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중앙권력만큼 지방권력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중앙권력만큼 지방권력도 중요하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7.04.28 03:1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직된 세력 바탕으로 일할 사람 정부에 파견해야
▲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사회연대노동포럼은 대전에 위치한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 방문을 시작으로 27일 일정을 진행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이날 대전·충청 지역의 3개 노조를 방문했다.

비정규직, 들어오자마자 떠날 준비

가장 먼저 방문한 을지대병원지부는 지난 2015년 11월에 설립된 노조로, 노조 설립 이후 해를 넘기는 힘겨운 투쟁 끝에 노조 인정과 단협 체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날 방문에서 을지대병원지부 신문수 지부장은 “18년간 무노조 상태로 있다가 열악한 근로조건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 노조를 설립했다”며 “조합원은 700여 명으로 80%의 가입률을 보이고 있지만, 비정규직이 50% 이상이고 간접고용도 350명에 이르는 등 앞으로도 투쟁을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을지대병원지부 민혜진 수석부지부장은 “조합원은 물론 비조합원들을 계속 만난다. 얼마 전 만난 임상병리사가 계약기간은 2년이 아닌 1년이고 급여는 알바 수준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말없이 안아주기만 했다”면서 “비정규직은 들어오자마자 떠날 준비를 해야 하고,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벽돌 쌓듯 하나하나 맞서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노동 실태를 설명했다.

이어 신 지부장은 “노동절인 5월 1일과 대통령선거일인 5월 9일은 단협 상 휴일이지만 병원 측은 정상근무를 하려고 해 선전전을 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노조 차원에서 대선 후보와 정책협약을 한 만큼 투표율을 올리고 각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 임성규 공동대표는 “보건의료 영역은 노동정책뿐만 아니라 의료정책이 동시에 겹치는 곳”이라며 “사회연대노동포럼은 대선 이후에도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감시하고 개입하면서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청와대 앞에 가서 농성이라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전서부농협분회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성과연봉제 폐지하지 않으면 줄소송 이어질 것

사회연대노동포럼은 을지대병원지부에 이어 대전서부농협분회를 방문했다. 사무금융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고성환 분회장은 “조합장이 보수적인데 거의 매일 점심과 저녁식사를 하며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해 지난 번 선거에서 80% 가까운 표를 얻었다”면서 “지역농협 조합장은 지역에서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을 행사한다”고 이야기했다. 고 분회장은 이어 “조합장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정치 이야기를 피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연대노동포럼 정용건 공동운영위원장은 “중앙권력만큼 지방권력도 중요하다”면서 “다음 지방선거에서 노동자들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게 열심히 활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해모 공동운영위원장은 “목포에서 출발해 오늘까지 전남과 부산, 경남, 경북 지역에서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를 방문하고 있다”면서 “사무금융노조 사업장들에서는 제조업 노동조합 같은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데, 보수정권이 다시 집권한다며 지금도 무력화 돼 있는 소규모 노동조합이 아예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전했다.

▲ 중부발전노조 방문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이날 마지막 방문지인 중부발전노조에서는 정치를 주제로 사회연대노동포럼과 중부발전노조 이희복 위원장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노조의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가 실시되고 있는데,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성과연봉제를 폐기하지 않으면 올해 내내 줄소송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공공기관에 대한 기능조정은 사실상 상장을 위한 것인데, 상장은 곧 우회 민영화로 귀결될 것”이라며 “에너지정책연대 차원에서 정책협약을 진행했고 조합원들을 만나 교육을 계속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선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성규 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노동계 인사가 정부나 청와대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개인으로서 들어간 것이어서 분위기에 휩쓸리다 노동정책을 제대로 펴지는 못했다”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조직된 세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청와대에 일할 사람을 보내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공동대표는 이어 “사회연대노동포럼은 대선기간 이후에도 요구사항이 관철되는지, 제대로 된 노동정책이 펼쳐지는지 감시할 것”이라면서 “때로는 비판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정부를 견인함으로써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펼치도록 견인하는 것이 사회연대노동포럼을 만들어 활동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하며 이후 활동 과정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사회연대노동포럼은 28일에는 전주로 이동해 전주 지역의 각 노동조합과 투쟁사업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노동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