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눈높이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여가 현실
삶의 질 눈높이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여가 현실
  • 고연지 기자
  • 승인 2016.07.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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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이 아니라 자기계발까지…여가 활용 방법은 각양각색
OECD 최장근로시간, 여가에는 휴식이 우선
[커버스토리]노동자의 여가는, 지금

개인과 직장, 사회 전반적으로 이제는 흔해진 단어 웰빙(well being), 그러나 여전히 그 열기는 식지 않고 삶과 행복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사정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부터 국제기구들마다, 각 국가마다. 경제지표인 GDP 이외에 삶의 질, 행복 관련 지표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는 1953년 69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이 2010년 2만 달러를 상회할 만큼 초고속 경제성장과 발전을 경험했으나 그 국가 안 개인의 삶과 행복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2015년 11월 OECD가 내놓은 ‘1인당 평균 연간 근로시간’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취업자의 1인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번째로 긴 실정이다.

긴 시간 일터에서 노동이 끝난 뒤 노동자들의 생활은 어떤 의미로 자리 잡고 있을까?

프랑스의 여가사회학자 듀마즈디에르(J. Dumazedier)는 여가를 개인이 노동, 가족 그리고 사회의 의무로부터 벗어나 휴식, 기분전환, 혹은 지식의 확대, 자발적 사회참여, 그리고 자유로운 창조력의 발휘를 위하여 이용되는 임의적 활동의 총체로 정의 했다.

버거(B. Berger)도 경제적으로 보상되는 일과 대비되는 활동으로 자유시간에 수행되는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여가를 정의했다.

휴(休)테크(tech)

▲ ⓒ 참여와 혁신 DB

6호선 이태원역에서 내려 번잡스러운 골목을 벗어나 한적한 골목 한 켠에 플레이버앤레시피라는 글자가 박힌 하늘색 간판의 예쁜 공방이 하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쪽 가득 비누, 석고방향제, 디퓨저 등이 갖가지 향기를 품으며 공방을 메우고 있었다. 또 다른 쪽에는 테이블 위에 전자저울, 비커, 유리병 등이 실험실의 느낌도 내고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천연 재료와 에센셜 오일로 만드는 벌레, 모기퇴치 제품을 만드는 수업이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이영은 대표는 향기가 좋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직장인들이 수업하러 오면 굉장히 좋아해요. 향기롭고 안정된 분위기니까”라며 “저도 처음엔 직장생활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1일 클래스를 진행하지만 강사자격증을 따려고 듣는 수강생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되자 수강생이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수강생은 “예전에 양키캔들 파는 곳에서 일을 했었고, 이번에 옥시사태 이런 것 보면서 성분을 더 따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천연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내가 쓰는 제품을 맘 놓고 쓰고, 화장품, 비누 등 다른 것도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강사와 수강생 모두 요즘은 단순 취미만은 아니고 이렇게 배워서 전문성을 갖고 즐기고, 사용할 수 있는 자기계발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휴테크는 ‘휴가’(休)와 ‘테크닉’(Technique)의 합성어로 휴가로 생긴 여가시간을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고 창의성을 키우며 자기 계발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전통사회에서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노동과 여가가 혼재되어 있었다. 산업화 이후 노동자들의 생활이 직장 중심으로 바뀌고 나서 업무 이후 단시간에 즐길 수 있는 술, 향락 위주의 여가가 증가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특별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음주, 영화관람, TV시청 등이 여가의 주류를 이뤄왔다.

지금, 노동자들의 여가는 어떨까? 지난 10여 년 사이, 특히 주5일제 근무가 실시되면서 노동자들은 ‘여가’(spare time)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회사에서도 노동자의 충분한 휴식과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며 노동자들의 휴식과 여가에 관심을 쏟고, 여가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사내 행사와 축제를 개최해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회사는 동호회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보에 우수동호회를 소개하거나 동호회실, 활동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노동자들의 여가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노동자의 여가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 개념이 아닌 ‘휴테크’, 하나의 자기계발로서의 여가 문화로 자리잡았다. 등산과 낚시, 스키, 골프, 래프팅, 실내운동, 행글라이딩, 그림 그리기, 사진촬영, 캠핑 등 여가 활동에 다양한 선택권을 두고, 흥미를 바탕으로 배움에 뛰어든다.

실제 우리나라 국가경제(2013년 기준)에서 여가부문이 차지하는 규모를 살펴보면, 금액으로는 131조에서 252조로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으며 성장률도 전체 경제 성장률을 상회했다.

이 중 일부인 체육부문만을 살펴보면 문화체육관광부(2014년)에 등록, 신고한 스포츠 시설은 56,629개소로 2013년에 비해 505개소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골프연습장업(1.5%), 체육도장업(1.2%), 수영장업(2.7%), 체력단련장장업(5.3%) 등이 전년 대비 증가하였으며, 당구장, 무도장, 무도학원업 등은 감소했다. 증가세가 두드러진 업종은 해당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로 삶의 농도를 맞추다

▲ ⓒ 동호회'미치고 팔짝 뛰겠네'

놀이는 창조적이지만 질서와 규율이 있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활동이나 일상적인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학자인 요한 호이징가(Huizinga)는 ‘놀이는 문화보다 우선한다’는 놀이 이론을 발표했다.

지금의 노동자는 여가시간을 ‘자유롭고 자발적인 나의 시간’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자기계발의 연장선상에서 어학, 업무능력 개발 등 개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도 하고, 건강이나 멋진 바디라인을 위해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고 악기를 다루는 등 특이하고 화려한 취미생활을 가질 수도 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김씨는 최근 시작한 기타 동호회에 대한 질문에 “혼자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합류했는데 지금은 아르페지오(화음의 각 음을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차례로 연주하는 주법)와 코드를 배워요. 기초적인 건데 엄청 허덕이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회사 동료들은 그녀가 취미 생활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일 할 시간 말고도 여유가 있냐며 일을 더 줘야겠다는 농담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이런 나만을 위한 시간을 상상도 못했어요. 일 끝나고 집에 와서 먹고, TV 보고, 자고, 일가고… 반복적인 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일 외에도 다른 무언가에 열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생활 안에서 흥미 있는 것을 접하니 “내 인생을 찾고 있는 것 같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취미를 만들면서 친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열심히 사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막판에 그는 “꾸준하게 배워서 꼭 한 곡을 완주하고 싶고, 나중에는 공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할 것”이라며 공연에 초대할 것을 약속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프로그래머인 이씨는 평일 퇴근 후에 직장 동료나 동생과 함께 요가나 줌바 댄스에 참여한다. 이씨는 잘 하지 못하지만 생활의 활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여가가 없는 것과 있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퇴근 후에 할 일이 생겼고, 그 일로 인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작가가 만든 세계에 빠지는 것이 좋아 책을 옆에 둔다는 회사원 오씨는 “늘 내 취향대로 책을 읽는 것 같아서 여러 장르를 접하고 싶어 직접 독서모임을 만들었고, 동호회를 통해 인맥도 넓히게 됐다”며 “책을 항상 들고 다니려니 가방이 조금 무거워지긴 했지만, 틈틈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꺼내 읽는 것이 생활 속의 활력”이라고 밝혔다.

한강의 시원한 바람 속에 ‘치맥’이 절실해지는 더운 날이 시작되고 있다. 여의나루역에서 내려보니 이미 저마다 본인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가에 돗자리를 펴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먹거리를 나눠먹는 사람들. 거리공연을 구경하는 사람들. 멀리서 화려한 색색의 옷을 입고 떼를 지어 뛰는 사람들. 이 곳에서 수많은 러닝 동호회들 중 ‘미치고 팔짝 뛰겠네’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동호회를 만났다. 이 날 모임에는 20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준비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동호회를 통해 친구가 되었다는 31살 동갑내기 3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성별, 업무 분야도 다르지만 운동과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장을 맡고 있는 경모씨는 “단순한 생각으로 만든 이 모임이 벌써 1년 3개월이 넘어간다”며 “일하면서 야근하고 그러면 힘들 때도 있지만, 운동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좋다”고 말했다. 동호회 초창기부터 함께 했다는 이모씨는 “단순한 모임이고, 강제성이 전혀 없다. 기본적으로 앞에서 리딩하는 사람, 뒤에서 쳐지면 같이 뛰는 사람들이 함께 해 부담 없다”고 동호회를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과 대회도 나가고, 힘들지만 대회를 마치고 나서 성취감 때문에 이어가는 것 같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참여한다.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 여성분들 중에도 저보다 잘 뛰는 사람들도 많다”라며 다음 번 도전 때는 더 잘 뛰겠다는 욕심을 밝혔다. 옆에 있던 김모씨는 “동호회 나온 지는 꽤 됐는데, 러닝 자체에 흥미를 가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며 “평상시 모임에서는 4km를 뛰고, 10km 마라톤은 대여섯 번 나갔는데, 항상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활동하는 것을 듣고 주변에서 부지런하다는 평을 받는다며 “평상시에 회사 생활에 찌들어 있는데 재미있는 취미를 가져서 즐겁다”며 “직업은 흥미와 다르고, 그래서인지 여가 시간에 업무와 다른 것들을 찾아서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 5일제의 도입과 소득 증가로 여가에 대한 인식도 확대됐다. 과거 일 중심으로 살아온 것과 대조적으로 이제는 일과 여가의 적절한 균형을 맞춘,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진지한 여가, 자기계발형 여가, 사회봉사형 여가 등의 출현으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풍부하게 하는 여가가 삶의 중요한 의미로 자리잡는 추세다.

여가를 찾는 과정, 하고 싶은 것과 하는 것이 다르다?

▲ ⓒ 참여와 혁신 DB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4년 기준 주 5일 근무를 하는 직장 근무자 대상으로 한 국민여가활동조사(남성 3,311명, 여성2,205명)에 따르면 희망하는 여가활동은 해외여행, 국내캠핑, 영화보기, 등산 등 다양한 활동들이 있었다. 연령대별 희망 여가활동도 조금씩 달랐는데, 20대는 12.2%로 영화보기가 가장 높았고, 그 뒤로 여행, 친구와의 만남 등이 차지했다. 30대는 여행이 1순위였고 그 다음이 영화보기, 운동이, 40~50대는 운동을 희망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여행, 산책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여가활동 참여의 가장 큰 목적으로는 건강, 개인의 즐거움, 스트레스 해소, 마음의 안정과 휴식, 대인관계, 자기계발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희망과는 다르게 실제 직장인들이 1년간의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한 것(국민여가활동조사, 복수응답가능)은 휴식활동이 평균 87%, 취미오락활동이 79%, 사회 및 기타활동 65%, 스포츠참여활동 31%, 문화예술관람활동이 25%를 웃돌았다.

2005년 동 기관에서 실시한 직장인 대상 여가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동안 수행하는 활동의 소요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인 7시간 39분을 정적여가(5시간 40분)와 휴식(1시간 59분)에 쓴다. 동적여가에 3시간 5분, 일(업무/가사활동)에 2시간 21분, 자기계발에 평균 45분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났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니, 그들은 실제로 등산이나 운동 등 다양한 여가 생활을 꿈꿨으나 실제로 “시간 나면 자기 바쁘다. 100% 잠!”이라며 씁쓸해했다.

경제 불황 속 피로감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끊임없는 경쟁을 하는 노동자들은 ‘지금하고 싶은 여가’로는 모두 휴식을 꼽았다. 2014년 여가활동상위 10가지를 둘러봐도 TV시청, 라디오청취, 목욕사우나, 외식, 낮잠, 신문 및 잡지 읽기 등이 상위 리스트를 차지했다.

우선, 휴(休)가 필요해

▲ ⓒ 참여와 혁신 DB

한국에 주 5일제(주 40시간 근무)가 도입된 지 벌써 12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에는 야근과 초과근무로 노동자들은 피곤함을 필수 아이템으로 소지하고 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김모씨가 본인의 과거 빡빡했던 일정을 소화하며 일과 집에서 잠자기를 반복한 생활을 회상하며 말했다.

“우선 시간이 있어야 뭘 하지.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들, 계획 다 짜놨는데 막상 시간 없으면 진짜 우울한 거라.”

복지서비스 전문기업에서 2013년 직장인 4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인의 여가활용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여가 만족도에 대하여 100점 만점에 평균 57.6점으로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9.6%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만족한다는 답변이 26.4%,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답변이 34%에 만족한다는 답변보다 조금 더 높게 나왔다.

여가시간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로 37.3%로 시간제약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었다. 또한 여가를 즐기는 중에도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이 전체의 46.2%를 차지했다. 이렇게 줄어든 업무시간, 여가에 대한 인식변화에도 불구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를 온전히 즐기기엔 제약이 있는 것이다.

1930년대, 미시건 주 배틀크리크의 켈로그 공장은 기존 8시간 3교대제를 6시간 4교대제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한다. 켈로그의 경영진은 이 제도로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반 백년을 넘게 유지한 이 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줄면서 생긴 추가시간을 일터와 집안일에서 벗어난 다양한 활동에 사용했다. 당시 6시간제 노동자들을 인터뷰를 한 책(『8시간 vs 6시간, 켈로그의 6시간 노동제』, 벤자민 클라인 허니컷)에선 “처음으로 이들은 ‘진짜’ 여가를 가졌다”고 평했다.

국내 한 자동차공장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연 평균 2,500~2,600시간 정도였다. 2014년 이후 여기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해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줄이고, 도입 전과 후의 여가생활을 비교했다.

1,57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전 여가활동 중 1순위를 살펴보면 TV시청(유선방송포함) 및 DVD(비디오) 시청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휴식, 스포츠 활동, 가사일 및 가족 돌보기 등의 순이었다.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후에도 1순위는 여전히 TV시청(유선방송포함) 및 DVD(비디오) 시청이나 비율이 40%에서 25%로 현저히 낮아졌다.

다음으로 스포츠 활동, 여행, 가사일 및 가족 돌보기 등으로 도입 전과 비교해 동적인 활동의 비율이 높아지고, 실내 활동 및 휴식의 비율이 낮아졌다. 제도 도입 전후를 기점으로 이들의 여가 만족도도 차이가 난다. 도입 전 여가만족도 평점 47.8점, 보통이라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는데, 64.2점으로 ‘좋음’이라는 응답이 높게 조사되었다. 또한, 노동자들의 여가생활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에서 1위였던 시간부족(35.5%)이 제도 도입 후 18.0%으로 절반가까이 줄었다.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러나 깜깜한 밤을 수놓은 건물과 자동차의 불빛은 실상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노동자들의 여가시간에 대한 선택지는 날로 늘어가지만 지금, 그들이 그 선택지를 고르고 즐길 시간이 충분히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