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경찰 조사받던 30대 노동자 자살
철도경찰 조사받던 30대 노동자 자살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2.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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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불명’ 사건 6개월 뒤 ‘약물조사’ 파문
유족·철도노조 “강압수사로 심리적 압박”
▲ 설 연휴를 앞둔 지난 6일 낮 서울 동대문구 한 오피스텔에서 청량리역 수송원으로 일하던 백 모 씨(33)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철도노조는 11일 오전 서울지방철도경찰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차 처벌을 촉구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청량리역에서 수송원으로 근무하던 백 모(33) 씨가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한 오피스텔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백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백 씨는 지난해 8월 발생한 청량리역 화물열차 분리사고와 관련해 최근까지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의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 김영훈)은 11일 오전 서울지방철도경찰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종결 6개월 만에 담당자가 바뀌었다며 재조사를 하는 등 무리한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당시 사고가)고인의 책임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재수사를 한다는 철도경찰은 무엇이 알고 싶은 거냐”면서 “권력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사고에 관해 철도노조 측은 지난해 8월 1일 청량리역 구내에서 입환 중인 기관차가 화차와 분리되는 사고가 있었으며, 인명피해나 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미한 사고였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에 따르면 철도공사에서 1차로 내부 조사를 벌였으나 사고 원인을 찾지 못해 원인불명으로 처리됐다.

그럼에도 철도경찰이 사고 6개월 뒤인 올해 1월 23일 백 씨를 다시 불러내 재조사를 진행하며 약물검사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백 씨는 23일 철도경찰의 재조사 후 몸이 안 좋다며 병가를 냈다. 그는 2월 6일 출근하기로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고, 부모에 의해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철도경찰 측은 형법 제186조(기차, 선박 등의 교통방해)와 제189조(과실, 업무상 과실, 중과실)에 따라 ‘업무상 과실에 의한 기차 교통방해죄’를 적용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힘들고 외롭다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결과 고인의 컴퓨터에서 ‘교통방해죄’, ‘철도경찰’, ‘변호사 사무소’ 등의 단어를 검색한 기록이 발견됐다.

허병권 철도노조 운전국장은 “여태껏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에만 관련자를 형사 처분해 왔음에도 막무가내로 철도종사자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철도경찰 측을 비판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이번 사건에 관해 산재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국토부에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