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이끈 ‘경희대분회’
대학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이끈 ‘경희대분회’
  • 김대영 기자
  • 승인 2017.01.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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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자회사 설립으로 청소노동자 정규직 전환
백 부분회장 “학교와 소통하며 윈윈할 것”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경희대분회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소노동자들 곁에는 항상 고용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소노동자 노조, 대학본부, 민간연구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그 결과 학교법인 산하에 자회사를 설립해 청소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른바 ‘경희모델’,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약 1년 6개월,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이 경희대로부터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 기간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동행’이었다. 백영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아래 서경지부) 경희대분회(아래 분회) 부분회장은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연구하자”는 원칙을 고수했고, 실제 대학본부도 분회와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 왼쪽부터 백영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경희대분회 부분회장, 이승영 분회장, 정주희 전 총학생회장, 단재민 전 부총학생회장. ⓒ 백영란 부분회장 제공

‘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 선언ㆍ파기ㆍ합의 수차례 번복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구조 개선 논의의 시작은 2015년 7월이다. 당시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의 제안으로 청소노동자들의 고용구조를 논의하는 ‘사다리포럼’이 구성됐다. 사다리포럼 토론회에서는 5가지의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자회사 설립은 △기존 용역구조 유지 △사회적기업 설립 △무기계약직 △직접고용과 함께 제시된 방안 중 하나였다.

같은 해 10월, 당시 경희대 부총장은 2016년부터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파기됐지만 대학본부는 다시 한 번 자회사 설립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영리법인인 학교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분회는 이 같은 대학본부의 입장 번복에도 참고 기다렸다. 2016년 12월 2일, 이사회에서 자회사 설립에 관한 안건이 상정되기를 기다렸던 분회는 이날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곧장 총장실을 점거했다. 당일 오후 8시경 대학본부는 자회사를 통한 직접고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밝히며 점거 해제를 요구했다. 같은 달 5일, 분회와 대학본부는 자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분회와 대학본부, 소통의 끈 놓지 않으며 신뢰 유지

20일 백영란 부분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19일) 대학본부측과 회의를 하고 왔다. 합의 사항은 잘 추진 중이라는 말을 듣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백 부분회장의 목소리에서 대학본부를 향한 신뢰가 느껴졌다. 경희대 부총장의 자회사 설립 선언 후 합의에 이르기까지 약 1년 6개월이 걸렸지만 백 부분회장은 대학본부의 합의 이행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학교는 ‘이래서 못한다’, ‘저래서 못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우리에게 항상 솔직하게 말했다”며 “자회사 설립 진행 과정은 법적 문제였을 뿐, 학교와 소통은 잘 됐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백 부분회장은 “학교는 (우리와의)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다른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어떤 차이가 있었냐는 질문에 백 부분회장은 “투쟁 방식은 다른 곳과 같았지만 학교의 태도가 달랐다”며 “특히 현직 총장(조인원 총장)의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희대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희망제작소 임규환 변호사의 중재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경희대 청소노동자 손희규 문옥련 이옥경씨. ⓒ 백영란 부분회장 제공

백 부분회장 “학교 믿지만 약속 지켜지도록 활동할 것”

백 부분회장은 대학본부를 믿지만, 그럼에도 대학본부가 약속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지켜보며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소통’과 ‘신뢰’를 강조했다. 백 부분회장은 “앞으로도 학교와 소통하며 서로 윈윈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KLI 노동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32.5%인 627만1,000명이다. 이 중 용역노동자는 65만6,000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10.5%를 차지하고 있다.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은 전체 용역노동자의 극히 일부이지만, 그들의 투쟁과 ‘경희모델’은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2014년에 발표된 한 논문은 서경지부의 대학분회 조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서경지부 사례는 간접고용의 여성노동자들이 조직될 수 있으며 노조 결성을 통해 여성 비정규직의 처지와 삶이 획기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훌륭히 보여주고 있다”(이병훈ㆍ김직수, 2014, <대학 비정규직 전략조직화의 성공요인 분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사례를 중심으로>, 「산업노동연구」 26권 2호)

노동조합 현황


(2017년 1월 기준)

공식명칭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경희대분회
집행부 분회장 : 이승영(2017년 12월 임기 종료)
창립일 2011년 10월 5일
조합원 수 78명
조합비 통상급의 1%
상근자 1명(이승영 분회장)
조합형태 오픈숍
상급단체 민주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