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운용, 노후보장의 기반되는 국민연금 만들어야
투명한 운용, 노후보장의 기반되는 국민연금 만들어야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3.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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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할을 정부가 깎아내리는 꼴?
[인터뷰] 최경진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위원장

이른바 4대 보험은 노동자서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삶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4대 보험 중 노후의 소득보장을 맡고 있는 국민연금은 그동안 자주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장기간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정부에선 노골적으로 ‘기금고갈’ 등의 공포 마케팅을 일삼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선 복지부 장관 출신의 현 이사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내외로 복잡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이끌게 된 최경진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노동조합의 입장에 대해 들었다.

향후 2년간 국민연금지부를 이끌게 됐는데, 지부 운영과 관련한 계획이 있는지 들려 달라. 특히 탄핵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격변기에 책임이 막중할 것 같다.

선거 슬로건이 ‘조합원과 함께 더 강하고 당당한 노동조합 건설’이었다. 조합원과 함께하는 사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공공기관 노조가 예를 들면, 국회 관련된 투쟁이라든지, 집행부 중심의 투쟁을 해왔던 것에서 탈피해서 작은 것도 조합원과 함께하는 사업들을 만들어내고 참여시키는 게 계획이다.

최근 기금운용본부의 전주혁신도시 이전을 앞두고 인력이 이탈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에 이전했는데, 이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거의 마무리단계인데,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방이전 관련해 노조가 처음 찬성했던 것은 국토의 균형개발, 산학연 클러스터를 통한 지방의 발전과 같은 부분에 의미를 찾은 것이다. 또한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의 노동자들이 충분히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 10년을 지나면서 실질적으로 지원정책은 다 빠진 상태서 단순히 공공기관의 본사만 지방으로 이전하는 모양새이다. 애초에 약속했던 산학연 클러스터랄지 정주여건을 위한 지원책 같은 건 다 빠져있다. 껍데기만 이전한 거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지방이전과 관련해 애초의 약속과 다르게 가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서로가 고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이전 효과도 만들지 못하고, 노동자들만 고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빨리 정부가 애초에 약속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재점검해야 한다.

지금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지방이전은 완전 실패다. 효과는 하나 없이 비용만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경우에도 서울 출장이나 복지부가 있는 세종시로 오가는 비용만 늘어나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빨리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국민연금공단이 이사회 의결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데 대해 국민연금지부가 취업규칙 효력 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노조의 향후 계획을 듣고 싶다.

일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 지방법원별로 결과들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서울지법이나 전주지법에서는 기각이 났고, 철도공사처럼 대전지방법원은 인용했다. 법원별로 판사별로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하는데, 가처분 결정문을 보면 취업규칙과 관련해 불이익변경인 부분은 법원이 다들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본안소송으로 갔을 땐 불이익변경에 해당되느냐를 중점적으로 볼 거라고 판단, 충분히 노조가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가처분이 기각됐기 때문에, 공단이 취업규칙에 따라서 1월 1일 부로 연봉제와 관련된 부분을 강제 시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조합은 강제로 시행하고 있는 성과퇴출제는 인정할 수 없다. 불인정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이다. 임금이 나올 때마다 호봉제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2017년 임단협에도 연봉제가 아닌, 과거 호봉제 하에서의 임금인상안을 낼 생각이고 그걸 관철해 낼 생각이다.

법률투쟁과 더불어 조기대선 국면에서 성과퇴출제는 물론,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공운법까지 제대로 바꿔내는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차원이나 4대 보험 노조 차원에서도 대선국면에서 여기까지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문형표 이사장이 결국 52일을 버티다가 21일자로 사퇴했다. 문형표 이사장 사태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형표 이사장을 일반적인 낙하산이라고 얘기하긴 어려운 점이 있다. 문 이사장 자체가 연금과 관련해 나름대로 전문가로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기관이 행하는 사업들은 정부에서 위탁 받아 행하고 있는 것이고, 그건 정부가 해야 하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들이다. 정부가 기관장을 내려 보낼 땐 이 사업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를 봐야 한다.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전체 노인들의 소득보장 사업으로 얼마나 잘 발전해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내려와야 한다.

문 이사장 같은 경우는 공적연금 축소주의자이다. 이런 사람이 이사장으로 온다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다. 문제가 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직권남용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공공기관이 나름의 자율적 운영을 해나가야 하는데, 방만경영이란 이유로 주무부처의 너무 지나친 간섭이 있다. 그러다보니 기금운용본부가 의결권 행사하는 과정에서 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이사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 거다. 산하기관에서는 주무 장관의 의견을 무시하고는 공단을 운영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니까.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보다는 너무 지나친 관리감독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결국 국민연금이 1대 주주 또는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에서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가 관건일 텐데, 국민연금지부의 입장을 듣고 싶다.

사실 지금까지는 노동조합이 국민연금 제도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이냐에 관심이 있었고. 기금의 의결권이라든지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서 별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 부분이 전문적 영역이라 판단하고, 잘 알지 못하기에 자기 의견을 내기가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보려면 기금이 어떻게 만들어진 돈이냐는 것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대다수 노동자 서민이 국민연금을 납부해 만들어진 돈이다. 그렇다면 기금으로 투자하는 기업, 혹은 투자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노동자 서민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게 조합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KT 같은 경우 황창규 회장의 연임과 관련한 사안이 주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텐데, 거기는 직원 9천명을 정리해고한 사람이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해서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CEO의 연임을 과연 국민연금이 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기금의 주주권 행사라는 게 수익률 위주로 가선 안 된다. 주주가치, 주주이익의 극대화 측면에서만 바라봐선 안 된다.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서까지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관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는가? 20대 국회에 권미혁 의원의 대표발의로 관련 법안도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보면, 대부분 경영자가 낸 의견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견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준들, 절차들은 있다. 우선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서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할 건지를 정하고, 내부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들, 특히나 삼성과 관련된 사안들 같은 경우엔, 외부 의결권 자문위원회를 열어서 결정하는 장치가 있다. 하지만 찬성과정에서 나타났겠지만 외부 자문위원회를 열지, 말지를 정하는 건 의무사항이 아니다. 권미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이 과정에서 명확하게 절차를 지키라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기금운용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당연직 위원들이 있고, 가입자 대표들이 추천한 위원들이 있다. 거기에 덧붙여 가입자 대표위원 중 중소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니냐, 국회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가 4명 정도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법안이 하루빨리 통과돼 기금운용과 관련해 국민들이 투명하게 알 수 있고, 의결권을 행사할 때 그 이유들이 명확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른바 4대 보험 중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가장 큰 것 같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도 그게 가장 걱정이다. 평가의 항목 중 고객만족도 조사가 있는데, 해마다 공단이 다른 곳보다 처진다. 다만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에 그럴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같은 것들은 혜택을 바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고. 국민연금은 장기계획이다 보니, 내가 지금 납부를 하고 있지만 혜택으로 돌아오는, 수급권을 취득하는 것이 최소 10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거다.

당장 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될 거냐는 기준으로 보면 국민연금이 가장 국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고, 또 하나는 정부가 계속 조장하고 있는 기금고갈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공단에 위탁해 놓고, 스스로가 기금이 고갈될 거라고 선전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에 있는 거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금은 애초에 수정적립방식으로, 부분적립방식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운용하는 과정에서 제도 변경을 통해 고갈 시점을 늦추고 해 나가는 거다. 이걸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안심할 수 있게, 국가가 국민연금과 관련해 지급보장 명문화 같은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지급보장하게 되면 그게 국가부채로 인식이 되고, 그러다보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고 그렇다는 거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사회보험을 국가부채로 포함시키고 있나?

하루 빨리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민연금을 수혜할 수 있다는 설득을 해야 한다. 간혹 언론에 나오지만 국민연금 가입 안 해도 되는, 임의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신뢰를 회복해 가고 있는 과정이다. 정부가 훼방만 놓지 않는다면 조만간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과 동등한 수준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연기금 고갈 논란은 국민들에게 일종의 공포마케팅으로 작용한다. 이런 논란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가?

연금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연금의 기금 적립 방식이 애초에 수정적립방식, 일부는 부분적립방식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그거는 기금 고갈을 전제에 놓고 재정 계산을 해내고, 추계를 해내는 방식. 매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재계산을 통해서 제도를 바꿔오고 있다. 다만 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보험 수리학적으로 계산하다보니까 계속해서 보험료는 올려야 하고 받는 금액은 낮춰야 하는, 이런 구조로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 거다.

국민연금을 만든 목적이 뭐냐?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서 국민연금이란 제도를 만든 거냐? 노후소득보장의 일환으로 만든 거냐? 난 후자라고 본다. 국민연금이 노후소득에서 아주 윤택한 생활을 보장하거나 그럴 순 없지만, 최소한의 기본 생활은 보장할 수 있는, 이거를 전제에 놓고 가야 한다는 거다.

기금이 과도하게 금융자산에만 투자할 게 아니라,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들에 투자를 하는 것도 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유지를 위해 갈 수 있는 방향이다. 예를 들면 임대주택이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것들, 그런 쪽에 과감하게 투자가 되어야 한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 특히나 외국의 금융시장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위험천만하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연금의 본질에 맞는 운용에 대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