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지금! ‘참여’와 ‘혁신’을 위한 소통과 내면화가 필요하다
2016년 지금! ‘참여’와 ‘혁신’을 위한 소통과 내면화가 필요하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6.07.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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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혁신> 창간 12주년, 지금을 말하다

2015년 초 이야기다.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다. 설문의 결과를 전한 이는 무척이나 흥분해서 이야기했다. 설문 대상자의 60% 이상이 평가제도를 도입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상벌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인사제도개편이 공론화 되지는 않았다.

2016년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이들에게 두 가지 생각이 있을 거다. 먼저 성과평가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믿음이고, 두 번째는 직무에 따른 공정한 보상 등을 전제로 하는 임금체계의 개편이 되어야만 사회적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될 것이라는 신념일 터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우리의 일터문화가 직무와 공정한 평가에 익숙하지 않다.

부서장의 스타일에 따라 일터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부서장들은 누구나 스스로가 원칙을 지키고 조직을 위해 일한다고 말한다. 보스형이든, 실무형이든, 인간관계 중심형이든, 하지만 부서장이 어떤 능력을 갖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부서장이 주장하고 믿는 바와는 무관하게 오히려 구성원의 판단이 정확할 것이다. 또한 우리네 일터의 경우 일 잘하는 사람, 관계가 원만한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좀 더 열심히 일해 주었으면 싶은 사람은 모든 복지와 편의만을 누리는 반면, 더 충성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가정에 소홀하게 되고 직무스트레스가 더 심해지는 역설이 빈번하다. 또 여기에 끼지 못한 사람은 냉소주의자가 되어 자신의 존재감을 자가발전하면서 분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많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말한다. 모든 것이 매뉴얼화되어 있어 누구든 그 자리에서 매뉴얼대로 일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반면 국내은행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업무가 달라진다고 고백한다. 직무급의 나라 미국에서 직무급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다르게 무분별한 해고에서 해고를 막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형성된, 직무를 기준으로 해고의 적법성을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기업이 정확한 기준에 따라 보상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외국계은행의 경우 개인성과(IPA)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부서장의 판단에 맡긴다.

국내은행의 경우 상사 모시는 것도 업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업무가 아닌 이유로 밉보여 C나 D를 받을 경우 승진이 막히는 것은 물론 구제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재도전의 기회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런 경우 자연스럽게 모든 동기를 상실하게 된다.

얼마 전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신이 조직의 상위 10% 안에 드는 성과를 낸다고 믿는 사람이 40% 정도라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은 중상 이상의 업무추진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가 상위 11%라고 해도 믿을 수 없게 된다. 억울하고 불공정하게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더욱 슬픈 현실은 대부분의 조직구성원들이 뭔가 내가 열심히 하면 보상받고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보다 지금 당장 내 몫을 챙기지 않으면 결국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나의 일은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한 도구 일뿐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배운다고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더 억울하다고, 더 공익을 생각한다고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답이 될 수는 없다. 온갖 진정성을 다해 진정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이들에게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 지금은 철학과 방법론의 문제이지 진정성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라고 서로가 다름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가진 게 많을수록, 아는 게 많을수록 더 내려놓고 내놓아야할 것이 많은 것이 세상살이다.

현장 노동자들도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대단히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역공동체 내에서 대기업노동자들은 당당하게 모임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고 일터의 참여욕구도 높다. 당장의 필요로 현장의 합리적인 참여의 움직임을 왜곡해서는 곤란하다. 사람은 다 의미 있는 존재이고 싶고 균형감 있는 인간으로 평가받고 싶어한다. 모든 이들의 ‘참여’와 ‘혁신’을 위하여 지금! 좀 더 현장을 중심으로 더 소통하고 더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하려는 지혜가 절실하다. <참여와혁신>이 창간 12주년을 맞아 ‘지금!’을 화두로 꺼낸 이유가 여기 있다.

2016년 7월
발행인 박송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