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노사관계 악화, 정부가 주범?
공공부문 노사관계 악화, 정부가 주범?
  • 김경아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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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2 공공부문 노사관계 심상찮다
공공 비정규직, 엉성한 실태조사·부실한 대책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얼마 전 끝난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된 KTX 여승무원 도급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는 정규업무로 인정될 수 있는 승무업무를 외주화해 사실상 문제를 만들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또 행정자치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지부사무실 폐쇄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사실상 완료했다. 불법 노조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꺾이지 않는’ 정부의 방침은 정부가 늘 강조하는 ‘대화와 타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합법 공무원관련 노동조합 단체의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 단체교섭을 준비 중이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사용자’ 정부, 노동자는 봉?

국정감사에서 노동부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허점이 보인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사 대상을 지방자치단체의 민간위탁 노동자, 공기업 자회사 인력 등 주요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제외하는 것은 물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31만1666명인데 비해 정부 실시 전수조사 결과에 나타난 비정규직 규모는 35만6719명에 이른다.

또 열린우리당 제종길 의원실에 노동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임금이 근로자가 직접 받는 임금인지, 외주업체에 지급하는 1인 평균임금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조사의 정교함 또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가 엉성하니 대책이 튼실할 리 없다. 정규직화 규모는 실제 비정규직 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고 그마저도 정규직화라기보다 무기계약화라고 볼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보통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것은 비정규직이라 하더라도 근무여건이나 복지수준이 보장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 또한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또 2004, 2005년 공공부문 및 행정기관의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827개 업체 중 479업체, 즉 전체의 57.9%가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 가장 기본적인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스스로의 규칙조차 지키지 않은 셈이다.

외주업무의 경우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철도공사에서 현재는 KTX관광레저로 위탁된 KTX 승무업무를 볼 수 있다. KTX 사업을 시작할 당시 승무업무를 철도유통에 위탁하면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KTX 여승무원이 철도유통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 소속 여승무원들은 지난 3월 승무업무의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근무여건이 열악한 등의 이유로 파업하기에 이른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청과 노동부가 KTX 여승무원의 불법 도급 여부를 두 차례에 걸쳐 조사했지만 합법도급 판정을 내렸다. KTX 여승무원들은 현재 철도공사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정부, 단체교섭 준비 이상 무?

정부는 불법 공무원단체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과 더불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지부사무실을 폐쇄하는 초강수를 둔다. 그리고 합법 전환한 공무원노동조합과는 교섭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0월 17일 행정자치부는 기존의 공무원단체복무팀을 개편, 근무지원팀과 정부의 단체교섭업무를 전담할 단체교섭팀으로 개편, 신설한다고 밝혔다. 합법화한 공무원노조 10개 단체가 정부 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데 따른 준비 차원의 조치다.
또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단체와의 첫 교섭을 위해 지난 10월 23, 24일 양일간 ‘제 1회 노사공동워크숍’을 개최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 이용섭 장관이 최규하 전 대통령 국민장 준비를 이유로 불참한 것에 반발,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행정부노동조합이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 결국 반쪽짜리 행사가 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현재 정부와의 단체교섭에 참여하는 10개의 합법 공무원단체는 지난 9월 27일 공고된 ‘교섭노동조합 및 교섭위원 선임 요구’ 방침에 따라 20일 이내에 창구단일화를 위해 대표교섭위원을 선임하고 단일한 교섭요구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의 중앙교섭을 위해서 거치는 당연한 절차로 볼 수 있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조직규모나 대상이 천차만별인데다가 말이 10개 단체이지 교섭을 위임한 단체까지 합치면 총 39개 노조가 된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단일 교섭요구안을 만드는 데까지 20여일이라는 시간은 요원하기만 하다.

현재 행정자치부는 교섭을 시작하기도 전 노조간 창구단일화로 인한 진통을 겪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될 경우 정부가 공익적 입장에서 함께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 의견에 사용자의 입장으로 교섭에 나갈 것임에도 교섭 노조 창구단일화에 관여한다는 것은 정부가 사용자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공무원단체 간 첫 단체교섭이 준비되는 가운데 각 지자체에서는 개별교섭이 진행 중이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한 곳도 있다. 군산시를 비롯, 서울 동대문구, 광주시 교육청 등이 단체협약을 이미 체결한 상태이고 그밖에 16곳은 교섭을 진행 중이다. 각 지자체의 경우 시도단위는 공무원단체를 전담하는 담당계가 신설됐고, 시군구 단위에는 공무원단체 담당자가 정해진 상태이다.

산술적 수치로만 봐도 정부가 노사관계에 전문성을 갖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합법전환을 위해 지금까지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친 곳은 60여개 기관, 가입공무원이 5만6천 명에 이른다. 이는 노조 설립 대상기관의 21.4% 정도이고, 노조가입 대상공무원인 27만5천 명의 20.3%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입대상까지 합치면 전체 가입대상자는 훨씬 많아진다.

▲ ⓒ 김창기 기자 ckkim@laborplus.co.kr
책임질 수 없는 공기업 경영진이 노사갈등 요인

정부투자기관, 정부산하기관은 기획예산처로부터 예산편성지침을 받는 등 정부의 예산통제를 받는다. 정부의 예산지침에 따라 인력운용이 이뤄지는 특징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건비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이외 필요한 인력은 인건비가 저렴한 비정규직을 사용할 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

공공노련 한동욱 홍보선전실장은 공공부문 노사관계 악화의 요인을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간섭이라고 말한다. “공기업의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해도 주무부처의 승인이 없으면 단체협약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 즉 사용자가 경영진으로서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 경영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자연히 노사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발전산업노조 사태를 보면 문제는 더욱 명확해진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해고자 복직, 주 40시간 이하 근무를 위한 교대근무제 시범시행, 노조가입 범위 확대 등이다. 하지만 사용자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모두 정부정책과 직결돼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용자 측에 재량권을 주거나 노조와 직접 교섭을 벌이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쟁점을 맴돌기만 한다. 공공부문 노사갈등이 극대화되는 이유다.
한국토지공사 노동조합 박광식 위원장은 “공공무문 노사관계의 경우 사업장의 노사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 경영진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덜컥덜컥~ 도대체 왜?

공무원 양성을 목표로 한다는 대학 광고가 나올 만큼 공무원, 공기업 사원이 되는 일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는 발판이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철밥통’에 구멍은 이미 뚫리고 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고용문제는 이제 새로울 것 없는 의제가 되고 있다. IMF 이후 구조조정은 공기업에도 불었고, 지금도 경영효율화,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감축 계획은 세워지고 있다.
흔들거리는 고용판 위에 서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정부의 지침 하나에 흔들흔들 한다.
이것이 곧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덜컥거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하나.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

정부투자기관을 비롯, 정부산하기관은 일 년에 한번 성적표를 받는다. 그 성적표에 따라 기관의 예산과 노동자의 임금이 좌지우지된다.
정부산하기관과 투자기관에 대한 일률적인 경영실적평가는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업무와 설립목적 등이 상이하게 다른 기관들을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실적에만 매달리는 등 공기업 간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일단 맞추고 보는 폐단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기관에서 퇴직연금제를 도입할 경우, 경영실적평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퇴직연금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둘. 임금가이드라인 제한 등 예산편성지침

“2006년도 총인건비 예산은 2005년도 총인건비의 2% 이내에서 증액하여 편성한다.
총인건비 예산은 원칙적으로 2005년 말 정원을 기준으로 편성한다.
다만, 정원과 현원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 잉여예산은 인건비 인상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

총인건비는 예산항목에 관계없이 잡급직원의 인건비.급여성 복리후생비, 퇴직급여충당금, 인센티브 상여금을 제외한 모든 인건비와 급여성 복리후생비의 합계액을 말하며, 임금연봉을 포함한다.“
기획예산처의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예산편성지침의 일부다.

임금협상은 소위 ‘2% 임금가이드라인’앞에 이미 의미가 없다. 결국 공기업 경영실적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더 많은 인센티브를 ‘따오는’ 방법 외에는 임금인상 요인을 만들 수 없다.


공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한 공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자율경영과 공공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바로 예산편성지침을 제일 먼저 꼽는다.

셋.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방안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방안은 공공기관의 내외부 경영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던 공공기관 관리책임을 기획예산처로 일원화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방안이 발표되자마자 공공노련을 비롯 공공기관 노동조합들은 즉각 반발했다. 정부가 예산을 넘어 인사, 경영에까지 개입해 공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기획예산처가 제출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