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속도전’, 노동계의 ‘반격’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속도전’, 노동계의 ‘반격’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06.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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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공공 공대위, 여의도서 대규모 집회
‘성과연봉제 저지’ 9월 총파업 예고
▲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공공·금융노동자 총력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동계가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이 오는 9월 총파업까지 예고하면서 하반기 노정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지난 14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 성과연봉제·퇴출제 도입을 챙긴 데 이어,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공대위는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10만여 명(주취 측 추산, 경찰 추산 5만 5천 명)이 참가한 ‘공공·금융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통해 ▲불법 이사회 무효 ▲해고(성과)연봉제 저지 ▲강제퇴출제 분쇄 등을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올해 들어 노동계가 주최한 가장 규모가 큰 집회로, 참가자들은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여의도공원을 가득 메웠다. 또 양대 노총 대표자들은 지난해 노동절 집회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손을 맞잡았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격려사에서 “공공기관의 진정한 개혁은 낙하산인사와 관치금융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직무대행은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의결한 것을 놓고, “87년 헌법 개정으로 노동3권이 보장됐지만 박근혜 정권은 헌법을 무시한 채 성과연봉제를 강요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이날 ‘공공·금융노동자 총력결의대회’에는 10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만 5천 명)이 참석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 5개 산별노조·연맹 대표자들이 대회사를 낭독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주영 공공노련 위원장,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공대위에 속한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 등 5개 산별노조·연맹 대표자들도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속도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5개 산별노조·연맹 위원장 대회사 요약(발언한 순)

- 조상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10만 공공·금융노동자들이 여의도 문화마당에 모였다. 박근혜 정권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공공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공공성을 무시하고 공공노동자들을 돈벌이의 노예로 전락시킬 것이다. 돈보다 공공성이라는 우리의 자부심을 지켜내자.”

- 김주영 한국노총 공공노련 위원장

“박근혜 정권은 지난 14일 120개 공공기관장을 불러놓고 해고연봉제·퇴출제를 불법과 강압으로 만들어낸 성과를 치하했다. 더민주 진상조사단 조사결과 책 한 권 분량의 불법사례가 나왔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이기원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공공기관장들까지 모두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

- 유지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에너지공기업을 민영화 한다고 한다. 공기업을 재벌에 팔아넘기는 것이 노동개혁의 본질이다. 또한 구의역 사고로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있었지만, 파견을 늘리겠다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금융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노동개악을 막아내자.”

-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공공기관 낙하산인사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조선·해운업이 무엇 때문에 무너졌나? 지금의 위기는 무능한 낙하산인사가 만든 참사다. 그런 자들이 공공개혁을 외치고 있다. 오히려 개혁대상 1순위는 그들이다. 공공·금융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낙하산인사 모조리 뿌리 뽑자.”

- 김문호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

“가만히 있으면 다 빼앗긴다. 해고연봉제·강제퇴출제를 분쇄하기 위해 40만 공공·금융노동자들은 9월 2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 물결이 성난 파도가 되어 박근혜 정권을 반드시 구축할 것이다. 공공·금융노동자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될 때까지 가열하게 투쟁하자.”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의 참여도 두드러져 지난 4월 총선 이후 더욱 강화된 노동계와의 스킨십을 과시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노동위원장은 “전국을 돌면서 성과연봉제 진상조사를 다녔더니 100% 다 불법이었다”면서 “성과급은 임금이고, 임금은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경제, 외교, 안보 모두 실패한 정권”이라며 “이를 외면하기 위한 팔 비틀기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라고 성토했다.

▲ ‘공공·금융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 양대 노총 및 공대위 소속 산별노조·연맹 대표자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가수 안치환 씨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공대위는 “정부가 뒤에 숨어서 불법을 조장하지 말고 떳떳하게 노정교섭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불법적 해고연봉제·강제퇴출제를 계속 추진한다면 오는 9월 23일 40만 공공·금융노동자가 참여하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가수 안치환 씨가 무대에 올라 <자유>, <광야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노래를 불러 호응을 얻었다. 안 씨의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소속에 관계없이 어깨동무를 한 채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들의 어깨동무가 노정관계 전환에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