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 붐
리메이크 붐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3.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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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바람이 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역시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유행에 민감한 대중문화라고 생각됩니다. 음악이나 영화처럼 가장 소비층이 큰 영역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리메이크 붐은,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기엔 이미 고유의 영역을 충분히 점유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영어인 ‘리메이크’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자리 잡기 이전에도 분명, 리메이크는 많았습니다. 원작의 내용이나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시대나 풍토에 맞게 바꾸어 고친다는 의미의 ‘번안(飜案)’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요즘에는 잘 쓰이지 않게 되었죠. 판각본을 거듭 펴내는 경우에 원형을 모방하여 다시 판각한다는 뜻인 ‘복각(覆刻)’이란 표현도 드물어졌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리메이크된 결과물은 쉽게 비교의 대상이 됩니다. 원작, 혹은 영감을 얻은 이전의 작품들과 비교하기 좋지요. 원작의 가치를 뛰어넘었는지 여부도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됩니다.

리메이크가 이렇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호사가들의 분석도 여러 가지입니다. 세월의 흔적으로 바랜 물건들을 단순히 ‘낡았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거기에서 심미적인 가치를 찾으려는 경향은 누구나 조금씩 갖고 있습니다.

추억이란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바래는 거 같습니다. 심지어는 슬프고 아픈 기억도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채색되니까요.

지난 세대들의 ‘추억팔이’라고 리메이크 붐을 치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그때의 추억이라곤 전혀 없는 요즘 세대들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보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소재나 영감이 빈곤해진 세태나, 창의적인 재능을 발현하기 힘들어진 사회구조나,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쏟아지고 있는 콘텐츠의 범람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는 조금 다릅니다. 앞서 말한 거처럼 리메이크 문화는 이미 일정한 영역을 자리하고 있는 거 같거든요. 그처럼 불완전했다면, 스치듯 짧게 지나가는 유행이었을 겁니다.

구태(舊態)가 반복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치이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리메이크 붐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경우가 잦습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견해기도 하고, 그 심정에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이제 곧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구태들이 반복되고, 현실에 더 칙칙하게 얼룩을 낼까요.

얼마 전 뮤지컬 ‘아마데우스’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삶에 대한 내용은 이미 무수히 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졌습니다. 빤한 내용을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화려하고 인상적으로, 매우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탄스러웠습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공연 중간 중간 흐르는 모차르트 작품들의 선율은 작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지요. 모쪼록 우리의 현실도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웠으면 합니다. 그게 오늘인지, 과거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를 못 느끼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