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대 지침 시험대, 저성과자 프로그램
정부 2대 지침 시험대, 저성과자 프로그램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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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성과 높이는 기회 vs. 노동자 퇴출 압박 도구
금융권 노동자들 시큰둥, 법적·물리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사건]저성과자 프로그램 논란

현재 정부의 노동개혁의 내용 중 가장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분은 정부의 2대 행정지침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반해고의 경우, 정부는 “근로계약의 본질상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의 경우는 근로제공 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이는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하며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주의가 진즉 도입된 제2금융권에서는 어느 정도 저성과자 해고가 일상화 되어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직무 향상 프로그램이 실제로는 저성과자를 잘라내기 위한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대신증권, 창조컨설팅 통한 저성과자 프로그램 가동

2011년, 대신증권은 노조파괴로 악명을 떨쳤던 창조컨설팅에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개발을 의뢰했다. 창조컨설팅이 대신증권에 제출한 용역 보고서에서는 “설계는 육성이나 목표는 퇴출인 상시적 구조조정프로그램”이라고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더불어 창조컨설팅은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전제조건으로 취업규칙과 인사규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후 대신증권은 취업규칙 중 퇴직 조항을 변경하고 인사규정에 교육훈련 조항과 퇴직 조항을 신설·변경하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에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이전이라 이러한 개정작업은 직원들의 저항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변경된 조항에 따르면 대기발령을 받은 자는 교육훈련이나 별도의 과제를 부여하고 대기발령자에게 명령휴직을 내릴 수 있으며 명령휴직 만료 이후에도 복직명령을 받지 못한다면 자연퇴직된다.

이렇게 사전 작업이 끝난 이후, 2012년부터 대신증권은 본격적으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에 시동을 걸었다. 프로그램의 교육 내용은 창조컨설팅의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보고서에서는 프로그램을 ▲외부적으로 저성과자 역량교육 프로그램으로 설계하되 내부적으로 어려운 과제를 부여, 잔류의지를 없앰 ▲단계별 급여삭감, 신분변동, 교육 업무 부여를 통한 잔류욕구 상실 ▲최종적으로 자연퇴직하게 설계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남현 대신증권지부장은 당시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역량개발부 팀장이었다. 이 지부장은 역량개발부의 주요 업무는 교육대상자에게 과제를 주고 지속적으로 면담을 통해 프로그램 이수자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고 말한다.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한 직원이 진술한 교육 내용 역시 이러한 주장과 일치한다.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면 영업점과 본사를 오가도록 보직을 변경하고 괴롭힘이 시작된다. 50이 넘고 25년간 회사에서 일한 사람에게 산 정상에서 인증사진 찍어 확인 맡기, 외부에서 명함 10장 받기, 전단지 배포 등 일과 전혀 상관없는 것을 수행하도록 해 모욕감을 줘 퇴사를 유도했다. 프로그램 이수 조건인 80%의 목표달성치 역시 전체 영업점에서 최상위 실적자만 달성할 수 있는 현실성 없는 수치다. 마지막 3단계에 이르면 아예 현업에서 배제된다.”

대신증권은 2012년부터 노조가 설립된 2014년 초까지 이러한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100여 명 이상의 직원들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3단계에 걸친 프로그램에서 끝까지 버텼던 일부 직원들은 자연퇴직처리돼 3개월 치 월급만 받은 채 퇴사했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ODS 들어가서 버틸 수 있겠어?”

HMC투자증권 역시 퇴출 프로그램으로 인해 큰 문제를 겪고 있다. 2014년 4월에 설립된 HMC노동조합은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사측이 명예훼손으로 지부장을 고소하는 등 노사 간 관계가 좋지 않았다.

HMC투자증권의 경우 아웃도어세일즈(이하 ODS)부서의 운영을 통한 퇴직압박이 문제가 되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늘고 있는 추세인 ODS는 태블릿 PC 등을 이용해 현장에서 전자영업을 수행하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HMC 투자증권의 경우 이러한 ODS부서를 희망퇴직 압박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2014년 희망퇴직을 받으며 계속 전화와 면담을 해 “ODS 들어가면 버틸 수 있겠냐”, “태블릿 PC 하나 주고 뺑뺑이 돌린다”며 사직서 작성을 강요했고 원래 170명 정도 신청했던 희망퇴직자 인원이 약 250명 선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4년 9월에 만들어진 ODS부서 대상자 88명 중 20명은 희망퇴직 거부자, 20명 중 17명은 노조 조합원이었다. 노명래 HMC투자증권지부장은 “8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교육하고 차별한다. 월 30포인트라는 할당량은 신규계좌를 개설하는 것으로 쌓이는데 달성하기 거의 불가능한 수치다. 기존 실적은 따로다. 신규계좌를 만드는 데만 신경을 쓰면 실적을 채울 수 없다. 한 여직원은 타 직원들보다 월등한 실적을 냈는데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또 6개월마다 평가를 해서 등급이 낮으면 대기발령 대상자로 분류된다. 결국 사람을 나가게 하는 구조다”라고 말한다.

서울지노위는 2014년 12월, 이러한 ODS부서 운영에 대해 “ODS부서를 희망자 신청도 받지 않고 저성과자로만 구성하여 적극적 의미의 업무상 필요성이 없었던 점, ODS 발령자들이 ODS업무 외에도 일반 영업직원처럼 종래의 영업을 계속해 기존 영업직군과 차별성이 없었던 점에서 업무상 필요성이 부인되고 OSD 88명 중 20명을 선정한 근거가 주관적이고 당사자 협의 등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들어 부당배치전환으로 보았다.

또 “사측에서 노조설립시부터 교섭을 해태해오며 전임자를 인정하지 않아 영업·노조활동을 병행하고 휴가를 사용해 교섭 및 노조활동을 진행해 실적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던 점, 핵심 노조간부 전원이 ODS에 포함된 점, 수차례 집회를 통해 강성조합원들에 대한 인적사항을 사측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점, ODS발령자보다 더 실적이 저하된 자들이 배치전환되지 않은 이유를 사측이 해명하지 못하는 점”에서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서울지노위의 결정에 이어 중앙지노위는 2015년 3월, 부당배치는 아니지만 부당노동행위는 맞다고 판정했다. 이와 같은 결정에 불복해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11월 24일, 저성과자의 ODS 부서 배치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HMC투자증권은 외부 고객을 상대로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목표로 하는 ODS 조직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었다”, “성과가 저조한 직원들을 이 부서에 배치하는 것 또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ODS로 발령받은 직원들이 급여 상 불이익을 받거나 근무 환경이 지나치게 열악해졌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ODS 배치로 노조 활동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도 없다”며 직원들이 ODS부서 인사발령으로 받는 불이익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한 상태다. 노조는 “ODS부서 직원 9명 중 3명이 이미 퇴사를 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직원이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끝까지 진실과 정의를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성과 향상에 도움 안되는 ‘리챌린징 프로그램’

KB손해보험 역시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6월 LIG그룹에서 KB금융지주로 인수된 후, KB손해보험은 ‘손해보험업계 2위 도약’을 목표로 업무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10월 중순부터 역량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육 대상자는 회사의 역량평가에서 4년 동안 누적 C·D등급을 받은 직원, 직원 간 다면평가 하위 20%에 속하는 직원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2개월 동안 기존 업무에 더해 역량향상 교육을 실시한 뒤 정기적 시험에서 80점 이하를 두 번 받으면 재시험 혹은 징계를 받는다. 

리챌린징 교육은 LIG손해보험 시절에도 존재했지만 존재의미가 없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KB지주로 인수된 이후 다시 부활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인수 이후 구조조정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직원들에게 리챌린징 프로그램은 큰 부담이 되었고 결국 영업과 보상업무에 있던 20여명의 대상자 가운데 2명이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고 전했다.

노조가 결의대회를 열고 투쟁에 나서자 리챌린징 프로그램은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찍퇴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박태완 KB손해보험지부장은 “온라인으로만 교육을 하고 교재도 없이 계속 전산을 누르게 하거나 하루마다 평가를 따로 하게 하는 방식”이라며 “이 과정이 실제로 직무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과정이 직원들을 괴롭혀서 그만두게 만드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KB손해보험은 2014 임단협에서 KB금융지주로의 인수 후 5년 동안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시 노조와 합의하는 내용의 고용안정협약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인한 자진퇴사는 논외가 될 수도 있다. 회사가 효율 극대화를 위해서 노조가 반대하는 구조조정 대신 리챌린징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반응 ‘시큰둥’, 노동계 전방향적 연구 필요

노동계는 이러한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은 근로조건을 변경시키는 행위로 실시하려면 취업규칙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은 ‘저성과자의 능력 향상을 위한 것’이라며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위의 3가지 의심 사례에서도 사측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저성과자에게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개발하고 성과를 향상시키려는 계획의 일환”이라는 공통된 내용의 해명을 내놓았다.

사실 HMC투자증권의 사례와 같이 이러한 프로그램의 운용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을 경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확정 발표한 일반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이 실질적으로 사업장에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의 시행에 걸림돌은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노동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조합이 단순히 물리적인 투쟁과 법률적 대응에서 벗어나 기업의 ‘저성과자에 대한 교육에도 불구하고 성과의 향상이 없다면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 대한 전방향적인 연구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 말한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저성과자의 직무능력을 제대로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방안을 요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이 금융권을 넘어 일반 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제2금융권 노동자들은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성과주의 문화와 자유로운 고용계약이 이전부터 일반화된 증권사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저성과자 프로그램의 존재가 큰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증권사 직원은 “원래부터 기업은 지속적으로 인력을 감축해오고 있다. 증권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퇴직이나 이직을 그리 생소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희망퇴직으로 나갈 사람들을 1차적으로 걸러내고 안 나가는 사람들은 어차피 성과급이 임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남들 실적 쌓아서 7~800 가져가는데 자신은 2~300 가져가면 그 속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차피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은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있는데 굳이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만 심고 노조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희망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라면 회사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점점 늘어나는 계약직 직원들의 비중도 이러한 반응이 나오게 하는 원인이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보험업계, 카드사 같은 경우도 이전부터 정규직 비중을 줄이고 남는 자리를 계약직으로 채워오고 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증권사의 경우 계약직으로 재계약하는 것을 전제로 희망퇴직을 받는 경우가 많다. 노조에 속해있는 기업들은 단협을 통해 고용불안을 어느정도 막아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고용노동부의 2대 지침을 막아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