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위기는 노동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의 위기는 노동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6.08.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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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기든 ‘우리’는 지는 싸움이 시작됐다
[커버스토리]그들은 왜 파업을 하는가?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

금속노조는 부분파업에 들어갔고,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열기와 긴장감이 서서히 몰려든다. 한 켠에서는 파업이라는 투쟁방식에 대해 끈적거리는 날씨 대하듯 짜증으로 반응한다. 배 부른 ‘수퍼을’ 노동자들의 투정이라는 것이 ‘여론’이다. 다른 한 켠에서는 위기의 와중에 파업이 웬 말이냐며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른다. 정부와 경영계가 이 편에 섰다.

고립되는 노동, 목에 힘 준 자본, 겁박하는 정부

지금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기로에 서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업을 필두로 일부 산업분야에는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고, 이는 즉각적으로 노동의 위기로 이어졌다. 대규모 구조조정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있다.

노동의 위기를 바라보면서 노동도, 자본도, 정권도 그 위기의 본질과 후폭풍을 진단하고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의 위기는 노동의 위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산업과 경제의 위기로, 종국에는 한국 사회의 위기라는 도미노로 이어질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의 위기’라는 현실에 맞닥뜨려 일단 파업이라는 저항 수단을 선택했다. 이번의 파업 양상을 보자. 노동조합 지도부는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노동법 개악 반대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것은 고립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사회적 명분과 정당성을 획득해서 싸우겠다는 의지다.

경영계는 이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 제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될 정도로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데, 정작 노동조합을 향해서는 일자리라도 지키려면 알아서 눈을 깔라는 식이다. 산업의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라고는 군말 없이 더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통해 현재의 이익을 높이는 것 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임금이건 노동조건이건 이번 기회에 양보 받을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

정부는 한술 더 떠 노동을 겁박하고 나섰다. 현 정권이 사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라에 큰일이라도 날 듯이 호들갑이다. ‘귀족노동자’들이 노동개혁을 막아서고 있어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며 동네방네 떠든다. 그 노동개혁의 내용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보인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경영하기 좋은 나라’다. 산업구조가 지각변동을 맞고 있는 시기에 산업과 노동, 그리고 한국 사회의 내일을 위한 정책대안이 담겨 있다고 보기에는 편향적이다. 정부의 역할인 사회적 메시지 제시를 통한 협의나 합의는 실종됐다.

승자가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노동의 위기가 점점 커져가면서 노동조합은 파업이라는 형식을 통해 저항에 나섰고, 정권과 자본은 노동의 양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간극은 넓고 깊다.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충돌의 전운이 감돈다. 이 충돌에서 누군가는 이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사회의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참여와혁신>이 이 시점에 ‘파업’을 화두로 꺼낸 것은 파업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파업이라는 현재의 현상을 통해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노동의 위기는 노동의 위기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전체를 서서히 덮어가고 있는 이 위기의 해법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이 2016년 8월에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금속노조는 부분파업에 들어갔고, 금융노조는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열기와 긴장감이 서서히 몰려든다. 한 켠에서는 파업이라는 투쟁방식에 대해 끈적거리는 날씨 대하듯 짜증으로 반응한다. 배 부른 ‘수퍼을’ 노동자들의 투정이라는 것이 ‘여론’이다. 다른 한 켠에서는 위기의 와중에 파업이 웬 말이냐며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지른다. 정부와 경영계가 이 편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