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움직이는 건 채찍이 아니라 기수의 마음
말을 움직이는 건 채찍이 아니라 기수의 마음
  • 최영순
  • 승인 2006.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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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으로 달콤함 한 스푼, 진한 우정에 눈물도 한 스푼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매년 복날이면 어김없이 불붙는 보신탕 논쟁, 그리고 최근 피서지에의 애완동물 출입금지 논쟁.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족처럼 개를 길러온 우리 민족이고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요즘이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논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자녀들의 정서를 위해 동물을 기른다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또, 외로운 노년을 함께 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과 달리 스크린에서 동물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동물이 주연을 맡아 열연한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껏해야 광고 정도에 출연할 뿐 영화에 동물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기시되어 오다시피 하였습니다. 물론 흥행과 연관시킨 계산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06년 여름, 충무로의 금기를 깨고 제주도의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한편의 영화가 등장하여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데, 바로 <각설탕>입니다.

 

엄마 대신 말과 사랑을 나눈 소녀

<각설탕>은 기수가 되고 싶은 소녀와 말의 교감을 그린 영화입니다.
제주도 목장주의 딸로 태어난 시은(임수정 분)은 낙마로 돌아가신 엄마가 가장 아꼈다는 말 장군이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장군이는 새끼 천둥이를 낳다 그만 죽게 되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장군이와의 이별이 그녀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말 때문에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말에 대한 딸의 애착과 기수가 되겠다는 꿈을 못마땅해 하다 천둥이를 내다 팔게 되고 시은은 결국 집을 나가게 됩니다.


몇 년 후 기수가 된 시은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천둥이와 감격의 재회를 하면서 둘은 최고의 경주마와 기수가 되기 위한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제목의 ‘각설탕’은 실제 경마에서 기수들이 경주마들에게 주는 특별간식이라고 합니다. 2분 내외의 경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경주마들의 힘찬 몸짓을 보노라면 ‘베팅’이라는 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를 느낄 때도 있고, 인간과 동물이 하나가 되는 유일한 스포츠인 승마가 가슴으로 연결된 끈끈한 고리가 없다면 단순한 파트너십만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 영화 <각설탕>

 

시원한 초원으로 가족나들이 어때요?

경마가 등장하는 영화이니만큼 영화 <각설탕>은 마사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생동감 넘치는 경마 장면을 본 마사회 측에서도 매우 흡족해 했다는 후문이고요.


우리나라에서 경마는 마사회에서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 해 경마장을 찾는 인구가 프로야구장을 찾는 인구보다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간혹 베팅에 거액을 탕진한 사람들의 비애가 보도되기도 하지만 주말 나들이 삼아 가족과, 혹은 연인과 함께 경마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이번 주말, 꼭 말이 있는 경마장이 아니더라도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는 마음에 푸른 초원이 있는 가까운 교외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가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