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서는 꼭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하라
20대 국회서는 꼭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하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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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후로 나눠 특별법 제정 위한 사업계획 수립
해직 길어지니 가족도 노후도 삶도 피폐해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회복투)가 ‘노동조합 관련 해직공무원 복권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동에 다시 나섰다. 이 법안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국회 회기가 종료될 때까지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된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동일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4.13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회기가 종료된 상황이라 18대 국회에서와 동일한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회복투가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재개했다. 회복투는 지난 2010~2011년에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120일이 넘는 장기간의 노숙농성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제정은 끝내 무산됐다. 4.13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회기가 종료됐기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별법도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회복투는 5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20대 국회에서는 특별법을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기자회견 직후 고광식 회복투 위원장으로부터 현재의 상황과 계획을 들었다.

▲ 5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복투 성원들이 원직복직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총선 앞두고 특별법 통과 사실상 무산

그동안 원직복직 특별법과 관련한 경과가 어떻게 진행됐는가?

“18대 국회 때인 2009년 12월 21일,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노동조합 관련 해직 및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의 복권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회복투에서는 발의된 법안을 상임위에서 빨리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야당 의원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은 특별법 제정에 동의한다는 서명은 했으면서도 당과 행자부의 눈치를 보더라. 행자부는 또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그래서 법안이 잘 다뤄지지 못하고 18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19대 때도 홍영표 의원이 동일한 내용으로 대표발의를 하고 동료 국회의원들의 서명을 받아서 논의를 시작한 게 벌써 4년째다. 하지만 안행위에서 논의가 안 됐다. 개별 국회의원들을 만나면 해주겠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는 상임위 상정조차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논의가 안 됐다. 그래서 19대 때도 논의가 안 되고 사실상 자동 폐기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원 154명의 서명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회기 종료로 특별법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될 상황이다. 20대 국회에서는 통과를 강제하기 위한 방안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투표를 조직하고 있다. 전국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이 14만 명에 이른다.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제대로 투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전국전국공무원노조 정책실에서 정책질의서를 보냈고 답변을 받았다. 정책질의서 첫 번째 문항이 당선될 경우 해직자들의 원직복직에 동의하고 법 제정을 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야당들에서는 다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아예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

그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각 도청, 시청, 구청 등 관공서 게시판이나 내부행정망에 게시를 해서 제대로 보고 투표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공무원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없어 어느 당을 지지한다고 밝힐 수는 없지만, 국회의원들이 우리의 정책에 같이 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현재 행정망에 답변서를 게시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20대 국회가 구성되고 임기가 시작됐을 때 법 제정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전국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에서 4.13 총선 전과 후로 나누어 사업계획을 세웠다. 총선 전에는 정책질의나 후보자 면담을 통해서 당선됐을 때 특별법 제정을 결의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오늘 기자회견도 하고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각 권역별로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4.13 이후에는 당선된 300명 국회의원들을 강제해야 하는데, 법이 제정되려면 발의할 사람을 조직해야 한다. 국회 앞에서 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을 계획하고 있고, 안전행정위원회가 구성되면 여야 간사들이 법을 발의할 수 있도록 조직하려 한다. 홍영표 의원은 안전행정위원회가 아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발의는 했지만 직접 다룰 수 없었다. 그래서 안전행정위원회 간사들을 접촉해서 그들이 대표발의를 하게 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사 앞 농성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은 국회 앞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진행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특별법 제정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직자들이 표면상 공무원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직됐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 전국공무원노조 활동 때문에 해직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실정법은 겉모습이고, 실제로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던 공무원들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참행정을 하려고 하다가 해직됐다는 것을 안다는 거다.

특별법 제정에 대해 미온적이고 부정적인 건 정부다. 그래서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동시에 농성을 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정부를 면담해서 본질이 뭔지 대화를 하려고 한다.

20대 임기가 시작되는 6월에는 한 달 정도 특별법 제정안 발의를 촉구하는 농성을 할 계획이다. 특별법이 발의되면 가을에는 발의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앞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농성을 할 계획이다.

오늘 시작한 새누리당사 앞 농성은 8일까지 2박 3일간 진행한다. 선거 때문에 각 후보들이 각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새누리당사 앞)는 워낙 상징성이 있고 시민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사항을 알리기 위해 농성을 하는 거다. 2박 3일간 농성을 진행하고 나서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각 지역으로 가서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 구호를 외치는 회복투 성원들의 뒤편으로 새누리당사에 걸린 선거구호가 보인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해직자 70%가 우울증 겪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내에서는 해직자 문제에 대해 ‘해직자들이 전국공무원노조 초창기부터 현재 자리를 잡기까지 선봉에서 싸워왔던 사람들’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해직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해직자들의 삶이 달라졌을 것 같다. 현직에 있을 때와 비교해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무엇인가?

“살아가는 데에는 소속감이 필요한데, 직장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다 보니 삶이 피폐해졌다. 예를 들어 나는 부평구청에서 근무하다 해직됐는데, 해직되자마자 지역의료보험카드가 1주일 만에 날아오더라. 2002년에 해직되고 2003년 1월에 그랬다. 지역의료보험카드가 오니까 직장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게 금방 다가왔다. 아들 셋에 딸이 하나인데, 아이들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 해직됐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 직업이 공무원이었다가 갑자기 무직이 됐다. 1년에 두 번 명절 때에도, 추석 때면 크리스마스 특별사면으로 복직될 거다, 설 때는 8.15 특별사면으로 복직될 거다, 만날 그렇게 이야기했다. 선의의 거짓말을 한 거다. 그런 것들을 경험하면서 삶이 피폐해진다.

또 공무원 정년이 만 60세인데, 지난해 12월 말에 55년생이 나갔다. 해직자 중에도 55년생이 5명 있었는데 우리 자체적으로 정년퇴임식을 했다. 해직자 중에서 20년 이상 근속해서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나도 20년을 못 채우고 해직됐다. 내 동기는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데 나는 연금을 못 받으니까 그걸 생각하면 속상하다.

같이 근무하던 동기들이나 동년배들이 어느 직급에 있고 뭘 하는지 알고 있는데, 그런 걸 비교하다 보면 우울증이 온다. 3년 전에 해직자 전원을 검사했는데 70%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과 다른 것을 비교하고, 집안에서 아이들하고의 관계나 이런저런 이유로 우울증이 온 거다. 술 마시면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는 전국공무원노조에 소속돼 있고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다짐을 한다. 회복투를 중심으로 함께하자고 말한다. 열심히 하자는 말은 안 한다.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까. 대신 우리끼리 함께하면서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자는 말을 한다.”

해직자의 우울증 등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같은 부분도 준비하고 있나?

“올해 예산에 심리진단과 치유를 위한 예산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에는 건강을 위해서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하면 그 중 30만 원까지 노조에서 보조하는 것은 해왔다. 그리고 몸 살리기 운동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심리상담은 해본 적이 없다. 올해는 그 부분에 대한 예산이 계획돼 있다. 3년 전에 조사했을 때 우울증이 70%였는데, 이번 투쟁이 끝나면 곧바로 조사하고 전문가 상담을 받아서 정신적인 치유를 할 계획이다.”

▲ 고광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생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 위원장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망 어둡지만 길게 멀리 봐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운동을 재개했는데, 20대 국회 전망이 썩 밝지 않다. 특별법 제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넘길 가능성이 크고, 지난 8년 동안 여당의 행태를 알고 있다. 지금 집권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마인드도 알고 있고, 정부 역시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20대 국회에서도 역시 18대, 19대 국회와 대동소이한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먼저 교육을 해야겠구나 생각한다. 전국공무원노조 교육선전실을 통해서 노동자로서의 계급성이나 그동안 주춧돌을 놓고 하나하나 돌을 쌓아온 과정에 대해 교육을 준비할 생각이다.

또 이번에 투표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겠구나 생각한다.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공무원들이 행정에 있어서 피부로 느낄 만큼 피해를 받는 부분이 너무 많다. 단적으로 관공서에서 포털사이트를 다 막아 놔서 못 열어본다. 그런 걸 조합원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분을 통해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탄압해도 우리끼리 잘 뭉쳐야겠다, 우리끼리 함께하고자 했던 문화를 잘 지키고 만들어가야겠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길게 멀리 보면 개인은 역사에 묻히겠지만 전국공무원노조는 발전할 것이고,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전국공무원노조를 이어받아 공직사회 개혁을 책임지려면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도 길게 멀리 보고 대안을 제시하고 이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