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 조합원 뜻 따르지만 ‘묻지마 산별’ 우려
산별, 조합원 뜻 따르지만 ‘묻지마 산별’ 우려
  • 김경아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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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전환배치 문제 푼 후 산별 논의 본격화할 것쌍용자동차노동조합 정일권 위원장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지난 10월 27일 취임식을 치른 쌍용자동차노동조합의 새 수장 정일권 위원장은 당선되면서부터 지난 한 달 동안 험한 산을 앞에 두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라인전환배치 문제가 풀어야 할 난제이다.

현재 회사와 노동조합은 서로의 안을 확인하고 검토하는 중인데,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사업장 내의 복잡한 사정으로 산별전환 논의는 주춤하고 있는 상태. 임기 동안 쌍용자동차를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는 정일권 위원장의 각오를 들어봤다.

당선 이후 어떻게 지냈나?

구조조정에 당면해 있는 중간에 선거를 거치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임단협 이후 계속된 조합원 동력과 열의를 적극적으로 받아서 현안문제에 대해 싸우고 있는 중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전 집행부가 사퇴하면서 조합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 같다. 현장의 갈등을 치유하고 강력한 집행력을 갖기 위한 방안은?

전 위원장들이 구속 수감되고 이로 인해 현장 조합원이 상당한 고통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다른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비단 전직 위원장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가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구조적인 모순이 있었다.

이에 대해 나를 포함한 모든 현장활동가들이 함께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보면 좋겠다. 이제 제일 중요한 문제는 도덕성 회복이다.

그런 열망을 하나로 묶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연맹 단위도 단위 사업장도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연맹이나 단위사업장에 있는 정파간, 계파간 갈등에서 오는 기득권 싸움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현장 속으로 직접 다가가지 않는 한 조합원들의 민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부분을 구조적으로 정책에 반영해 앞으로 듬직하고 깨끗한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다.

전환 배치를 전제로 한 정리해고 철회 합의에 대해, 정리해고는 일단 막았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이후 구조조정은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린다. 지난 집행부를 평가한다면?

지난 임단협 과정에서 우리가 많은 것을 뺏긴 것은 사실이다. 이를 우리가 감출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가시적인 성과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48일 장기간 파업을 하면서 멀리 지부에 있는 조합원까지 평택에 모여서 큰 싸움을 조직한 것은 가시적인 성과라고 본다. 그런 투쟁 동력이 아직까지 살아있다. 현재 그런 성과를 이어 받아 싸우고 있다.정리해고라는 미명 아래 임금, 복지 등 너무 많은 것을 뺏긴 것 아니냐는 생각을 조합원들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잃어버린 2년을 상하이 자본에게서 되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중국자본과의 싸움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전환배치 문제가 걸려있다. 어떻게 풀어가고자 하는가?

전환배치에 대해 8대 집행부가 큰 틀에서 합의점을 끌어냈기 때문에 우리가 못한다고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분명히 시행은 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므로 회사가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받을 수는 없다.

쌍용자동차는 향후 2년 동안 신규 프로젝트가 없다. 자동차 산업에서 신규투자가 없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문 닫으라는 것과 똑같다. 연구소 현장투어를 하다 보니 연구소는 연구인력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이다. 향후 투자도 없고 신차 개발도 없어 비전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 회사는 721명의 전환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정리해고를 요구하는 것으로 본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로 이어지게 돼 있다. 아직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이번 라인전환배치 국면에서도 공세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라인전환배치라고 하지만 인력이 남는다고만 하니 그 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갈 자리가 없으니 내보내는 것이 수순인 것은 뻔하다. 더 이상은 믿을 수 없다. 첫 사업인 만큼 밀릴 수 없다는 자세로 공고한 대오를 만들고 있다. 충분한 준비는 돼 있다.

향후 기술유출을 비롯해서 구조조정 등을 두고 경영진을 견제할 방안이나 견제장치 마련을 위한 방안이 있다면?

노사가 함께 하는 기술유출방지위원회를 설치하자는 특별 요구안을 이미 회사에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향후 기술유출 부분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중국에 들어가서 중국 자본과 노동조합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는 노동조합의 경영참여이다. 이후에 재무회계부터 경영상황과 관련된 전반적인 부분을 노동조합과 같이 공론화시키는 등의 노동조합 경영참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할 고민을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면 우리 노동자들은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중국 경영진이 무턱대고 어렵다고 한다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경영참여를 통해서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필립 머터우 사장은 아시아에서 구조조정의 대가로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차분히 지켜볼 계획이다.

중국자본을 견제하고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현재 쌍용자동차에는 대표이사가 셋이다. 이들은 교섭권은 있지만 체결권은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서로간의 약속, 신뢰를 요구할 수 있는 체결권을 가진 경영진과의 대화다.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신뢰를 줄 수는 없다.

회사가 우리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직접 체결권이 있는 중국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중국 첸홍 총재와 직접 대화를 요청해 놨다. 이번 라인전환배치가 잘 마무리되면 중국에 가게 될 것이다.

산별전환 투표 이후 실질적 산별 전환 작업이 진행 중인가?

사실 우려 반, 기대 반 이다. 사실 현장활동 할 때는 산별 반대론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솔직히 반대할 자신이 없었다. 당시 노동조합 비리사건 터지고, 정리해고가 밀어닥치면서 조합원들이 ‘노동조합 다 썩었다’, ‘이제 노동조합 손 놔라. 산별로 가자’는 분위기였다.

현장의 조합원들이 너무 분노한 상태였다. 그래서 산별전환투표 결과 90%대가 넘는 찬성으로 가결된 것이다.
산별전환이 조합원의 의견이고, 조합원이 선택한 길이다. 나도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 또 조합을 이끄는 위원장으로 분명히 산별전환은 한다. 하지만 ‘묻지마 산별’에 대한 후유증은 분명히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따라서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야 한다. 지금 라인전환배치 문제가 끝나야 산별전환에 대해서 충분히 결합할 수 있으므로 이번 산별완성대의원대회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중집교육, 대의원교육, 조합원교육을 통해 충분히 여론수렴을 하겠다.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산별이 뭐냐고 물으면 10%도 잘 알지 못한다. 산별의 올바른 개념을 세워가는 것부터가 출발이다.

위원장인 나조차도 아직 산별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서지 않았다. 나부터 더 공부를 해서 조합원들이 편안하고 현장에서 고통 받지 않는 체계를 만든 다음 산별로 가야한다.조합원이 요구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므로 산별전환은 한다.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자동차 업종교섭이 논의되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업종별로 자동차 완성 4사만 소산별 형태로 가지는 논의는 오래전 얘기인 듯하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대공장사업장의 기득권 문제가 불거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소사업장의 경우 산별전환 시 지역별 지부를 요구한다.

자동차 완성4사는 기업별 지부를 요구한다. 이에 대한 중소사업장과 대공장사업장 간의 이견은 있다. 기업지부냐, 지역지부냐의 고민이 대립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 완성대의원대회에서 규약 개정을 논의할 텐데 그 안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금속연맹도 기득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부터도 위원장으로서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완성대의원대회에 참여는 하지 않지만 내게 발언권은 있으므로 이런 부분을 냉정하게 지적하며 참여하겠다. 나는 산별전환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산별전환은 시대의 요구이지만 쌍용자동차만의 고민을 가지고 조합원들과 얘기하겠다.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산별 논의에 결합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당면한 현안문제가 산적해 있고 당장 투자나 신차개발도 없다. 사실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이나 조합원 심정이 같을 것이다. 향후 자본과의 협상에서 투자를 어떻게 얻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기 내에 어떤 일이 있어도 팔을 걷어붙이고 쌍용자동차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쌍용자동차의 문제는 단위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택지역을 넘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문제이다.

정일권 위원장 약력
1993년 쌍용자동차 입사
1996년~2002년 7년 연속 대의원

1999년 민주실천노동자회 의장

2000년 현장의 힘 1기 의장

2001년 임투 대형공장 투쟁본부장

2002년 현장의 힘 2기 의장

제 7대 임원선거 위원장 후보 출마

2003년~2004년 현장의 힘 4,5기 의장

2006년 현 쌍용자동차노동조합 9대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