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조차 차별 당하게 두지 않겠다"
"죽음조차 차별 당하게 두지 않겠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3.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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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요구하는 기자회견 열려
▲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세월호에서 희생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목소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 선생님의 유가족인 김성욱 씨는 발언 중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제 딸은 탈출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이 있는 장소로 향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입히고 아이들을 구하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딸의 생일인 4월 16일, 아이들의 깜짝 생일파티 선물로 받은 목걸이를 한 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그런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죽음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세월호에서 희생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들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3일 수원지법에서는 국가보훈처가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선생님들을 순직군경 유족으로 등록하는 것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에서는 “고인들은 특별한 재난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이나 안전을 돌보지 않고 학생 구조활동에 매진함으로써 통상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해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에 준하는 예우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9명의 교사 중 순직이 인정된 7명을 제외한 김초원 씨와 이지혜 씨는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에 순직이 인정되지 않았다.

4‧16연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살아서도 차별받은 그들이 죽어서도 차별받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순직인정 대책위원회’는 지난 한 달 동안 모은 전국 기간제 교사들의 서명을 포함한 91,809명의 서명과 국회의원 146명의 순직 인정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여 끝까지 함께할 것을 밝혔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는 “자신을 희생한 거룩한 죽음을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할 수는 없다”라며 “이것이 죽음 이후까지도 차별하는 것이라면 법을 바꿔서라도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4‧16특별위원회 권혁이 위원장은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교사의 의무이고 기간제 교사들에게 그 의무를 임명한 것이 교육청이고 국가이다. 국가는 의무를 주었듯이 권리도 주어야 한다”라며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하고 순직 인정은 보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박혜성 선생님은 “김초원 선생님은 단원고 2학년 7반의 담임, 이지혜 선생님은 2학년 3반의 담임이었다”라며 “교육부는 학교에 필요한 모든 정원을 발령하지 않고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게 해 그들에게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시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기간제 교사들의 입장문 낭독에서는 “기간제 교사들은 임용돼서 기간제교사만의 업무를 따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정교사가 해야 할 담임 역할과 교과 수업, 행정업무를 맡는다. 정교사와 똑같이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의 근무를 한다. 동아리 활동, 창제 시간, 야간 자율학습 등을 맡아 오히려 4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다.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 역시 교과 수업과 담임을 맡았고, 방과 후 수업, 생활기록부 업무를 담당하였다. 기간제 교사로 임용되었을 뿐 하는 업무는 정규 교사가 하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인사혁신처는 기간제 교사도 교육공무원임을 천명하고 두 분 기간제교사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4‧16연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오후 3시부터는 김조원 선생님 유족이 낸 소송의 심리가 진행되고 국회의원 146명의 순직 인정 탄원서가 재판부에 제출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