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미터 괴물을 탄생시킨 건 사람의 손놀림
15미터 괴물을 탄생시킨 건 사람의 손놀림
  • 최영순
  • 승인 2006.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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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도심의 웬만한 극장에선 외국영화보다 한국영화 간판이 더 낯익은 것이 요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몇 한국영화들이 스크린을 모두 독식해버린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헐리우드 영화의 콧대를 무너뜨린 것에 후련해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월드컵이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될 즈음 또 하나의 기대작이 개봉되었으니 바로 영화 <괴물>입니다. <괴물>은 일찌감치 해외 영화제에서의 호평으로 인해 국내 개봉을 기다린 사람들도 많았고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괴물’의 모습이 과연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였습니다. ‘유치할 것이다’, ‘기대 이상일 것이다’ 등 사람들의 입방아를 뒤로 한 채 괴물은 모습을 드러냈고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많은 사람들을 극장으로 유인하였습니다.

 


소년의 꿈, 천만인의 감독 만들다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던 봉준호 감독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배우라고 칭송하는 변희봉, 그리고 그의 사단이라고 불리는 송강호, 박해일 등과 함께 ‘천만인의 영화감독’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괴물>의 기획은 봉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잠실대교 교각을 기어오르는 이상한 괴생물체를 보고 난 후 나중에 커서 영화감독이 되면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어린 시절 꿈이 녹아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강두(송강호 분)와 아버지(변희봉 분)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운 오후를 맞고 있습니다. 이때 강두의 중학생 딸 현서는 학부모 참관수업에 술 취한 채 나타난 삼촌(박해일 분) 때문에 화가 나 집으로 돌아오고 강두는 딸을 달래보려 하지만 이내 고모(배두나 분)가 참가한 양궁대회 텔레비전 중계에 빠져듭니다.

 

▲ 영화 <괴물>

바로 이때 한강에는 거대한 괴물이 등장하여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던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하였고 한강은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딸 현서의 손을 잡고 괴물을 피하던 강두는 순간 딸을 손을 놓치게 되고 괴물은 현서를 잡고 유유히 한강다리사이로 사라지지요. 

 

사상자가 속출하고 한강은 폐쇄되며 도시는 마비상태가 되고, 하지만 강두의 가족들은 현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서가 걸어온 핸드폰을 통해 살아있음을 확신합니다. 이때부터 강두의 가족들은 현서를 구출하기 위한 사활을 건 괴물과의 사투에 들어갑니다.

 

영화는 얼핏 보면 ‘괴물’이라는 이상한 물체와 소시민의 나약함을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미군이 한강에 무단으로 방출한 화학약품으로 인해 괴물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가져가고 있어 그 기저에는 반미(反美)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깔고 있기도 합니다.

 

▲ 영화 <괴물>
 

 

괴물의 실체는 수만 장의 그래픽

 

영화 <괴물>의 주인공은 단연코 15미터에 이르는 ‘괴물’입니다. 그렇다면 이 괴물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바로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들에 의해 완성되었는데요. 컴퓨터그래픽은 흔히 CG(Computer Graphics)라고 불리며 다양한 영상매체에서 빠져서는 안 될 양념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영화 <괴물>에서도 100억원의 제작비 대부분이 이 괴물을 만드는데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스타워즈>, <쥬라기 공원>같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모두 CG전문가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고 영화 <괴물>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괴물은 국내 디자이너에 의해 디자인 된 것을 미국인 컴퓨터그래픽 전문가인 캐빈 래퍼티에 의해 실감나게 완성되었습니다.

 

그는 <쥬라기 공원>, <배트맨 리턴즈>, <클리프 행어>등의 컴퓨터 그래픽을 담당한 사람으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채택된 괴물의 디자인을 3D로 스캔가능하도록 정밀모형으로 만들고 이것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옮긴 후 이를 바탕으로 피부조직, 음영 등의 효과를 가감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 한국 특수효과업체와의 협력이 있었고, 수천 장의 괴물 디자인 컷을 그렸던 디자이너의 숨은 노력도 있었습니다.

 

괴물의 걸음걸이 하나하나, 미세한 피부표현 하나하나가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에 의해 만들어졌고 실제 촬영부분(실사)과 컴퓨터그래픽과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실감나는 화면들이 스크린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컴퓨터 그래픽은 영화뿐만 아니라 광고, 게임, 드라마 등 영상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촬영하는 수고 없이도 컴퓨터와 프로그램만 있으면 뚝딱 완성될 것 같지만 한 장면을 위해 수만 장의 컷을 만들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료 수집을 하는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관객들은 마치 살아있는 괴물이 스크린을 뛰쳐나올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이 직업>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는 컴퓨터를 사용해 영상을 만드는 사람을 일컬으며 다른 말로는 영상그래픽 디자이너라고도 부릅니다. 필름이 아닌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 화상을 이용해 작업하며 3차원 공간을 비롯해 실제 촬영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것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들의 손길을 통해 가능합니다.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는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색채감각, 조형감각을 비롯한 미적 감각은 필수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습니다. 또한 실사와 합성작업을 할 때도 많으므로 꼼꼼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하네요.

 

현재 활동 중인 사람들은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하거나 사설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한 후 컴퓨터그래픽 전문업체나 제작사의 디지털영상팀 등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그래픽만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하니 관련 기술의 발전도 함께 할 것입니다. 하지만 관심 있는 사람들은 증가하는 반면 일자리 증가에는 한계가 있어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