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주년 노동절, 양대 노총 대규모 기념대회
126주년 노동절, 양대 노총 대규모 기념대회
  • 성상영·고연지 기자
  • 승인 2016.05.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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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달라도 “노동개악 저지” 한 목소리
‘일방통행’ 정부 향한 규탄발언 쏟아져
▲ 제126주년 노동절을 맞아 1일 서울 도심에서는 양대 노총이 주관하는 대규모 노동절 기념대회가 열렸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제126주년 노동절을 맞아 1일 서울 도심에서는 양대 노총이 주관하는 대규모 노동절 기념대회가 열렸다.

한국노총은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4만여 명 규모의 ‘5.1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그보다 늦은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2만여 명 규모의 ‘2016 세계노동절대회’를 진행했다.

올해에도 양대 노총의 노동절 집회는 다른 장소에서 열린 것이다. 그러나 두 곳 모두 이른바 ‘노동개혁’의 여파로 최고조에 달한 노정 갈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금융노조 돋보인 한국노총 노동자대회

한국노총(위원장 김동만) 노동자대회에는 지난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졌음에도 이른바 ‘노동개혁’의 일방적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 한국노총은 오후 1시부터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4만여 명 규모의 ‘5.1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io@gmail.com

김동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는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 비정규직 양산을 밀어붙였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노동개악 저지투쟁 일선에 서있는 금융·공공 노동자들과 함께 저지투쟁을 전개하고, 승리로 이끌 것”이라며 올해 대정부 투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노동법 개혁을 중단하고, 경제민주화, 공평과세 조세개혁, 사회안전망 확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단축을 단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io@gmail.com

이날 노동자대회에는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 조합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최근 금융기관의 성과연봉제 강행 움직임에 따른 반발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책기관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상형 금융노조 자산관리공사지부 위원장은 “노동자들은 쉼 없이 일했는데도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4.13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에도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려한다”고 말했다. 김상형 위원장은 “우리는 고용, 권리 지키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노동자대회에는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 당선자(창원성산)를 비롯해 한국노총 출신인 임이자 새누리당 당선자(비례),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 당선자(강서구병), 이용득 비례대표 당선자, 김기준 원내대변인(비례) 등이 참석했다.

노회찬 당선자는 “4.13총선으로 여소야대가 되었고 이는 국민의 심판이다”라며 “박근혜대통령은 노동자와 대화하고, 4대 노동개악 포기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한다. 성과평가는 정부부터 해야 한다”며 “메르스 정국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지금 국민연금공단에 있다. 과연 잘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이날 노동자대회를 통해 ▲ 쉬운 해고, 임금삭감, 성과연봉제 등 정부 정책에 맞서 강력히 투쟁할 것 ▲ 5·6월 임단투에서 정부 양대 지침을 무력화하고 노동권 쟁취 투쟁을 전개할 것 ▲ 지역, 업종, 세대를 넘어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모든 조직이 단결할 것 등을 결의했다.

노동자대회 참석자들은 본 대회를 마친 후 시청광장을 출발해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서울 집중’ 않고 지역별 대회 개최한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주최한 ‘2016 세계노동절대회’는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15개 시·도에서 열렸다.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수도권대회는 장기간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금속노조 유성아산·영동지회와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대표자들의 투쟁발언으로 시작됐다.

▲ 민주노총은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2만여 명 규모의 ‘2016 세계노동절대회’를 진행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io@gmail.com

윤영호 금속노조 유성아산지회장은 지난 3월 17일 자결한 한광호 조합원에 대해 언급하며 “제2의 한광호를 만들지 않겠다는 결의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은 현대·기아차에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2011년부터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6년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어 김경래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우리는 정규직이라고 노동부로부터 판정을 받고 다시 해고됐다”면서 “자본과 정권을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동양시멘트에서는 지난해 2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01명이 해고된 이후 노조가 ‘부당해고’라며 4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이날 대회사를 진행한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직무대행은 “20대 총선 결과는 총파업부터 총궐기까지, 노동개악에 맞서 끈질기게 싸워온 노동자 투쟁의 결과”라며 “노동개악 현장 관철을 위한 정부의 일방통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io@gmail.com

최 직무대행은 “노동절대회를 시작으로 구조조정이 불러올 재앙을 막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이어 자리에 함께한 노회찬 당선자는 “(정부가)어버이연합 뒷돈 대는 전경련과 대화 말고 민주노총 위시한 노동계와 즉각 대화를 통해 경제난국을 풀어갈 지혜를 모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쟁결의발언은 민주노총 내 최대 산별조직인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의 두 위원장이 각각 맡았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퇴출제는 한국사회를 더 위험한 사회로 몰아가는 액셀레이터가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 8만 5천 조합원이 교섭권과 체결권을 중앙에 위임한 데 이어 18일에는 2만 명 공공노동자가 참여하는 공동파업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금 온 나라가 구조조정으로 떠들썩하다”면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광란의 칼춤을 막아야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수도권대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산하 16개 가맹조직 조합원들은 대학로를 출발해 종로를 거쳐 청계천까지 행진했다.

민주노총은 126주년 노동절을 맞아 ▲ 노동개악 폐기, 노동부장관 퇴진 ▲ 경제위기 주범 재벌책임 전면화 ▲ 최저임금 1만 원 ▲ 주35시간 노동제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 ▲ 간접고용·특수고용 비정규직 및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 ‘5대 투쟁 요구’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