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춤으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하는 산업안전 전문가
탈춤으로 근골격계 질환 예방하는 산업안전 전문가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6.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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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완식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교육원 교수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 송파산대놀이 인간문화재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 것이다. 그렇다면 어제는 ‘살았었던’ 이미 죽은 시간일까? 어제가 없이 오늘과 내일은 없다. 어떤 사람은 어제를 잊어버리지만 어떤 사람은 어제를 오늘과 내일로 다시 살려낸다.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인간문화재도 그런 사람들이다. 올해 8월, 중요 무형문화재 제49호 송파산대놀이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함완식(51) 교수 또한 그렇다. 함 교수가 특별한 것은 그의 ‘일’이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교육원 교수라는 점이다.

 

 III 내 몸에 흐르는 피 ‘송파’

“외가가 송파라 내 몸 절반에는 송파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습니다. 신토불이인거죠.” 송파산대놀이의 8번째 인간문화재(6명은 작고)인 함완식 교수가 송파산대놀이를 배우게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송파에서 태어나고 방학 때마다 뛰어놀아 지역적 특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고등학교 졸업 후 전수관을 찾아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특기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33년이 흐른 지금까지 함 교수의 토요일엔 오직 하나의 스케줄만 존재한다. 오후 4시~6시까지 송파산대놀이 공연장에서의 무료공연. 주말이 가장 바쁜 20살 청년시절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연히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토요일이면 으레 발길이 공연장으로 향했다.

 

함 교수에게 토요일 공연봉사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는 것과 같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주말 공연봉사로 빠진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평일엔 더 열심히 공부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여전히 매일 바쁘다”는 함 교수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한다. 33년간 한결같았던 성실함이 그를 인간문화재로 만들었다.

 

III 산업보건 ‘황무지’에 들여놓은 발

 ‘무조건 열심히 한다’는 함 교수의 성실함은 불과 20년 전만해도 ‘황무지’였던 산업보건 분야에 나무를 심고 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들어서 산업보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80년대 초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돼 1984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이 이뤄졌다. 말 그대로 ‘황무지’였다.

 

1984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함 교수는 주위의 권유로 산업보건에 발을 들여놓았다. 노동부 산업보건국 산업보건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현재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교육원 부교수까지 함 교수는 18년에 걸친 우리나라 산업보건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20년이 그렇게 빨리 바뀌기가 쉽지 않은데, 지난 18년 동안 작업장의 산업보건이 획기적으로 변했어요. 옛날에는 작업장에 유해물질도 많고, 소음도 심하고 그랬잖아요. 지금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함 교수는 산업보건전문가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이해와 운영에 대한 것, 산업보건 실무 등을 두루 섭렵했다.

 

“건강보호의 가장 기초는 유해화학물질을 정화시켜 내보내는 것입니다. 작업환경이 좋아지면 건강도 좋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III 전통 탈춤으로 작업장에 건강을

산업보건에서 함 교수의 노력과 성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997년부터 근골격계 문제가 나오자 송파산대놀이의 춤사위를 통해 근골격계 예방에 나선 것이다. “어깨, 허리 등이 아픈 것은 근육이 강화가 안 돼서라고 봐요. 차라리 근육을 풀어주는 것보다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방법을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 그래서 온 몸을 크게 움직이며 활동량이 많은 탈춤 춤사위를 시도하게 된 거죠.”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춤사위를 이용한 요통예방 전문과정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 교육은 2003년 개발도상국 안전보건관계자 연수 때도 진행됐다. 연수를 받았던 태국 의사는 요통예방탈춤을 태국 의학저널에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았던 사람 중엔 더 정통으로 배우고 싶다며 전수자가 되기도 했다. 춤사위를 통한 운동법은 육체적인 건강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장단에 맞춘 운동은 스트레스는 풀어주고, 활기는 불어넣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공학적인 것과 문화예술적인 것은 완전히 반대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밑으로 내려가 보니까 지하수맥은 다 연결되어 있더라고요. 산업안전공단이 향하고 있는 것이나 전통예술이 향하고 있는 목표가 같아요.” 전통탈춤으로 건강해지는 작업장의 사례들을 보면서 함 교수 또한 새로운 길들을 보았다고 한다.

 

III 살아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놀이를 하기 전에 ‘눈도 티도 보지 마시고, 손톱 눈 하나 틴 사람 없이 무사히 끝나게 하여 주시옵기를 신령님께 비옵니다’라며 고사를 지내요. 그때마다 ‘아 이게 산업안전공단이 하고 있는 그거야!’라고 생각합니다.” 함 교수는 산업보건이든 전통예술이든 결국에 추구하는 것은 ‘삶의 가치’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올바른 사회적 가치가 만들어져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되는 게 인간의 목표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함 교수는 그 길을 만들었다. 문화적으로 소외됐던 사람들에게 전통 탈춤 춤사위를 통해 그들의 건강도 지키고 전통예술도 전수해 사람도 살리고 문화도 살렸다. 현재와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되기 쉬운 전통예술계에 새로운 전파방법을 보여줘 숨통을 틔웠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런 그는 늘 똑같이 우리 주위에 머물며 생명을 주는 ‘공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