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한민국 노동시장, 곳곳이 적신호
2015 대한민국 노동시장, 곳곳이 적신호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무나 유연한 노동시장, 안정성·불평등 최악
정부 정책 비판하지만 개혁 방향 ‘제각각’
[사건]2015 한국의 노동시장

2015년 대한민국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금수저, 헬조선이란 신조어로 나타나는 부의 계급화부터 최저임금 논란과 제조업의 위기,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2015년의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청년과 노인, 서울과 지방, 제조업과 금융업, 대한민국 전체가 일하는 문제, 먹고 사는 문제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대한민국을 돌아볼만한 통계가 나왔다. 수치와 그래프로 나타나 있을 뿐이지만 어느 유명 작가가 쓴 공포소설보다 우리 등골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 자료: OECD. Stats,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재인용
일자리, 늦게 들어가 오래 일한다

15세에서 64세까지 고용률에서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 65.4%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09년 62.9%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OECD 평균인 66.9%와는 1.5% 차이가 나 34개국 중 20위다. 평균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문제점이 보인다. 남성 고용률은 75.5%로 OECD 평균(72.8%)를 상회(34개국 중 14위)하고 있지만 여성 고용률은 54.9%로 27위이며 평균(61.1%)과 6.2%가 차이난다. 남녀 고용률 차이(20.8%)는 OECD 4위에 해당한다.

연령별 고용률에서도 차이는 심각하다. 특히 청년 고용률(15~29세)은 40.7%에 불과해 거의 바닥인 29번째이고 평균(50.4%)에 비해 9.7%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년 고용률(30~54세) 역시 76.7%로 OECD 평균(79.4%)에 비해 낮은데 중년 고용률은 34개국 중 19개국에서 80%가 넘는 것을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대한민국의 장년 고용률(65.6%)는 오히려 OECD 평균(56.0%)을 9.6%나 상회하는데(OECD 7위) 우리나라보다 장년 고용률이 높은 나라(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위스 등)에 비해 고용의 질이 높지 않아 노인빈곤의 문제가 이미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퇴연령 역시 노인빈곤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늦은 축에 속했다. 2007~2012년 남성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로 멕시코의 72세에 이어 34개국 중 2위이며, OECD 평균(64.2세)와 6.9세 차이가 난다. 여성의 경우 역시 평균 69.8세로 칠레의 70세에 이어 두 번째(OECD 평균: 63.1세, 6.7세 차이)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장시간 노동 문제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임금근로자 연간 근로시간은 2014년 기준 2,057시간이다. OECD 26개국 중 3위(1위: 멕시코, 2위: 칠레)이며 평균 근로시간인 1,706시간과 351시간이나 차이나고 가장 적게 일하는 독일 노동자(1,302시간)에 비해서는 755시간이나 더 일했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를 합친 전체 취업시간은 2,124시간으로 2위(1위: 멕시코)이다.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프랑스: 1,473, 덴마크: 1,436, 노르웨이: 1,427, 네덜란드: 1,425 독일: 1371)들은 1,500시간을 채 넘지 않았다.

결국 통계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창 일해야 하는 청년 시기에 한정된 일자리를 가지고 남녀 간, 세대 간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일을 하게 되더라도 나이 들어 은퇴할 연령이 넘어서까지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다보니 노동생산성이 높을 리 없다.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 6만 2천 달러로 OECD 34개국(평균 7만 1천 달러) 중 22위에 그쳤다. 한 시간 기준 노동생산성은 30 달러인데 OECD평균 41 달러에 11 달러 모자라는 수치(25위)다.

특이한 점은 산업부문별 노동생산성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11만 달러로 26개국 중 3위에 이르는데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4만 7천 달러로 26개국 중 21위다. 서비스업이 미래 성장동력이고 제조업이 한계를 보인다고 하지만 이 통계는 박근혜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제조업 구조조정이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분야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능하게 한다.

▲ 자료: OECD. Stats,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재인용
노동 유연화? 너무 유연해서 문제

고용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통계자료는 우울한 수치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의 근속기간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다. 2014년 우리나라 노동자의 근속기간은 5.6년으로 관련 통계가 발표되는 26개 중 가장 짧은 것으로(OECD 평균: 9.5년) 나타났다.

가장 긴 이탈리아의 12.2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우리나라 바로 위에 있는 덴마크조차 근속기간이 7.6년에 달했다. 근속기간별 근로자 분포에서 우리나라는 근속기간 1년 미만자의 비중이 31.9%로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으며 10년 이상 근속자의 비중 역시 20.1%로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사업장별 근로자 분포에서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1년 미만 노동자의 비중이 34.7%나 되어 중소기업의 유연성이 지나치게 크고 대기업의 고용안정이 그나마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연성을 알아볼 수 있는 다른 지표인 임시직 노동자의 비중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임금근로자 대비 임시직근로자(기간제, 단기기대, 파견, 일일근로 합산) 비중은 21.7%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 29개국 중 5번째(평균: 13.9%)에 이른다. 고용안정성과 더불어 노동의 질마저 나쁜 것이다.

임금과 사회보장기금, 연금기금 등을 포함해 전일제 상용근로자 1인을 기준으로 하는 피용자보수는 근로자의 임금수준과 근로조건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준다. 우리나라의 피용자보수는 3만 2천 달러로 30개국 중 21번째(OECD 평균: 4만 5천 달러)였다. 특히 사회보장기금이나 연금기금 등 각종 기금은 국가 격차를 벌리는 주요 원인이었다. 우리나라의 피용자보수는 1위인 스위스(9만 5천 달러)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동조합의 조합 가입률 역시 현저하게 낮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노동조합 가입률은 9.9%로 나타났는데 OECD 평균인 29.1%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로 전체 29개국 중 26번째다. 특히 1위인 아이슬란드는 83%, 핀란드 69%로 우리나라의 7~8배에 이르고 옆 나라인 일본도 18%에 달하고 있어 노동조합의 입지가 점차 작아지고 고립화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통계를 종합해 보면 OECD 1위인 짧은 근속기간, 특히 중소기업의 1년 미만 노동자들이 큰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의 조직률, 가입률이 극도로 저조한 가운데 이들의 고용안정을 지켜주기 어렵고, 퇴직자들이 다시 직장을 찾는 탐색기간 동안 각종 지원 등 사회보장도 다른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한 해법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오히려 노동이 너무 유연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 자료: OECD. Stats,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재인용
오늘도 멀어지고 있는 빈부격차

분배지표 역시 적신호가 들어와 있다. 국민소득(피용자보수+영업잉여)에서 노동소득(피용자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경제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이익 가운데 노동자가 가져가는 금액의 비중을 나타낸다.

2013 대한민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61.7%로 OECD 26개국 중 19번째다. 기업의 임금 분배의 문제도 낮은 분배율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기업에서 퇴직 이후 생계형 자영업자가 다른 국가보다 많은 것이 분배율을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에 실질 구매력 환율을 고려해 변환한 2014 실질 최저임금에서 우리나라는 연간 15,242달러(약 1,780만 원)로 OECD 25개국 평균인 14,200달러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11위) 이는 일본(15,175달러)이나 미국(15,080달러)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평균임금과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수준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2014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5.1%로 OECD 평균(38.9%)에 3.8% 모자라며, 이는 25개국 중 28위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도 44.2%로 평균(49.4%)에 5.2% 모자라는 17위였다.

그러한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위임금 2/3 미만을 받는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3.9%나 되는데 이는 OECD 20개국 중 미국(25.3%)에 이은 2위다. 특히 2011년까지 줄어들던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임금분포를 십분위로(소득이 낮은 쪽부터 D1~D9) 나눠 고소득 노동자의 임금(D9)과 저소득 노동자 임금(D1)의 배율을 비교한 임금 10분위수 배율에서 우리나라는 4.6이 나와 5.2인 미국에 이어 OECD 23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특히 그래프 상으로 미국과 우리나라가 급격한 상승을 보여주는데 반해 나머지 국가들은 완만한 곡선을 보여 우리나라와 미국의 소득불평등 문제가 크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있다.

성별 임금격차도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남성 중위임금과 여성 중위임금의 차이로 나타나는 임금격차에서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36.3으로 압도적 1위(2위 일본: 26.5, OECD 22개국 평균: 14.5)를 차지했는데 이는 남성 임금이 100이라면 여성 임금이 63.7이라는 의미다. 특히 우리와 많은 차이가 나지 않던 일본이 근 5년 사이에 남녀 임금차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문제점이 크게 드러난다.

통계를 종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여성과 남성의 임금차가 크게 차이나고 있다. 최저임금의 수준도 중위임금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커 결국 소득불균형이 커지고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자료: OECD. Stats,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서 재인용
이중구조 개선, 올바른 방향은 어느 쪽?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지표는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통계를 종합해 볼 때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가 원인이 되어 일자리의 격차, 소득의 불균형 등의 문제가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있다.

이미 이러한 연결고리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고 위기 신호는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은 이미 2015년에 3,000여명 이상의 인원들을 구조조정한데 이어 2016년에도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 보험업계는 더욱 심하다. 증권업계는 지난 2년간 6,000여명 이상의 인원을 솎아냈다. 금융권 뿐 아니라 조선, 건설 등도 2016년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 특히 최근 있었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 직원 희망퇴직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정부도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개선의 골든타임을 외치며 정책을 수립하고 작년부터 노사정위원회를 가동해 이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을 합의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문제 해결 방향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크게 보면 ‘노동시장의 유연화’로 나타낼 수 있다. 대부분의 정책 방향이 ‘능력과 성과’를 강조하며 경직성과 과보호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계 역시 정부 입장과 같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2016년 신년사에서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강조하며 ‘노력과 성과에 부응하는 노동시장’으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해 쉬운 해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조류는 다르다.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최저임금과 고용수준을 대폭 올리는 등 전체 소득 증대를 통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ILO, IMF, OECD 역시 소득불평등 해소와 포용적 성장에 동의를 표한바 있다. 살펴본 통계지표 역시 고용유연화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과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 등 일부 정치인들은 소득주도형 성장이 임금인상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기업 강제 수단이 없고 우리나라에 특히 많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을 하며 분배를 제도로 강제하는 ‘공정성장론’을 들고 나온 상태다. 정부 정책 방향을 비판하지만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향 역시 제각기 다른 것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혁의 골든타임은 선을 넘기 직전이다. 하지만 우리가 잘못된 선택으로 낭떠러지에 떨어지지는 않을지, 안전한 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은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