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다?
단순하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04.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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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單純)하다’는 형용사는 말 그대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는 의미인데, 이게 좋은 뜻으로도 쓰이고 나쁜 뜻으로도 쓰이거든요.
사람의 성품이나 기질을 가리킬 때에도 그렇습니다. 외곬으로 순진하고 어수룩하다는 의미에서 나쁘게 쓰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진솔하고 담백한 것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사람이 아니고 사물이나 추상적인 것들을 가리킬 때는 더 다양하게 쓰이지요. 아예 좋고 나쁨이 들어 있지 않은 채, ‘그냥 그게 그런 것’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생활 속에서 무심히 쓰는 단순함이 그때그때 상황이나 말하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른 뜻이라면, 철학적인 개념어로서의 ‘단순함’은 좀 더 빈틈없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칸트나 헤겔 같은 독일 철학자들이 말하는 단순한 것(das Einfache)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어떤 것을 말합니다. 일련의 ‘단순하지 않은’ 사유를 전개하면, 단순함은 곧 공허(leer), 무의미(inhaltlos), 직접적인 것(unmittelbar)이란 의미와 같은 뜻이 되어 버립니다. 참 피곤하겠지요.

단순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것은 꼭 요즈음의 경향만이 아닙니다. 이럴 때 쓰는 단순하다는 말은 좋은 의미이겠지요. 가끔은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훨씬 세련되고 멋지고, 쿨한 거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세상을 사는 게, 사람이 사는 게 안 복잡한 시절이 있었겠냐만, 지식이나 정보의 양으로 봤을 때 유사 이래 최고로 복잡한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한 번쯤 단순함을 동경합니다.
그러고 보면 단순함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상대적인 거 같아요. 문학이나 예술의 사조가 거듭 바뀌어온 부분을 보면 잘 드러납니다. 표현의 과잉이 한 동안 추세였다면, 거기에 반해 절제된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단순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는 것은 그만큼 지금 나를 둘러싼 주변이 복잡하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가끔은 마음속 그 단순한 곳으로 잠시 휴가를 갔다 오면 어떨까요. 거기서 곰곰 느끼고 생각해 봅시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것에 대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