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금속산별, 행보는?
시동 건 금속산별, 행보는?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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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업종별 교섭 본격화되나일단 중앙교섭 ‘샅바싸움’길어질 듯업종교섭 장단점 파악 통한 대비책 마련 필요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14만 조합원을 가진 ‘거대 금속노조’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별 교섭 체계 중심의 한국 노사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체들의 경우 산별교섭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동차업종 단위 교섭이 이루어질 경우 부품업체를 포함한 자동차산업 전체 의제들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

일단 완성차업체들로서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전혀 새로운 교섭 환경을 접하게 된 상황에서 ‘새로운 노사관계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와 ‘극심한 혼란이 안팎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한 자동차업체 임원은 “그간 개별 사업장 차원에서 풀 수 없는데도 노조와의 교섭 때마다 현안으로 불거졌던 비정규직 문제나 부품업체 문제 등을 밖에서 다룰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 업체의 다른 임원은 “산별교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 내부 노사관계 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와의 힘겨루기까지 겹쳐 안팎으로 몰매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결국 같은 기업 내부에서도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 그만큼 현재로서는 산별교섭 자체가 ‘미지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중앙교섭은 어떻게 진행될지, 또 업종별 교섭을 하게 될지, 어떤 의제를 다루게 될지 등에 대한 논란만 분분한 상황이다.

산별 교섭체계 논의 길어질 듯
하지만 아직까지 드러나고 있는 그림은 없다. 금속노조 완성대의원대회가 잡혀 있는 11월 23일까지도 이 문제는 속시원한 해답을 찾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조직체계 등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만 갖춘 채 출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김천욱 수석부위원장은 “중앙교섭에 사용자들을 어떻게 불러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지금, 업종교섭에 대해서는 아직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밝혔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교섭체계에 대해서는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에 있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는데, 이 때도 업종교섭에 대해서는 다루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속산업연맹의 한 관계자는 “결국 교섭체계가 제일 중요한 문제이고, 특히 완성차 업체들을 교섭 테이블로 불러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업종교섭에 대한 고민과 전술 준비도 지금부터 시작돼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현실적으로 자동차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금속산별의 구성상 자동차업종 교섭이 이뤄질 경우 그쪽으로 급격하게 힘의 균형이 쏠리게 되고, 결국 그것은 금속노조 전체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업종별 교섭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업종교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완성차 노조들의 생각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현대차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업종을 중심으로 한 운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업종교섭 중심으로 갈 경우 금속노조 중앙교섭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잘못하면 업종이 본조, 지부, 지회 집행체계를 뛰어넘는 별도의 집행체계를 갖추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금속노조의 공식 체계 속에서 보고 및 집행이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업종 단위의 상시적 협의채널이나 기구를 운영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자동차노조 이남묵 위원장은 완성차노조의 공동 행보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자동차산업의 총체적 위기를 막아내고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 완성4사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노조 정일권 위원장은 좀더 본질적으로 산별체제 자체가 너무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정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산별이 뭐냐고 물으면 10%도 알지 못할 것”이라며 “산별의 올바른 개념을 세워나가는 것부터가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노사관계의 물꼬 역할 기대도
현재의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내년부터 당장 업종별 교섭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속노조 중앙교섭부터 만만치 않은 논란과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런 가운데 업종별 교섭에 나서기에는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별노조의 출범으로 인해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와중에 또다른 시도에 선뜻 나서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우려다.

그러나 업종단위 교섭이 경색된 한국 노사관계의 물꼬를 터줄 수 있다는 시각도 많다. 철강업체 노조의 한 간부는 “솔직히 지금 업종 교섭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대산별이냐 소산별이냐 하는 해묵은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문제는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가 하는 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간부는 “산업공동화나 해당산업 경쟁력 등은 이제 단순히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노사 모두의 생존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업종 노사가 공동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임원도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산별체제를 별로 탐탁치 않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업종교섭의 경우 적극적인 대정부 대응이나 업종 차원의 거시적 시각을 노사가 공유한다는 긍정적 역할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빠른 대비 필요
결국 업종교섭은 노사 모두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상태다. 잘 사용할 경우 모두에게 도움을, 그렇지 않을 경우 모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업종교섭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구체적 실행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닥칠 일을 덮어둔다고 해결점이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2004년에 자동차업종 노사협의기구를 만들기로 했다가 유야무야된 사례가 있다. 만약 이 때 노사가 좀더 적극적으로 이 기구를 활용할 방안을 찾았다면 지금쯤은 모범적인 업종대화 테이블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