취직할 생각만 해도 모자랄 판국에 TV나 보고 있고 그러면 화가 안 나겠나. 나 좋자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자식들 생각해서 쓴 소리 한번 하면 한 달은 말도 안한다. 진짜 갑갑할 따름이다”

B씨에게 ‘왜 열심히 일하는데 가난한지’물어보았다. B씨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정말로 열심히 산다면 가난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취업에 대해서도 B씨는 “지금도 정말 열심히 한 사람들은 대기업 들어가서 잘 산다. 환경을 탓할 시간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현실이 가난하고 문제가 있다면 남들 놀고 자고 먹는 시간에 노력해야 되는데 요즘 청년들은 그런 것이 없다. 그래놓고 나라가 이상하다는 소리를 하니 한심하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DB
40대, 들어가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많다

점심을 먹으러 회사를 나설 때 태양을 처음 본다는 C씨는 하루하루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팀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팀을 관리하다보니 이전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지고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감은 더 심해졌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업무 도중 쓰러진 적도 있었다. 과로로 인해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C씨는 그 다음날, 이전과 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진짜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팀에 내가 없으면 업무도 안 될 것이고 쓰러졌다는 소리가 퍼져서 위에 안 좋은 인상 심어주기도 싫었다. 주변에 승진 안 되는 동기들은 슬슬 나가라는 압박이 들어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여기서 한걸음이라도 미끄러지면 한없이 굴러 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C씨는 가정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회사에 목매어 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두 아이가 자라면서 더 좋은 교육이나 생활조건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C씨 혼자 일하는 상황에서는 또 빚을 내서 집을 옮겨야 했다. 또 아이들이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키우려니 교육비와 생활비가 많은 부담이 되었다.

“내가 속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할 때 힘들면 자식이나 아내 생각을 먼저 해야 하는데 쌓여있는 대출금부터 생각이 난다. 이걸 못 갚으면 우린 망한다는 마음이 나를 열심히 일하게 만들고 있다. 거기에 애들 교육비도 장난이 아니다. 한참 공부할 시기라 뒤처지면 안돼서 학원, 과외를 열심히 시키고 있다. 결국 다 돈이다”

C씨는 요즘 퇴직 이후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고민이 많다. 40대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잘 버텼지만 이제는 C씨 개인이 잘한다고 일을 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몇 년이 지나 자식들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계속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는 것이다.

“퇴직하고 다시 샐러리맨으로 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영업을 하자니 열에 아홉이 망한다는 얘기가 뉴스에서 나온다. 그래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C씨에게 가난에 대해 물었다. C씨는 버는 돈은 그대로인데 들어가는 돈은 점점 많아지는 현실이 문제라고 답했다.

“우리 월급이 오르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한 5년 전과 비교해보면 느낄 것이다. 하지만 연령을 떠나 5년 전에 비해 우리가 쓰는 돈은 어떤가. 모르긴 몰라도 임금이 오르는 속도에 비하면 몇 배는 빠르리라 생각한다. TV에서는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요소별로 다 따져보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다. 이 양상이 앞으로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점점 가난해지는 것이다”

2~30대, ‘헬조선’에서 ‘금수저’아니면 모두 밑바닥

29살 D씨는 취업준비생이다.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에 다녀올 때까지 가난과 고생이라는 말은 D씨와 상관없는 먼 이야기처럼 들렸다. 언제나 학교생활에 충실했고 다가올 취업에 대비해 방학 중에도 쉬는 시간 없이 스펙 쌓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취업은 그렇게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낸 이력서가 거짓말 조금 보태 한 천 장은 될 것 같다. 2~30장에 한번 꼴로 면접을 가지만 모두 떨어졌다. 3년 동안 하루에 4~5시간씩 자며 노력했지만 매번 공채기간이 지면 절망감만 남았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힘들다”

D씨는 야간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벌고 있다. 버는 돈이 얼마 없으니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중이다. 밥도 옷도 줄이고 줄이니 생활수준은 떨어진다. 친구들도 연례행사로 만난다. 이제 올해가 지나면 서른이 되는데 아직도 버는 돈 없이 집에서 밥만 축내는 것 같아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가족들은 언제나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준다. 자격지심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취업준비하면서 집에 빌붙어 있어 내가 더 부끄럽고 미안하다. 요즘에는 집에 들어오는 것조차 민망하다. 그래서 요즘은 집에 사람 없을 때만 들어가서 자고 나온다”

D씨에게 지금 우리나라는 요즘 말대로 ‘헬조선’이다. 헬조선 이야기를 했더니 ‘헬’과 ‘조선’은 동의어니 하나만 써야 어법에 맞단다. 시스템부터 사람까지,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요소가 끔찍하다고 한다.

“잘사는 놈은 더 잘살고 못하는 놈은 더 못살게 된다. 개천에서 용나는 일은 예전부터 드물었지만 이젠 거의 찾아볼 수도 없다. 계층이 완전히 굳어버린 것이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법과 정치는 오히려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시스템이 문제라면 사람들이 바로잡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자기 발에 채워진 족쇄나 자랑하면서 ‘저 놈을 속이고 뒤통수쳐서 내가 한발자국이라도 앞으로 가자’는 생각부터 한다. 다른 곳이 지옥이 아니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는 곳이 지옥이다”

D씨가 특히 분노하는 것은 현 상황과 청년층에 대한 장·노년층의 시선이다. 그들이 살던 시대의 낡은 시점으로 우리의 문제를 보고 있다고 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 중, 노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노력이 부족한가? 배고프게 살았던 것과 노력을 착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저축 열심히 하면 잘 살 수 있다? 은행이자가 20%를 넘나드는 시절을 살던 사람 이야기다. 왜 우리가 이렇게 힘든지,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그 현상이 아니라 지금은 전혀 맞지도 않는 예전의 경험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니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D씨에게 빈곤의 이유를 물었다. D씨는 한참 생각하더니 ‘전부 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느 하나로 이유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대한민국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이나 저성장, 노동문제 같은 것들의 원인이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온갖 부조리와 취약점들이 모여 그러한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모든 것이 문제이니 어디 한군데를 고쳐서 되리라곤 생각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뒤집어져야 개혁이 가능하다. 젊은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보면 ‘우리나라는 전쟁이라도 다시 한 번 나지 않는 이상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고까지 이야기한다”

 ⓒ 참여와혁신 DB
제각기 다른 고민, 세대간 갈등도 심화

한 사람의 이야기와 경험을 가지고 그 세대의 이야기로 일반화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분명 그 세대의 삶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각 세대가 위기로 뽑은 요인들은 청년 실업, 비정규직, 성장 저하 등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이 원인들을 대하는 자세들은 모두 달랐다. 특히 청년층과 노년층간 불신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청년들은 2포, 3포 세대를 넘어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가 되었고 사회에 대한 절망과 냉소만이 남았다. 40대는 과도한 업무와 생활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50~60대는 퇴직 이후 생활과 자녀 생활부담까지 짊어지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생활과 노동이 어렵다보니 전반적인 삶의 질도 추락하고 있다. OECD가 10월에 발표한 ‘삶의 질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삶 만족도 순위가 전체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타임을 말하며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한지도 이제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노동개혁이 ‘개혁’이 될지 ‘개악’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골든타임’이 9부 능선을 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