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양 공사 노조 3일 만에 파업 중단, 왜?
서울지하철 양 공사 노조 3일 만에 파업 중단, 왜?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6.10.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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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아닌 ‘집단교섭’이 보여준 원칙의 중요성
[인터뷰]서울지하철 양 공사 노조 위원장

지난 27일 공공운수노조가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퇴출제 도입에 반발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의 파업은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 서울도시철도노조, 부산지하철노조 등 궤도사업장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또한 ‘22년 만의 철도·지하철 동시파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 양 공사 노조는 파업 돌입 3일 후인 지난 30일 일제히 현장에 복귀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 집단교섭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파업 돌입을 앞두고 진행된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과 명순필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 인터뷰에서 무엇이 파업 장기화를 막은 공신인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인터뷰는 각각 지난 9월 26일과 21일에 진행됐다.
 

▲ 서울도시철도노조는 지난 9월 27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파업 앞둔 노조의 고민, ‘복수노조’와 ‘통합 후 첫 파업’

서울지하철 양 공사 노조의 파업이 처음부터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파업’에 방점이 찍힌 것은 아니었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양 공사 통합 추진 무산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범한 보궐집행부가 복수노조 체제 하에서 어떻게 파업을 조직할지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최병윤 위원장은 보궐집행부라는 점은 파업 준비과정에서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만큼 현장 조합원들이 성과연봉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지하철노조(1노조·5,500여 명)와 서울메트로노조(2노조·2,400여 명) 둘 중에서 어느 한 곳만 파업할 경우 한 그 효과가 크게 줄어들 거라는 우려는 있었다.

▲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정부가 태도를 변화하지 않는 한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조합원들이 인식을 하고 있었다. 물론 얼마만큼 참여율이 나올 거냐는 고민을 가지고 두 달 정도 현장을 다녔는데, 보궐이기 때문에 어려웠고 아니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닌 걸로 확인했다.

우리가 복수노조 상황에서 과거에 따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양쪽 결과를 합산하면 참여율이 저조했는데, 이번에는 양 노조 조직 단위에서 조직결의도 마쳤고 위원장들이 합의서명까지 했다. 임금손실이 발생했을 때 양 노조가 함께 책임지기로 합의했고, 그 결과 찬성률도 83%로 비교적 높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고민은 있다. 복수노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 4년 동안 생긴 상처, 아픔, 불신이 완전히 해소된 상태는 아니다.” (최병윤 위원장)

서울도시철도노조는 3개의 조직으로 갈라져 있다가 지난해 7월 통합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조직을 하나로 합친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한꺼번에 융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대해 명순필 위원장은 오히려 노동조합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또 추후에 공사통합 논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파업이라는) 과정이 항상 위험한 게 있다. 파업을 거치고 나면 내부갈등이 발생하든지, 내가 모르는 외부의 압력이나 징계에 의해 조직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내부에서는 이걸 기회로 조직을 깰 수도 있고. 반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잘만 하면 더 단결할 수도 있지 않겠나. 예컨대 국민건강보험노조가 7월에 지역별 순환파업을 하면서 복수노조 시절의 출신 조직에 상관없이 하나가 됐다고 한다.

이번 파업을 조직하면서 100% 승리는 없다, 하지만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더 클 거라는 얘기를 했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난다고 보지는 않는다. 10월, 11월, 12월까지 이어질 거고, 앞으로 공사통합 논의가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계속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는 없다.” (명순필 위원장)

‘까라면 까’라는 중앙정부, 서울시는 달랐다?

9월 말 달력은 공공·금융기관 노조의 총파업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22일 한국노총 공공노련이 파업 집회를 열었고, 금융노조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이어 27일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8일에는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고, 29일에는 공공운수노조와 한국노총 공공연맹 소속 조합원 6만여 명이 서울 여의도공원에 모였다. 이들 공공·금융부문 노조가 양대 노총을 불문하고 내건 단일 구호는 ‘해고연봉제 저지’였다. 이른바 성과연봉제, 그리고 이와 연동된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막겠다는 게 이들이 파업에 돌입한 이유다.

정부는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정부와의 대화 창구가 닫힌 상황에서 더 강도 높은 투쟁을 외쳤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 이사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가 의결된 상황에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이라는 위기감에 노동계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쳤다.

“성과연봉제·퇴출제 저지”라는 하나의 구호를 내세웠지만, 파업에 돌입하는 단위사업장 마다 제각기 다른 사정을 갖고 있었다. 금융권에서는 관리자가 성과연봉제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강요하는가 하면 사용자들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탈퇴가 줄을 이으며 산별교섭 체제 자체가 사실상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지난 2013년 말 최장기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는 당시의 상흔을 딛고 3년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 상황이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의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와 서울도시철도노조는 박원순 시장이 “성과연봉제는 임금체계이므로 노사합의가 원칙”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면서 ‘강 대 강’ 구도를 피할 수 있는 해법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예외적으로 서울시 산하 공기업 5곳에서는 이사회를 통한 성과연봉제 강행 논란도 없었다. 물론 당사자인 노조는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입지와 선을 잇는 모양새다.

“현재 서울시하고 노정관계가 깨진 건 아니다. 서로의 룰을 지켜주고 있다. 언제든지 협상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는 거다. 반대로 중앙공기업에서는 불법이사회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다. 우리는 불법이사회가 없었기 때문에 투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서울시는 노사 대화라는 원칙적인 부분만 제시하고 있는 거고, 결국은 중앙부처인 기재부나 행자부가 지침을 철회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박원순 시장이 현 정부와 대립구조를 만들어 나가려는 측면도 있는데, 임금체계 개편 관련해서 정부에서 성과연봉제를 이야기하지만 대안을 한 번 고민해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박원순 시장 나름대로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추측컨대 새로운 모델이라고 하면서 자기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명순필 위원장)

그런데 지난 2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한국노총 공공연맹의 총파업대회가 진행되던 중, 공공운수노조로부터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등 지방공기업, 성과퇴출제 도입 않기로 노사합의”라는 내용이었다. 27일에 파업에 돌입한 이후 이틀 만이었다.

<서울시 투자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집단교섭 노사·합의안>

서울특별시 투자기관 사용자(서울메트로,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지방공기업노동조합연맹, 서울특별시투자기관노동조합(서울지하철노동조합,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서울특별시시설관리공단노동조합,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노동조합, 서울주택도시공사노동조합)은 상호 신뢰와 성실을 바탕으로 공공성과 시민안전 강화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➊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노사합의로 결정한다.
➋ 저성과자 퇴출제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는 제도는 시행하지 않는다.
➌ 지방공기업의 자율경영 확대 및 중앙정부 공공기관과의 처우 격차 해소를 위하여 노력한다.
➍ 상기항목의 이행을 위해 서울시,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다.

2016. 9. 29.
노사대표 연서명

‘찍어 누르기’ 아닌 대화가 결실을 맺는다

서울지하철 양 공사 노조가 조기에 파업을 마무리한 데에는 공적 조정과 함께 사적 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작용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는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이전에 노사가 조정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 노동위원회에 설치된 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을 공적 조정, 제3자 혹은 단체를 통한 조정을 사적 조정이라고 한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 5곳(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시시설관리공단·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의 노사는 지난 8월 19일 성과연봉제 교섭을 시작했다. 교섭은 각 노조가 성과연봉제 관련 교섭권을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와 전국지방공기업노조연맹에 위임했기 때문에 집단교섭 형태로 이루어졌다.

▲ 명순필 서울도시철도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중앙공기업뿐만 아니라 지방공기업까지 포함해서 모든 곳이 불법 이사회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한 상황이었고, 유일하게 서울시 산하 기관만 집단교섭을 진행했다. 박원순 시장이 성과연봉제 관련해 찬성, 반대를 떠나서 노사합의에 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받아들인 거다. 8월 19일부터 집단교섭을 시작해서 9월 8일에 끝났다. 곧바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사적 조정을 신고하고, 집단교섭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9일부터 사적 조정에 들어갔다. 23일에 사적 조정 결과에 따라서 27일부터 시기집중 파업에 들어간다.” (명순필 위원장)

예정대로 서울지하철 양 공사 노조가 27일에 파업에 돌입하긴 했지만, 파업 이튿날인 28일에도 사후 조정이 이루어졌다. 사적 조정의 경우 조정이 끝난 뒤에도 추가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업 사흘째인 29일, 서울시 산하 기관 노사는 다시 한 자리에 모였고, 극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노사 합의로 결정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를 합의’했다는 점에서 추후에 갈등이 발생할 여지는 남아있다.

한편 서울시는 30일 논평을 내고 “노동정책은 노사간 자율적이고 충분한 협의의 기반 위에 서야 최종적인 성공에 이를 수 있다”며 “특히 성과연봉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조건의 근간을 변경하는 일이기 때문에 노사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 노사의 합의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행정자치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지하철 파업 종료로 시민들의 불편이 최소화된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119개 국가공공기관과 143개 지방공기업 중 유일하게 서울시 산하 5개 공기업만 성과연봉제를 미도입했다”고 비판했다. 그 다음이 압권이다. 행자부는 “성과연봉제 도입방식을 노사합의만으로 한정한 결과, 노조의 대화 거부 시 성과연봉제 도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의 관점에서 흔들림 없이 공공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며, 연내 미도입 기관에 대한 총인건비 동결 및 경영평가 감점 등 페널티를 지속적으로 부여하고, 조기에 도입한 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워 보인다. 그럴수록 사회적 합의, 신뢰 등의 가치는 점점 멀어져 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