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바꿔 놓을 미래의 일자리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바꿔 놓을 미래의 일자리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6.12.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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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44.7%, 내 일자리 줄어들 것?

2026년 어느 날 아침 직장인 A씨의 출근시간. 문지방 옆 터치스크린을 몇 번 두드리자 차고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가 스스로 시동을 걸고 현관 앞으로 온다. 목적지를 전달받은 차량이 최단 경로를 계산한 후 도로에 나선다. 하얀색 차선 표시를 센서로 읽어들여 직선으로 달리며, 이웃 차량들이 전송해주는 위치를 받아 효율적인 차량 간격을 지킨다. 회사에 도착하면 스스로 주차할 장소를 찾아 ‘셀프 주차’도 마친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의 거의 모든 핵심 요소가 한데 집약된 ‘총아’로 꼽힌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차량은 주변 차량 위치, 전체 교통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내재된 인공지능(AI)이 이들 정보를 분석해 최적 경로와 차량 간격 등을 계산해 차를 움직인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하려면 빅데이터 기술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는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 2100만여 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지난 6월 내놨다. 불과 2년 전인 2014년 IHS가 예측한 2035년 시장 규모는 1200만여 대였다. BMW, GM, 도요타,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고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단 자율주행차가 일상화되면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소유’에서 ‘공유’로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값비싼 유지비용을 내가면서 ‘내 차’를 소유하기보다 카셰어링(차량 공유) 앱으로 다른 이의 자율주행차를 분 단위로 빌려 타는 편이 싸게 먹힐 수 있어서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2014년 약 490만 명이었던 카셰어링 이용자가 2020년 2,600만여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심지어 자동차 생산 방식 그 자체가 진화하는 흐름도 엿보인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기존 방식이 아닌 ‘3D프린터 기반 주문제작’ 방식으로 차량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차를 만들 수 있는 데다, 생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는 혁신을 이뤘다.

자동차도 3D프린터로 주문 제작

자동차 이외 분야에서는 로봇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로봇 ‘페퍼(Pepper)’는 이미 사람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인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단계에 도달했다. 은행 창구나 패스트푸드 판매점에서 고객의 주문을 받을 수 있으며, 환자와 대화하면서 약 복용 여부 등을 알려줄 수 있다.

이제까지 로봇 시장은 로봇의 ‘기능적 한계’ 탓에 용접로봇 등 산업용 제품 위주로 커 왔다. 하지만 그런 한계가 사라진다면 지금껏 없던 다양한 용도를 가진,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용 로봇이 주류에 설 수 있다. 당장 지난 2014년 일본 내 서비스용 로봇 수요는 600억엔 수준으로 산업용 로봇(약 6000억 엔)의 10%에 그쳤다. 하지만 오는 2020년에는 서비스용 로봇 수요가 1조 2,000억 엔 수준까지 폭증해 산업용 로봇과 어깨를 나란히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노약자·하반신 마비환자 등 혼자 힘으로 일어서기 힘든 이동 약자를 돕는 로봇이 현실화 단계다. 착용한 사람의 동작 의도를 감지해 근력을 보조하거나 증폭해 주는 방식이다.

로봇 인공지능은 금융업계에서도 활약 폭을 넓히고 있다. 자산관리·투자를 대신해주는 프로그램 ‘로보어드바이저’가 그 주역이다. 이런 ‘돈 벌어주는 로봇’은 사람에 필적하는 실적, 차별화된 자동화 서비스를 무기 삼아 쓰임새가 꾸준히 늘고 있다.

당장 매일경제·신한금융투자 주최로 올해 4월부터 반년 간 치러진 ‘로봇 vs 인간 실전투자대회’ 영예의 1위는 인간이 아닌 로보어드바이저였다. 위즈도메인이 개발한 ‘위즈봇 1호’가 수익률 2.7%를 기록해 2위를 차지한 인간 금융 전문가팀 ‘한국투자네비게이터’(수익률 1.8%)를 제친 것이다. 이미 한국에선 쿼터백투자자문·디셈버앤컴퍼니 등 전문 업체 6곳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로봇 펀드’를 출시한 상태다.

우리은행·신한은행·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도 고객 자산을 분석해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챗봇(채팅형 로봇)’ 개발을 추진해 올해 말~내년 초 세간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통역앱으로 언어 장벽 사라져

4차 산업혁명이 정점에 다다르면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가 계속될 경우 사람이 말만 하면 자연스러운 외국어로 옮겨주는 휴대용 통역앱이 수년 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3D프린터도 4차 산업혁명의 유망주로 꼽히는 분야다. 기기 도면만 있으면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바로 찍어내는 ‘꿈 같은 삶’이 가능해진다. 산업 분야에서도 전자기기 부품 등 정교한 물품을 즉석에서 찍어낼 수 있어 완제품을 다른 곳에서 번거롭게 수송해올 필요가 없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특정 고객이 원하는 바를 컴퓨터가 체크해 ‘취향 저격’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 진정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열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빅뱅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활양식 출현과 소득 증가 등 막대한 혜택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기존 일자리 소멸, 기술 격차 확대에 따른 국가·지역·계층 간 불균형 등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세계 주요 15개국에서 향후 5년간 약 71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약 200만개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해 전 인류에 충격을 안겼다. 예컨대 병원에서 고객 응대, 의사 보조에 쓰이는 AI가 늘어날수록 간호사나 행정 직원이 설 자리는 줄어든다. 물건의 ‘즉석 생산’을 가능케 하는 3D프린터는 기존 유통 시스템을 뒤바꿔 물류 노동자, 제품 추천을 맡는 매장 매니저를 실업 위험에 몰아넣는다. 외국어 통·번역 일자리는 학술·외교 등 특수 전문 분야를 제외하고 1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 상태다.

유엔(UN) 미래위원회는 지난 1월 발표한 ‘유엔 미래보고서 2045’에서 30년 후 AI가 인간을 대신할 직업군으로 의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통·번역사, 기자, 금융 컨설턴트 등을 꼽았다.

창의성·직관은 인간 고유영역

하지만 감정·창의성·직관 등 ‘인간만이 가진’ 역량을 중요시하는 직업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AI로 대체하기에 실용적이지 않거나 사교적이며, 형이상학적인 직업일수록 미래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인공지능 로봇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가, 모바일 앱 개발자, 교사 등을 예로 들었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유길상)은 인공지능, 첨단기술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일자리 증감 여부, 수행업무 변화)에 대하여 직업인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2016년 7월 직업군(23개 직종)별로 종사자 수가 많은 대표 직업의 재직자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이다.

설문결과, 응답자의 44.7%는 인공지능과 첨단기술 때문에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기술적 변화에도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3.0%에 불과했다.

한편, 기술적 요인에 의해 향후 종사하는 직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직종별로 달랐다. 금융/보험관련직(81.8%), 화학관련직(63.6%), 재료관련직(61.4%)에서 기술적 요인에 의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 평균(44.7%)보다 높게 나타났다. 금융권 종사자의 일자리 감소 예상이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된 것처럼 금융권에서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와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업무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재료관련직(용접원, 도장기조작원)과 화학관련직(화학제품생산기조작원 등) 종사자들은 기술적 요인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복지 및 종교관련직(사회복지사, 보육교사, 성직자 등)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감소가 가장 적을 것(13.6%)으로 전망되었다.

기술적 변화요인(전산화/자동화/인공지능 등) 때문에 현재 ‘업무의 약 1/4 정도가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3.4%로 가장 많았으며 ‘대체불가능하다’는 응답은 약 20.0%, ‘업무의 1/2 이상이 대체가능하다’는 응답은 26.7%였다.

한편, 사회복지 및 종교관련직은 기술적 요인에 의해 현재 수행하는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9.0%인 반면 금융/보험관련직은 ‘대체불가능하다’는 응답이 0%로 나타나, 직종별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술적 변화에 대하여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완벽히 준비가 되어 있거나(1.1%), 준비가 되어 있는(14.3%) 직업종사자는 일부였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44.9%) 혹은 약간의 준비만 되어 있어(35.0%), 대부분의 직업종사자(10명 중 8명 가량)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다수의 직업종사자들은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며 수행하는 업무의 일부가 대체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등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미래 신기술 분야 인력양성을 확대할 예정이나, 민관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선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모습이 어떠할 것인가? 과연 낙관적일까 비관적일까에 대해 논하는 것은 호사가들에게 맡겨 두더라도,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달, 공학과 정보처리기술의 융합으로 인한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몰고 올 파장이 매우 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곧 밀려올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마주하며, 인간의 노동은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의미로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