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는 항상 시대정신과 함께 했다
전교조는 항상 시대정신과 함께 했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1.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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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의 미래 좌우할 2017년, 남다른 무게감
[인터뷰]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어깨가 무겁다.”

지난 12월 12일 당선증을 교부받은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신임 위원장이 한 말이다. 그는 임기 시작에 앞서 각오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선거 당시 조창익-박옥주 후보는 “전교조가 움직이면 세상이 바뀝니다”를 핵심 구호로 법외노조 철회 및 노동·정치기본권 쟁취를 비롯한 ‘10대 공약’을 내걸었다. 그렇지만 당장 시급한 사안인 ‘법외노조’ 꼬리표를 떼는 것부터 하부조직인 분회와 지회를 복원하는 일까지 18대 전교조 집행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조합원들의 선택, 시대정신 담겨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선택한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조합원 동지들의 선택은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에 기반을 두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쌓였던 온갖 적폐를 청산하라는 갈망이 있었고,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라는 조합원들의 명령이 반영된 것이다. 또 상당수의 조합원들이 각급 조직끼리의 의사소통, 그리고 본부와 지부-지회-분회로 이어지는 의사소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직 내부의 과제를 해결하는 한편, 조합원들의 선택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빼앗겼던 조합원들의 권리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본다.

전교조와 이른바 ‘촛불정신’이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27년 전에 한 중학생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쓰고 세상을 달리 했을 때, 그 아픔에 기반을 두고 탄생한 게 전교조다. 전교조는 1989년 1,500여 명의 해직교사를 안고서 탄생했다. 동시에 반독재·민주화라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다.

지금 교실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촛불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일부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시국을 비판하는 대자보나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피켓을 붙이는 일도 있다. 촛불집회에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하고, 광장에 나가자는 이야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분명 지금이 역동적인 때임에는 틀림이 없다. 촛불정신이 하나의 시대정신이라고 한다면, 이는 교육사적으로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수차례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교실이라는 공간이 촛불공간으로 전화되는 기쁨을 맛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것이 전교조의 많은 선생님들이 수십 년 간 아이들에게 가르쳐 왔던 참교육 정신이 발현된 것이라는 점에서 뿌듯하게 생각한다. 단기간에 드러난 현상이라기보다 장기간 누적돼 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오히려 선생님들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금치산자가 돼서 자유롭게 발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법외노조’,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돌파할 것

이번 선거의 열 가지 공약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무엇인가?

우선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의 정상적 활동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외노조 철회가 1번 공약으로 실현돼야 한다. 전교조는 지금 비정상적으로 탄압을 받고 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을 통해 드러났듯 전교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의한 지속적인 사찰과 감시가 이루어진 정황들이 발견되고 있다. 6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2회, 그러니까 나흘에 한 번꼴로 청와대가 전교조를 관찰하면서 여러 기관에 압력을 넣은 기록이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비망록을 보면 고등법원이 법외노조 처분 취소 청구소송 판결을 내기 전에 전교조에 대한 언급이 있고, 그대로 판결이 나왔다. 그리고 노동부나 교육부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슬이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결국 박근혜, 김기춘을 직권남용죄로 형사고발까지 하게 됐다.

전교조는 6만 조합원 중에 아홉 명의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가 된 건데, 이건 상식에도 맞지 않고 과도한 행정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헌법재판소가 현행 교원노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통보돼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는 확신할 수가 없다면서 최종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법치가 무너진 상태에서 법외노조 통보가 진행됐기 때문에 우리는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것이고,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법외노조 처분 취소 청구소송’ 3심 재판에 대비해야 할 텐데, 계획은 무엇인지?

전 집행부에서 이미 대부분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물론 더 면밀하게 대비해야 할 거다. 특히 최근에 논란이 된 비망록에 전교조가 수차례 언급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대법원으로 하여금 사법기관의 독립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정상적인 판결을 촉구할 예정이다.

만약 법외노조 처분 취소라는 정당한 판결이 나오면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선에서 조합을 운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교원노조법이 절름발이법이기 때문에 개정을 추진하겠다. 반대로 1·2심 판결을 따라 소송이 기각되더라도 교원노조법 개정을 통해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두 개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것인데, 두 법안이 어떻게 다른가?

하나는 거부감 없이 통과될 수 있는 법안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예민할 수 있는 법안이다. 일종의 전략인 셈인데, 홍영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비교적 통과 가능성이 높은 안, 예를 들면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교원노조의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정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교사의 정치기본권 및 단체행동권 보장과 더불어 단체협약 범위에 교육정책이나 교육청 예산까지도 포함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두 가지 법안이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섞일 수도 있고, 하나를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접근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두 개의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을 전부 다 포괄하는 쪽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가령 교육기관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서 제한적으로나마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연가를 내거나 조퇴를 하는 방식의 투쟁이 아니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서 교육의 기본적 질서를 유지하되 의사 표현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노동기본권을 확립한다고 볼 수 있다.

▲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의사소통 구조 변화로 소통의 ‘동맥경화’ 푼다

한때 10만 명에 육박했던 조합원 수가 지금은 6만여 명으로 줄었고, 내부에서는 분회나 지회 같은 하부조직의 붕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앞에서 잠깐 언급됐던 조직 내부의 과제이기도 할 텐데, 어떤 해결방안이 있을까?

이른바 조직 내 민주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책은 분회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분회는 학교 단위의 선생님들이 모이는 곳이고, 여기서 자기 이야기를 중심으로 교육문제를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분회 활동이 잘 되는 학교가 많지는 않다. 과거에는 분회가 투쟁의 최전선이었고, 각 분회의 사례를 모아서 본부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는 여러 가지로 동맥경화 현상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방안의 하나로 조직 내 의사소통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내세웠던 것이 ‘현장사업 모니터링단’이나 정책대의원대회, ‘민주주의 플랫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와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기초 조직인 분회와 지회의 골간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테면 민주주의 플랫폼의 경우 전교조 내의 초등, 중등, 사립 같은 여러 단위의 특수성을 묶어내는 방식이다. 민주주의 플랫폼을 통해 조합원들이 대면하지 않고서도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내놓고, 그것을 정갈하게 다듬어 하나의 새로운 하나의 결의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보조적이기 때문에 조직 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고, 다른 대안이 함께 실행돼야 한다.

지난 12월 12일 기자회견에서 서울교사노조 출범에 대해 “노동운동 발전에 따른 분화의 한 형태”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향후 서울교사노조와는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 계획인가?

선생님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합법공간이다. 법외노조와 달리 합법노조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겠다거나 활동도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한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원칙이나 취지와 관한 부분이고, 따라서 우리는 견해를 조금 달리 한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존중한다. 앞으로 전교조가 다시 합법화 된다면 서울교사노조의 선생님들과 교집합이 발생하지 않겠나. 그 점에서 충분히 공동 활동을 모색하고, 종국에는 선생님들의 법외노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해소된다면 전교조와 함께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