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들의 봉사, 지역을 훈훈히 덥히다
집배원들의 봉사, 지역을 훈훈히 덥히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10.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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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 노인의 날 맞아 경로잔치 열어
[사건]서울도봉우체국 경로잔치

움츠러든 경제 탓일까, 어지러운 정치 탓일까. 지면을 장식하는 소식에서 듣기 좋은 얘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하고 여유가 없어지는가 보다. 그런 가운데 평소 꾸준하고 남다른(?) 선행을 이어오는 이들의 소식이 마음을 조금이나마 훈훈하게 덥힌다. 서울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이 바로 이번 따뜻한 소식의 주인공들이다. 

▲ 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 노인의 날 맞이 경로잔치

쌍문동 일대 200여 어르신 초청

주말과 개천절 공휴일 낀 연휴의 시작이었던 지난 10월 1일.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위치한 서울도봉우체국 주변이 아침부터 분주해졌다. 머리가 하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서 우체국을 찾아 발길을 서두르셨다. 우체국 3층 강당을 찾으니 200여 석의 좌석이 금세 가득찼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서울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단장 박종식)은 1일 오전 인근 쌍문 1동, 쌍문 3동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노인의 날 맞이 경로잔치를 열었다.

이날 경로잔치는 어울림공연단의 국악한마당을 시작으로 집배원 가수의 노래 공연, 어르신들의 노래 자랑, 초대가수 공연 등으로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었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개그맨 서원섭 씨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어르신들의 폭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경로잔치를 찾은 어르신들은 흥미롭게 준비된 프로그램을 보면서 어깨춤을 추며 박수를 치기도 했고, 흥이 오른 어르신들은 무대 앞쪽으로 나와 춤을 추기도 했다.

이날 경로잔치의 메인 프로그램은 사전에 신청을 받아 진행한 어르신들의 노래 자랑 시간이었다. 모두 15분의 어르신들이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다소 긴장하여 박자를 놓치기도 하고, 실수가 있어도 개의치 않고 노래를 마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노래 자랑의 심사 역시 ‘당당함’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가르기도 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된 경로잔치 프로그램이 끝나고, 스마일봉사단이 정성껏 사골을 우려 준비한 설렁탕과 떡, 과일 등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또 모든 어르신들께 치약과 칫솔 등 소정의 기념품을 챙겨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점심식사의 대접은 우체국 3층 강당 옆의 구내식당에서 준비됐다. 경로잔치 행사가 끝나고 한꺼번에 많은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하는 분주한 상황이었지만, 평소의 봉사활동으로 단련된 스마일봉사단 회원들에게 이 정도야 문제가 아니었다.

대접에 밥과 사리, 고명을 얹고 뜨끈한 국물을 부어 내는 배식 담당, 밑반찬과 과일, 떡을 접시에 나눠 담는 이들, 어르신들에게 정성어린 인사를 건네며 상차림을 도맡는 이들, 한 켠에서 연신 비눗물에 손을 담근 채 설거지에 몰두하는 회원들.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재빠르게 손을 놀리는 회원들의 모습은 일사분란하기 그지없었다. 이날 경로잔치에 참석한 한 어르신은 “우체국에서 이렇게 노인들을 불러 흥겹고 재밌는 자리를 만들어 준 것도 고마운데, 맛있는 점심식사에 선물까지 주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다”고 기뻐했다.

▲ 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 노인의 날 맞이 경로잔치

우편물을 배달하며 관할구역을 집집마다 들러야 하는 집배원들은 서울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미담과 선행 사례들을 낳고 있다. 특히 사회가 고령화, 핵가족화 되면서 독거노인들이 늘어나 생기는 문제들에 집배원들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경로잔치의 경우에도, 지자체 사회복지사와 집배원들이 논의해 초대할 어르신들을 선별하기도 했다. 그만큼 맡은 구역에 대해 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도봉우체국 스마일봉사단은 오늘 경로잔치가 아니더라도 평소 꾸준히 우리 사회 곳곳의 어려운 이들을 찾아 봉사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독거노인들을 찾아 청소와 목욕, 집수리 등을 자청하기도 하고, 시설을 찾아 어려운 이들을 위문하기도 한다. 스마일봉사단은 매달 회원들이 회비 1만 원씩을 갹출하여 운영되고 있다.

효자 동네 아름다운 역사를 더하다

서울도봉우체국은 지금의 쌍문동 새 건물에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매년 노인의 날을 즈음에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하던 경로잔치는 지난해의 경우 메르스 사태와 우체국의 이사 등의 문제로 한 해를 걸렀다. 서울도봉우체국이 위치한 쌍문동의 지명은 옛날 이 곳에 살던 남궁 씨 부자가 효성이 지극해 효자문 두 개가 서게 된 것에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서울도봉우체국의 노인 대상 봉사활동은 효심의 고장으로 이름난 쌍문동에 아름다운 역사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