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패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 장원석 기자
  • 승인 2016.05.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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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장원석의 제3의 시선

 

▲ 장원석 기자 wsjang@laborplus.co.kr

새벽 4시에 전화가 울립니다. 잠결에 확인하니 친구입니다. ‘어휴, 어디서 술 진탕 먹고 전화하는구나’ 싶어 전화를 받지 않고 다시 누웠습니다. 근데 전화가 계속 울립니다. 이 녀석은 제가 받을 때까지 포기할 생각이 없나 봅니다.

“너는 지금 기자란 놈이 잠이 와? 빨리 TV나 틀어봐”

4월 14일 새벽의 일입니다. 담이 콩알만한 저는 차마 개표방송을 보지 못하고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자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TV를 보니 이게 웬걸? 예상과 다른 결과에 입이 쩍 벌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1당 등극과 새누리당의 참패, 국민의당의 호남 석권은 총선 이후에도 사람들의 입에서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그 원인에 대해 분석을 내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많은 원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크게 보면 ‘새누리당의 내분에 대한 실망’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대부분의 의견들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패배를 수긍하기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 방향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4월 26일 개최한 45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4·13총선 결과를 “(일하지 않는) 양당체제에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비스발전법안, 파견법 등 노동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국회 처리를 강조하며 “파견법이야말로 일석사조 쯤 될 것이다”, “실업자들이 파견법 이런 것을 통해서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파견법만 통과되면 한 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민의를 보지 못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콘크리트’ 지지자까지 떠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65주차 국정수행 지지도는 31.4%(매우 잘함 9.5%, 잘하는 편 21.9%)에 불과한 반면, 부정적 평가는 63.5%(매우 잘못함 44.6%, 잘못하는 편 18.9%)에 달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레임덕이 시작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총선은 줄어들고 불안한 일자리, 열심히 일해도 미래가 없는 현실과 그런 문제에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는 정권과 여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일 것입니다. 정권을 잡았다고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대한 질책이기도 합니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백서’를 발간한다고 합니다. 단지 ‘전략’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 보다 ‘민의’의 근본을 깨닫는 내용의 백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