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보호 無… 고립·개별화되는 교사들
조직 보호 無… 고립·개별화되는 교사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3.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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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직무스트레스·건강실태 조사 결과 발표
[리포트] 교사 직무실태조사 결과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 교육의 중요성을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아이들의 교육이 국가의 미래라면, 그 미래를 뒷받침하는 건 교사다. 교사들의 교육권과 건강권 보호는 학교 교육의 질과 학생의 학습권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교사에 대한 대우는 점점 나빠지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던 옛말은 신화가 된 지 오래다.

전교조, 교사 직무스트레스·건강실태 조사

최근 5년 동안(2011년~2016년 상반기) 교육부에 보고된 교권침해 사건은 27,406건이다. 매년 5천여 건이 넘게 발생하는 셈이다. 교권침해에 시달려도 혼자 해결하는 교사의 비율이 50%를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로 발생하는 교권침해 사건은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는 피해 교원에 대한 조치가 취해진 것은 15%정도에 불과했고, 그 세부적인 내용 또한 80% 가까운 비율이 전보조치였다는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전보조치는 교권침해에 따른 이중 피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권침해를 당해 결근했음에도 공무상병가, 공무상휴직 처리가 된 비율도 1%가 채 안됐다.

최근 정규 수업 외 수업과 활동이 증가해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부담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를 대하는 과정에서 감정노동의 문제가 새로운 유형의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있다. 교사들을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지난 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교사의 ‘직무스트레스’와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와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협력해 1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직업환경의학적 기준에 따라 교사의 직무스트레스와 업무부담, 감정노동, 우울실태를 최초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한 사회에서 교사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교직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6년 전국 학교 현황 자료를 토대로 학제와 형태, 지역을 고려해 전국 학교를 8개 그룹으로 나눴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 짓고 ▲일반고 ▲특성화고 ▲중학교 ▲초등학교로 분류했다. 그룹 내에서 총 79개 학교와 3,345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설문조사와 함께 면접조사를 병행했다. 이 중 1,617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면접은 1차에 중·고등학교 교사 7명, 2차에 초등학교 교사 5명이 참여해 집단면접이 실시됐다.

학교 선정은 총 8개 그룹 당 8개(공립 4개 학교, 사립 4개 학교) 학교씩 무작위로 뽑았다. 6년제이고 교사 수가 많은 초등학교는 각각 두 배인 16개의 학교를 선정했고, 선정된 학교 중에 농촌특성화고 1개 학교는 일반고와 함께 운영하는 곳이어서, 최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는 교사들

그룹별로 ▲학급당 학생 수 ▲주 수업시간 ▲주 근무시간 등의 근로조건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가, 농촌에 비해 도시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일반 고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가 35명 이상인 경우도 도시(27.1%)가 농촌(16.9%)보다 10%이상 높았다.

주당 수업시간은 초등학교와 도시의 중학교에서 높게 나타났다. 초등학교의 경우 주 25시간 이상 수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시 초등학교의 경우 6.3%, 농촌초등학교의 경우 14.6%였다. 20시간 이상 25시간 미만의 경우는 도시초등교사와 농촌초등교사 각각 전체의 83.1%, 72.1%에 달했다. 도시 중학교의 경우에도 주 20시간 이상 수업 하는 경우가 47.1%로 높게 나타났다.

초과 근무를 포함한 주당 근무시간은 수업시간과 다르게 오히려 중·고등학교에서 높았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은 도시일반고의 경우 11.8%, 농촌 일반고의 경우 15.9%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많은 교사들이 이같이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김학한 정책실장은 “장시간 노동은 특히 고등학교 교원들에게서 크게 나타났다. 입시경쟁교육이 치열해지면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관리를 위해 교사들이 장시간 학교에 머무는 것”이라며 “아침 8시 출근에 밤 10시 퇴근이 반복되는 근무형태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를 염려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학생생활지도’와 ‘체험학습지도’ 부담

교사가 학교에서 수행하는 10가지 업무에 대한 부담도 물었다. 그 결과,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에 가장 큰 부담을 느꼈다. 특히 농촌특성화고(71.7%), 도시특성화고(58.2%), 도시초등학교(55.9%) 교사의 50% 이상이 해당업무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부담이 많이 되는 업무는 수학여행, 수련회 등을 포함한 ‘체험학습 지도’였다. 이는 그룹의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30~40%의 교사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부서 및 학교 업무 처리’와 ‘공문서 처리’는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 교사가 더 큰 부담을 느끼는 반면, ‘학부모 상담’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교사가 중·고등학교 교사에 비해 많은 업무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김 정책실장은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면담에 많은 부담을 가지는 것은 변형된 교사와 학부모들의 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전의 서로 존중하던 관계에서 현재는 학부모들이 교사를 교육이라는 상품의 판매자로 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실장의 상담 경험에서 현재 초등학교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는 “새로운 학년의 시작을 앞둔 학년 말은 학생들의 종합생활기록부를 마감하는 시기인 동시에 교사들의 상담 요청이 많은 때”라며 “학업성취, 행동발달 등이 적힌 통지표를 받은 학부모가 내용을 수정해달라고 연락해온다. 특히 입시에도 크게 반영되지 않는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항의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에 상담한 A교사는 학생 B의 통지표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이 발생한 상황이 있어 B를 상담했다. 가정에서도 지도를 부탁드린다’고 썼다가 해당 내용을 ‘교우관계가 원만함’으로 수정해달라는 학부모의 항의전화를 받았다. 김 교권상담실장은 “교사에 불만이 있거나 교사가 학생을 심하게 체벌한 경우, 학부모가 의견을 전하는 것은 그럴 수 있고 중요하다”면서도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나 다른 아이에 비해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심정적인 이유를 들며 담임교사를 교체 또는 전보조치 해달라고 항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문제다. 이와 유사한 문제로 상담을 진행한 것이 일주일 동안 대여섯 건은 된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만 따로 분류해 살펴본 경우, ▲일반고 ▲특성화고 3학년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의 업무 부담이 다른 학년의 담임교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는 업무 부담이 높을 뿐만 아니라 우울해하는 정도가 높아 특별한 관리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담임교사들은 각각 입시준비기와 흔히 ‘중2병’으로 불리는 학생들의 사춘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직무스트레스 ‘직무요구’· ‘관계 갈등’ 영역 높아

교사의 직무스트레스 중 가장 높은 영역은 ‘직무요구’와 ‘관계갈등’이었다. 한국인의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KOSS)에 따라 ▲직무요구 ▲직무자율 ▲관계갈등 ▲직무불안정 ▲보상부적절 ▲직장문화 등 총 7가지 항목에 대해 교사들이 응답한 결과다. 조사대상은 기존의 8개 그룹에 기간제를 포함했다,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의 참고치가 성별로 다른 점을 고려해 남·여 성별로 다시 나눠 총 18개 그룹으로 세분화했다.

‘직무요구’ 항목은 전체 18개 그룹 중 농촌특성화고 여성, 농촌초등학교 남성, 기간제 남성을 제외한 15개 그룹에서 스트레스가 컸다. 직무요구에는 시간적 압박, 업무량 증가, 책임감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관계갈등’ 영역은 총 18개 그룹 중 7개 그룹(도시일반고 남성, 농촌일반고 남성·여성, 도시특성화고 남성·여성, 농촌특성화고 남성, 농촌중학교 여성)에서 직무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다. 이 항목은 동료·상사의 지지와 전반적인 지지 여부를 담고 있다. 집단주의적 문화, 비합리적인 의사소통체계 등을 묻는 ‘직장문화’ 영역의 직무스트레스는 4개 그룹(농촌일반고 남성·여성, 도시초등학교 남성, 기간제 여성)에서 높게 나타났다. 구직기회와 고용불안정성 등을 포함하는 ‘직무불안정’ 영역에서는 농촌특성화고 여성, 기간제 남성·여성 그룹의 스트레스가 높았다.

김 정책실장은 “교육권과 관련해 확인된 직무스트레스 중 ‘직장(학교) 문화’, 특히 교원들과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주목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교원평가나 성과급과 같은 경쟁주의 교원 정책을 진행하면서 학교 안에서 발생하지 않던 직무스트레스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기 전부터 3~5년 단위로 교사들의 직무와 건강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면, 경쟁을 부추기는 제도의 도입 후 발생한 부작용을 더 명확히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담임교사 감정노동, 타 직업군 비교서 최상위권

학교 현장에서는 최근 20년 간 시장주의 교육정책이 진행돼왔다고 본다. 교사와 학생들을 협력적인 관계로 보기보다 교육이라는 상품의 공급자와 수요자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아간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로 인해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의 인간적인 관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와 학생 간의 교육은 상호존중과 협력의 인격적 관계에 기초한 활동이다. 고객을 응대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유지해야 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노동의 특성과는 분명 다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상품판매와 같은 서비스노동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노동의 문제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감정노동에 대해 물었더니, 여교사가 남교사에 비해 전체적으로 감정노동 수준이 높았다.

특히 감정노동의 수준을 평가하는 항목 중 하나인 ‘조직의 지지 및 보호체계’ 영역은 타 직업군과 비교했을 때 2위로,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가장 열악한 감정노동에 내몰린다고 여겨지는 콜센터 직원, 실제로 그보다 더 조직 보호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사태에 놓여있다고 조사되는 AS기사보다 더 취약한 수준이다. 담임교사만의 경우 해당 영역 외에도 ‘감정조절의 요구 및 규제’, ‘감정부조화 및 손상’, ‘고객응대의 과부하 및 갈등’도 감정노동 수준이 높았다. 특히 일반고와 특성화고 여성 담임교사의 감정노동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책임연구원은 “감정노동은 부담의 정도를 나타내는 ‘감정 부하’,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 부조화’ 그리고 ‘조직 보호체계’라는 세 가지에 근거해 진단한다”며 “교사의 경우 ‘감정 부하’와 ‘감정의 부조화’는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조직 보호체계’ 부분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직 보호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감정 부하와 감정 부조화 수치가 낮아도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황은 언제든지 심화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정책실장도 동의한다. 그는 “감정노동이나 교권 침해상황이 발생했을 때 학교가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지지해줄 수 있는 체계가 없다”며 “학부모나 학생들의 항의를 교원 개인이 감내해야 한다. 이는 여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교원들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 일반인구집단에 비해 우울증 높은 상태

현직 교사 40%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 그 중 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의 우울증 비율이 가장 높았고, 우울증을 경험한 기간제 교사가 51.7%로 정규 교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 일반고 3학년(60.6%), 특성화고 3학년 담임교사(48.5%)와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42.5%)의 경우 우울 수준이 다른 교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이들은 업무 부담 또한 다른 교사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해당 그룹의 업무 부담을 낮추고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교사의 우울증 비율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우울증 중 확실우울증으로 분류되는 경우 의학적으로 주요 우울장애를 예측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지표로, 이는 자살충동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김 정책실장은 “교사들의 우울증 지수가 일반직군보다 높은 것은 직장 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감정노동이 격화되면서, 교육활동에 대한 보람과 교원으로서의 자부심이 손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울증의 척도는 유력우울증과 확실우울증으로 구분되는데, 유력우울증만 되어도 의료기관의 검진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젊은 고등학교 여교사들의 수치가 특히 우려된다. 50대 교사의 경우 학교환경에 불가피하게 적응해 20~30대의 경우보다 낮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교사 건강실태 조사·관리 필요

교사들의 직무스트레스와 건강상태를 정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책임자는 “많은 수의 대표적인 교사를 샘플링을 해서 꾸준히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자료를 축적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조사는 보통 3년 주기로 진행된다. 교육청에서 정책사항으로 힘을 실어 조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의 노동기본권은 교원 노동조합이 관심을 두는 중점사안이다. 작년까지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으로서 이번 연구를 주도했던 김 정책실장은 “전교조가 법외노조였다. 그동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참교육연구소 차원에서 2015년부터 학생 인권, 노동인권 교육을 연구했고, 지난해 교원의 교육권 보호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교육현장의 근로노동조건에 대한 연구를 동시적으로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해당 조사에 대한 관심조차 없었던 점을 비판했다. “교육정책을 통해서 경쟁과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담장 주체인 교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행해 온 것”이라며 “단순히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관철시키는 것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정책이 뿌리내릴 교육환경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사들이 협력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학교현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에 기초해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교사의 교육노동과정에서 감정노동과 우울 수준의 심화는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분위기가 만연한 교육현장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라는 분석이 주다. 그룹별로 차이는 있지만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크고, 학부모 면담 자체를 어려워한다는 이번 연구 결과가 그 방증이다. 또 직무스트레스 설문부분에서 관계갈등영역과 직장문화영역이 높게 나타난 점도 주목해야 한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도입으로 인해 동료의 지지 협력이 파괴되고, 교육공동체가 약화돼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교육전문가들이 이미 수 차례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조사결과로 그 우려를 실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부분적으로는 교사의 적절한 교육시간인 표준수업시수를 제정하고, 학급당 학생 수의 감축을 통해 교원의 과중한 업무를 줄여 건강 증진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고등학교 교사들의 장시간 근무는 입시경쟁교육으로 인해 일상화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 입시경쟁교육은 공교육 정상화와 개별 학생들의 전면적 발달에도 부정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사 교육권보호법 제정돼야

현재 한국의 교육은 학생·학부모와 교사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구조다.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 없이 교권보호법만을 요구하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학생과 교사 모두를 위한 공교육환경을 재정비해 나가야 한다.

이번 조사로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처한 환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근본적인 원인을 바로잡는 노력과 동시에 부분적인 변화를 위한 시도도 필요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교권보호를 위한 법제정이다. ‘교권’은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현장의 교사들은 ‘교사의 권위’가 아닌 ‘교사의 교육권’을 지켜주기 위한 법적 체계가 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헌법에서 교육제도와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교육제도, 교원지위 법률주의’다. 학생 개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러나 김 교권상담실장은 “현행법에는 교권의 법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의 학생교육과 권한을 명시한 내용이 없다”며 “지난해 2월 개정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교권보호법’이라 부르지만, 이는 교원단체에게 교육감 및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교섭·협의권을 부여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어 학생 지도권도, 교육과정 평가도 교사가 아닌 학교장에게 부여돼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정 특별법에는 교육활동보호에 관한 내용이 추가돼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교육활동’에 대한 정의, 교사에게 필요한 교육활동 권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앞서 19대 국회에서 3개의 교권보호법 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폐기됐다.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여전히 초보적인 단계인 것이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학생의 학습권과 직결된다. 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법적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기본이자 가장 중요하다. 나아가 교육과정편성, 수업, 평가, 생활지도와 같은 교사의 직접적인 교육활동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