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력단절을 막아라
여성 경력단절을 막아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1.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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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 지원보다 경력단절 예방이 우선
[사건] 여성 경력단절

한국은 늙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202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노동력부족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적 자원이 강조되는 21세기에 노동력부족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논의되는 많은 대책 중 최선책은 바로 ‘여성인력의 활용’이다.

경력이 단절된 여성, 이른바 ‘경단녀’에 대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경단녀 사회·경제적 손실 매년 15조원

13년 동안 195조 원, 연간 15조 원.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여성이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다. 201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발주로 ‘여성 경력단절의 사회적 비용 조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잠시 쉬었다가 임금이 더 낮은 직장에 취업한 데 따른 임금손실액, 재취업에 든 교육훈련비, 정부가 여성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쓰는 예산 등의 비용을 추산했다.

경력단절 이후 임금을 받지 못해서 발생한 손실액이 120조 원(61.5%)으로 가장 컸다.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의 임금 손실액과 재취업 이후 감소한 임금 손실액은 64조 원(32.8%)으로 추정된다. 저출산 고령화시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배척되고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비효율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경단녀 현상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대비 손실 규모가 4.9%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경력단절로 수조 원 단위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경력단절 여성은 30~39세가 108만 1,000명(55.3%)으로 가장 많았고, 40~49세(27.2%), 15~29세(11.2%), 50~54세(6.3%)가 뒤를 이었다.

노동시장에서 차별 받는 여성

여성 대부분이 고등교육을 받는 나라는 드물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고등교육이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성별구분 없이 누구나 대학교육까지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 교육과정에서만큼은 남녀가 평등한 사회다. 그러나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남녀 불평등이 시작된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남녀임금격차가 단적인 예다. 이는 한국의 노동시장 내 성 평등을 제약하는 요소들이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여성고용 문제는 크게 △경력단절로 인한 낮은 경제활동참가율과 △임금 등 고용에 있어서 남녀 간 차별로 나눠볼 수 있다. 여성의 고용을 확대하고 질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다. 주목할 점은 두 범주로 나눈 문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여성고용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남녀 간의 임금 등 고용부분에서의 차별은 근속기간, 종사상 지위, 관리자로 진출 차이와 같은 요소의 영향을 받지만, 경력단절과도 무관하지 않다.

력 단절‘될’, 경력 단절‘당한’ 여성들

여성은 신체적 특성으로 한창 일할 나이에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는다. 육아문제에 있어서도 남성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분위기가 여전하다. 남성보다 여성이 회사를 관둘 외부요소가 많다는 뜻이다. 올해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일·가정양립 지표에 따르면 ‘가사분담은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3.5%로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답한 비율은 남녀 모두 17%대에 그쳤다.

많은 기업이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한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직원을 뽑아 현장에 적합한 업무를 교육시키는 것은 투자인데, 그런 직원이 회사를 관두면 직접적인 손실이기 때문이다. ‘남자친구가 있나요?’, ‘결혼 계획이 있습니까?’, ‘집의 아이가 갑자기 아픈데, 회사에 중요한 미팅이 잡힌다면?’ 면접장에서 유독 여성들에게만 쏠리는 질문들이다. 고용에 있어서 여성은 경력이 단절‘될’ 인력이라는 편견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요즘 16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남성이라는 것 자체가 스펙’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고용에 있어서의 남녀의 차이는 국내 산업 비율과 성별에 따른 전공의 차이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겠지만,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 두는 ‘경단녀’ 현상도 무시할 순 없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남녀 차별의 해소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국사회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을 들여다보면 경력을 단절‘당한’ 여성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확해 보인다.

여성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일하는 시대다. 4인 가구 기준 한 사람만 일을 해도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가능했던 과거의 경제구조와 달리, 오늘날은 맞벌이를 해야 생활해 나갈 수 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보편화된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원인 1순위로 ‘육아부담’이 지목됐다. 2015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여성 취업의 장애요인으로 육아부담이 47.5%,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관행이 21.5%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 조사 결과(육아부담 46,4%, 사회적 편견과 관행 21.4%)와도 큰 변화가 없었다. 올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단녀는 20.6%다. 열 명 중 두 명꼴이다. 경력단절의 주요 사유는 결혼, 육아, 임신·출산 순이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의 주요요인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직장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회, 직장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관건은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

정부는 경력 단절을 예방하기보다는 전제하면서 재취업을 돕는 데 집중한다. 대체인력뱅크, 여성인력계발센터 새로일하기 등의 정책사업이 대표적이다.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일을 하며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모성보호정책’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예방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바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도다. 현재 제도상 직장여성들은 출산휴가 90일(쌍둥이 120일, 유급), 자녀 당 육아휴직 최대 1년(유급)을 사용할 수 있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모든 남녀근로자는 1년의 육아휴직도 가능하다. 출산휴가 제도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포함된 내용이고 육아휴직 제도는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시 도입됐다. 이외 제도의 구체적이 내용은 △태아검진 휴가 △유산사산 휴가 △임신 중 시간외 근로 금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 △배우자 출산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이다. 물론 현재의 출산·육아 관련 제도에는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 있고 계약직 여성노동자와 같은 사각지대도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출산·육아를 위한 제도 자체는 선진국 수준이라 할 만하다.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모성보호 제도

문제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 법으로 명시된 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가 심각하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들은 “출산휴가, 육아휴직만 제대로 보장된다면 경력단절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도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점검하고 실효성을 강화하는 보완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출산휴가 제도만하더라도 사용 비율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출산휴가의 실제 사용률은 고용보험 상의 출산휴가 급여 수령자와 총 신생아 수를 비교해 추정해 볼 수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1년 동안 태어난 아기는 43만 5,300명인데 고용보험에서 출산휴가 급여를 받은 수령자는 9만 507명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대 후반이 71%, 30대가 57%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최소 20만 명 이상이 출산 휴가 급여를 수령했어야 한다. 고용보험에서 제외되는 공무원 수를 감안하더라도 43만 명 출산에 10만 명이 채 안 되는 여성만이 출산휴가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전·도중·후에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은 실제로 상당하다. 이는 ‘서울시직장맘센터(이하 센터)’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전국에서 최초로 운영되고 있는 센터는 직장여성들의 고민을 듣고 상근노무사의 법률적 상담을 지원하는 시 관할 기관이다. 2012년 4월 개소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진행한 상담건수만 7천 건에 달한다. 개인적인 고민을 제외한 직장 내 고충 상담이 84%로 가장 높았고, 이 가운데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에 대한 상담이 83%를 차지했다. 즉, 전제 상담의 70%가 임신 출산 육아 관련한 직장 내 고충상담이었다. 제도별 상담 사례 유형은 차이가 있었다. 출산휴가의 경우 제도자체, 사용방법 등 불안요인에 의한 상담요청이 46%로 가장 많았다. 반면 육아휴직은 육아휴직 미부여, 해고, 사직권고 등을 비롯한 불리한 처우가 60%로 많게 나타났다. 특히 상담자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도중이나 종료 후 해고 등의 불리한 처우로 상담을 요청하고 있었다.

A씨는 임신 5개월째,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갑작스런 해고통보를 받았다. 다가오는 7월까지만 근무하고 출산휴가에 들어갈 계획이었기에 무척 당황했다. 원장이 주장하는 해고 사유는 경영악화였다.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에도 아무런 이야기 없다가 자신의 출산이 다가오니 갑자기 꺼낸 말이었다. 처음에는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법적으로 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7년 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B씨는 출산휴가 두 달째 접어들어 육아 휴직 신청서를 냈다. 법에 명시된 대로 육아 휴직이 시작될 예정일 30일 전에 서면으로 출산휴가 직후 복귀가 어렵게 된 사정을 설명했다. 양가 부모님 등 주변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고, 생후 1년이 된 아이는 너무 어려서 어린이집에 맡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회사는 “출산 휴가 후 두 달 간 결산업무를 해주면 육아 휴직을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B씨는 공공기관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예정한 날 고용노동부에 사측의 육아휴직 미부여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사측에 처벌하겠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회사가 처벌을 받겠다며 무조건 출근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출산휴가가 끝나자 B씨는 연차를 신청하며 회사와 공방을 이어갔으나 결국 연차가 끝난 시점에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C씨는 10년 넘게 근무한 직장에서 육아휴직 후 복귀해 한 달 동안 대기해야 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보직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전 실장 직책이었던 D씨는 이후 상담원으로 발령이 났다. 이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었다. 십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주고 받았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D씨가 다닌 회사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곳이다. 10년 근무한 선배로서 후배들의 희망이 되고 싶어 버텼으나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D씨는 직원이 500명이나 되는 대기업의 철강사업부에서 근무했다. 남자 직원이 다수인 부서에서 C씨는 최초로 출산휴가를 사용한 사람이었다. 이후 육아휴직을 신청했는데 그때부터 부장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는 물론 욕설까지 참아내야 했다. 회사는 일부러 원거리 발령을 냈고 잦은 야근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육아휴직을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난리가 났는데 앞으로 버틸 수 있을지 막막했다. 회사와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불안증세가 나타났고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경력단절 예방책 실효성 강화해야

직장에 다니는 많은 여성들은 사업주와 대립하지 않고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저 바람에 그칠 뿐이다. 사업주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 이를 퇴직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임신 중인 여성은 사업주의 협조를 기대하더라도, 출산에 임박해 휴가 사용을 거절당하거나 심하면 사직을 권고 받는 경우가 많다. 제도를 마련해 두기는 했지만 원활한 운영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마련한 제도를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한 전 단계로 임산부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이후 회사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힐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모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현실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社)내 눈치’ 때문이다. 회사 눈치를 보느라 많은 여성들이 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친가정 정책과 직장 풍토가 대립하는 탓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직장 문화를 바꾸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통해 사회인식의 변화를 끌어 내야 한다.

출산휴가·육아휴직 관련 개정 내용은 19대 국회에서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법안 발의를 시도한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는 같은 당 소속 이용득 의원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센터의 경력단절예방지원단 제도개선위원회가 중점과제로 선정한 4가지 내용을 참고할 만하다.

① 출산휴가·육아휴직 신청 시 휴가 휴직의 개시일까지 사업주가 해당 휴가 휴직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가 휴가나 휴직을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 개정

②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신청 시 사업주와의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국가기관 등 제 3의 기관에 신청하는 절차 신설

③ 임신출산지원시스템 도입을 통해 임신단계에서부터 국가나 공공기관이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출산, 육아 등 그 이후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안내하고 보호하는 방안

④ 육아휴직을 둘러싼 노사 간 분쟁 시 근로자의 조정신청 제도 신설

‘①’은 근로자의 휴직신청 후 ‘30일 이내’에 사업주의 명시적인 허용의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신청한 날부터 합법적인 휴가, 휴직을 인정하도록 규정하자는 것이다. 현재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가 허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근로자들이 원하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예정일에 쉴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사업주의 허용 없이 근로자가 임의로 출산휴가·육아휴직 개시할 경우 무단결근으로 간주된다. 사실상 근로자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해당 사업장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법적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해당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쉴 수 있느냐가 중점이 돼야 한다. 이로써 휴가, 휴직 사용률을 높일 수 있고, 일정한 신청절차와 기한을 둬 사용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사업장의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②’는 근로자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제안 됐다. 임신, 출산, 육아기의 근로자에게 회사와 대립하는 것 자체가 극심한 스트레스다. 모성보호는 물론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가 현실에서 역설적인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래서 ‘②’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신청 자체를 회사뿐만 아니라 고용센터와 같이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도 할 수 있도록 기존 법을 개정해 사업장 내 노사 분쟁을 줄이자는 것이다.

기존에 구축된 ‘임신출산지원시스템’을 활용해 임신출산지원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③’의 제안이다. 임신출산지원시스템이란 임신 사실을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알게 되면 임신 출산일을 사업주도 알도록 하는 것이다.

임산부 개인이 임신사실을 사업주에게 통보하는데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업주에게 국가나 공공기관을 통해 공개적으로 알리면 사업주도 책임감을 느끼고, 직원의 출산 이후 상황에 대해 준비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임산부에게 지급되는 고운맘 카드를 신청하는 은행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영유아건강검진을 미리 알려주는 보건복지부의 제도 △출산휴가 급여와 육아휴직 급여 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앞서 ①, ②, ③에서 언급한 내용이 현행 출산 및 육아를 지원하는 법에 반영된다면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④’의 내용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휴가나 휴직을 사용하게 됐더라도 정해진 기간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휴직 후 복귀를 거부당하는 경우, 복귀했더라도 부당한 발령을 받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모성보호제도를 둘러싼 노사 간 분쟁 발생 시 노동자를 위한 조정신청제도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정제도의 관할기관과 조정위원회의 구성, 조정위원의 자격 등에 대해서는 육아휴직 신청과 사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국가기관의 일원화된 시스템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출산 휴가와 달리 노동자의 신청에 의해 법적 의무가 발생하는 육아휴직의 경우, 사용을 원하는 근로자에게 인사권을 앞세워 육아휴직 사용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조정 업무를 맡는 기관의 권한을 분명히 규정해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센터의 김명희 종합상담팀장은 “상담기관의 역할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모성보호 제도를 요구하다가 직장과 갈등을 겪는 여성에게 법적 권리를 바탕으로 행동지침을 조언할 뿐이다.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처벌할 테면 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사업장의 경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마련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완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법이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데 빈틈이 없도록 촘촘한 그물망을 짜는 것이다. 동시에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수를 현장상황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늘려 근로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