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투쟁 선언 속 합법노조 전환 선언 늘어
대정부투쟁 선언 속 합법노조 전환 선언 늘어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6.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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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3 공공부문 노사관계 심상찮다

공무원노조에는 지금 무슨 일이
“조직력 영향 줄 정도 아니다” vs “탈퇴 도미노 일어날 것”
논쟁 가속화 속 “합법화 둘러싼 입장 차이 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 이하 공무원노조)이 대정부투쟁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소속 지부들의 탈퇴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공무원노조 부산본부 북구지부(지부장 정현교, 조합원수 572명)의 전국공무원노조 탈퇴 찬반투표는 조직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만약 가결된다면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첫 조직 이탈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 때문에 탈퇴 움직임이 있는 지부들은 물론 공무원노조 지도부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결과는 찬성 188명(42%), 반대 250명(56%), 무효 10명(2%)으로 탈퇴안 부결.

탈퇴안이 부결되기는 했지만 탈퇴에 무게를 실어온 지도부를 둘러싼 내부 갈등은 불가피하게 됐다. 탈퇴 투표 진행 전 북구지부 정현교 지부장은 “지난 2002년 3월 공무원노조가 결성된 이후 당초 주장했던 공직사회개혁보다는 민주노총가입과 민주노동당 지지선언 등 정치세력화에 몰두해 기층 조합원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투표 진행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사무실 폐쇄 방침 이후 탈퇴 조직 늘어

올 중순부터 시작된 공무원노조 소속 지부들의 탈퇴 움직임은 지난 9월 행정자치부의 노조사무실 폐쇄 방침과 공무원노조의 장외투쟁이 본격화 되면서 더욱 활발해 졌다.

이보다 앞선 8월 울산시지부가 공무원노조를 탈퇴했고 경남 고성군지부는 9월 18일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국민여론과 조합원들의 정서를 감안할 때 합법화가 불가피하다”며 합법화 전환을 위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 김해시지부 등 3~4개 지부도 합법전환 찬반투표 실시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 경남 진해시지부장이 지부 홈페이지에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소속 조직의 이탈 조짐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22일 사무실 강제 폐쇄를 비롯한 정부의 ‘채찍’ 정책이 시작되면서 대구 북구를 비롯해 광주시 교육청, 경기도청, 경남도청, 전남 완도군 등이 잇따라 공무원노조를 탈퇴해 합법노조로 전환했다.

이런 과정에서 공무원노조 지도부와 지역본부 본부장들 간의 이견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9월말 공무원노조 경남본부(본부장 정유근)는 합법 전환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11월 25일로 예정된 전국대의원대회를 10월초로 앞당겨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경남본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국대의원대회를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지역에서 합법으로 전환하는 지부가 늘어나자 권승복 위원장 등이 10~12일 사이 경남지역을 돌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공무원노조 2대 위원장인 김영길 전 위원장을 배출한 경남 지역은 사실상 공무원노조의 ‘친정’이라고 할 만큼 조직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경남지역의 탈퇴 움직임에 대해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만은 없는 실정.

경남에서는 경남도청지부가 지난 5월 합법 전환한데 이어, 9월말과 10월초 사이 통영, 고성, 하동, 의령, 합천지부가 합법전환을 결정했다.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관계자는 “경남은 전국 지역본부 가운데 그나마 조직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면서 “그러나 몇몇 지부에서 합법으로 전환하자 부산과 울산 등 다른 지역에 미칠 영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위원장이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과도한 추측” vs “도미노 될 것”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탈퇴 지부를 집계하거나 탈퇴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의 비공식적 집계로는 최근까지 공무원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이 적게는 3만에서 많게는 5만까지 된다는 ‘설’도 있지만 공무원노조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는 없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탈퇴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탈퇴 도미노’ 식의 표현은 악의적인 여론 조작에 불과하다”며 “경남도청지부의 경우 공무원노조 결정사항을 어기고 일부 조합원들이 주도해 독자적 투표를 진행했지만 투표가 부결되자 공무원노조를 탈퇴하고 합법노조 전환하는 방법을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정부의 노조사무실 강제 폐쇄 등 강경 대응으로 일부 지역에서 탈퇴 논의가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정부의 강경 대응 때문이라면 노조 탄압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본부 임원은 “안정된 급여와 확실한 신분보장을 누리는 공무원들이 노조활동을 통해 파업 투쟁을 벌인다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이 과연 이해할 수 있겠냐는 고민이 많았다”며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국민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지부 관계자는 “규모가 작든 크든 조합원들의 이탈이 벌어지고 있다면 지도부가 투쟁의 방향을 점검하고 내부 여론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은데 최근의 행보가 너무 독단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노조 지도부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공무원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11월 25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합법전환 노조 처리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내부 갈등을 수습하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9월 4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박성철)이 합법 전환 신고를 한 이후 행자부와 실질적 대화의 장의 마련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이에 대한 위기감도 높은 상황이다.

“제 3의 길 찾자” 제안도 등장

내부적으로 ‘법외노조 고수’와 ‘합법노조 전환’과 관련한 조합원간 논쟁이 격화되면서 산발적이기는 하지만 “노선 차이를 인정하자”는 주장도 등장했다.

최근 합법노조 전환을 둘러싸고 탄핵 논란을 겪었던 공무원노조 정유근 경남본부장은 대안 중 하나로 ‘법내-법외노조 이원화 체제 인정’을 주장했다. 지난 10월 21일 울산시 북구공무원노조 게시판에 “공무원노조의 발전적 분열을 원한다”라는 글을 올린 한 조합원은 “법외파와 법내파가 단순히 특별법 수용 여부를 떠나 서로가 추구하는 노선의 확연한 차이로 끝이 안 보이는 내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며 “노선 차이에 따른 결별로 서로를 비난하지 말고 법외파가 장외 투쟁을 벌이고 법내파가 행자부를 압박하면서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공무원단체의 양대 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의 저변에는 현행법상 해직자와 현직 공무원의 신분상 차이를 인정해 공무원노조의 합법화 문제를 분리해 대응해야 된다는 ‘현실론’도 깔려있다.
특히 해직자 위주로 알려진 ‘법외노조파’와 현직 공무원 정서를 대변하는 ‘법내노조파’ 간의 이해와 처한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각자의 주장만 고수할 경우 내부 갈등만 심화, 공멸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강한 우려의 표현으로 보인다.

내부갈등, 새로운 변수 될까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이런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지만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 중 하나라는 얘기는 들려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논란은 치열해 지고 있지만 11월 25일 대의원대회를 거치더라도 특별한 결론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안팎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의 대립각을 더욱 세우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내부 갈등이 공무원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공무원노조 추진 경과
。。。 1998.2.6.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에서 공무원노동조합 허용합의

。。。 2002.3.23.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결성

。。。 2003.6.23
노동부,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 및 운영에관한법률안’ 입법예고

。。。 2004.7.23.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출범

。。。 2004.10.28.
정부, ‘공무원의노동조합설립 및 운영에관한법률안’ 국회 제출

。。。 2004.12.31
‘공무원노조법’ 국회 통과

。。。 2006.1.28
‘공무원노조법’시행

。。。 2006. 4. 20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주노총 가입

。。。 2006.9.4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합법 전환 신고

。。。 2006.9.12
행자부-합법 전환 노조 간 첫 단체교섭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