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사관계, 태풍의 핵? 찻잔 속 태풍?
공공부문 노사관계, 태풍의 핵? 찻잔 속 태풍?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페셜리포트1 공공부문 노사관계 심상찮다
‘중심축 이동’ 전망 이르지만 진통은 계속될 듯

올 초 많은 노사관계 전문기관들이 공공부문이 2006년 노사관계의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연초 전국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소식에다 법외노조 고수 원칙이 발표되면서 노정 갈등이 이미 예견돼 있었던 탓. 경총이 지난 1월 전국 120개 기업체의 인사·노무담당 임원과 부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6년도 노사관계 전망조사’ 결과, 노사관계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사내하청·비정규직 부문(39%), 금속부문(20%)에 이어 공공부문이 15%로 꼽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3월, 7월, 9월…끝없이 이어진 공공부문 갈등
예상처럼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3월 철도파업으로 노정간 갈등이 시작됐다. 철도파업은 2주일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됐지만 KTX 비정규직 승무원 문제는 1년이 다 돼가도록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7월부터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만든 공공부문노조연대회의(공공연대)가 △사회공공성 강화 △한미 FTA 협상 중단 △공공부문 노동자 노동3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아 대정부 10대 요구안을 내고 대정부 직접교섭을 요구했으나 국무총리실에서는 최소한의 대화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이어 9월 발전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하루 만에 정리됐지만 정부가 조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정부와 공기업이 노사관계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발전노조 파업이 정리되기 무섭게 ‘태풍의 핵’으로 지목받아온 공무원노조와 정부 사이의 날선 대립이 시작됐다.
노정간 갈등뿐 아니라 공공부문 노조 내부의 갈등도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면서 법외노조를 천명한 전국공무원노조 내부의 조직 이탈과 합법노조로의 전환 움직임이 조금씩 생겨났다. 이를 계기로 해고자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이른바 ‘법외노조파’와 재직자 중심인 ‘법내노조파’ 간의 논쟁과 갈등도 시작됐다.

이미 9월 합법노조로의 전환하고 행자부에 교섭신청을 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육기관공무원노조연맹, 한국공무원노조 등도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를 놓고 내부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부 태도에 비판 목소리 높아
이런 가운데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관점과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발전노사 분규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 안팎에서도 직권중재의 정당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계속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장외투쟁과 행자부의 강공 드라이브를 놓고도 “정부가 대화를 할 의지를 잃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대화를 하기보다는 공무원노조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 각 지자체에 공무원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파기하도록 지시하고 일체의 편의 제공을 금지한 것에 이어 사무실까지 폐쇄한 것은 결국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갈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 초 정부가 공공부문 노사관계 안정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고 야심차게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도 노사 모두의 환영을 받지 못한 채 ‘사생아’ 신세가 됐다. 노동계는 정부의 비정규직 통계를 믿을 수 없을뿐더러 기준 등이 모호해 오히려 편법적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고 반발했고 재계와 기업은 민간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그나마 관련법안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올해 내에 정규직 전환 대상자 조사, 예산확보 등이 어려워 당초 계획했던 내년 초 시행이 어렵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공부문 노사관계 악화의 ‘주범’으로 ‘정부’가 지목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중심축 이동 전망은 일러
공무원노조가 장외투쟁을 계속함으로써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올해 노사관계의 ‘태풍의 핵’이 될 것이라던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초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과 공무원노조법의 시행, 합법노조를 지향하는 다양한 공무원노조단체의 출현 등으로 점쳐졌던 ‘노사관계 중심축의 공공부문으로의 이동’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배규식 본부장은 “제조업 중심의 노사관계가 점점 공공 부문으로 이동하는 것이 해외의 일반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당장 노사관계 중심축이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공공부문의 사용자라고 할 수 있는 정부의 전문성과 준비정도가 부족하고 공공부문 노조단체도 제대로 된 교섭 경험이 없는 만큼 앞으로 얼마간 진통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태풍의 핵’이 될 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앞으로 계속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