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단협으로 상생의 길 찾자
중앙단협으로 상생의 길 찾자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5.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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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시장 구조개편·내국 기능인력 육성 필요
[인터뷰]이영철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 위원장

노동부가 노동조합 설립 신고 필증을 반려했다. 사용자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두가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바로 건설노동자들이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1988년 건설 기능공들이 처음 조직돼 지금의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 기틀을 잡았다.

불가능을 가능케 했던 건설노조 기능 인력들이 다시 똘똘 뭉쳤다. 이번에는 산별협약이 목표다. 중앙교섭을 통한 단체협약 체결은 만만치 않다. 건설노동자들은 수시로 사업장을 옮겨 다닌다. 이들을 고용하는 전문건설업체는 지역별 직종별로 나뉘며 2만 개가 넘는다.

지난 4월 5일 한국의 건설시장 구조개편과 내국인 기능인력 육성을 위해 노-사(건설노동자-전문건설업체)가 중앙교섭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이영철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을 만났다. 

조직과 현안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건설은 4개 분야로 나뉜다. ▲토목건축 ▲건설기계 ▲전기 ▲타워크레인이다. 건축물을 올리기 위해 터를 닦는 토건 작업 이후, 본격적으로 건물을 올릴 때 기능 인력들이 투입된다. 목수나 철근, 타설, 조적, 미장 기능공이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1만 5,000명이 조합원이다. 한국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200만 명이라고 통칭하는데, 건설 기능 인력은 대략 60만 명으로 본다.

건설노동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한다. 전문건설업체도 마찬가지다. 서울지역에 있는 건설업체라고 해도 서울뿐만이 아니라 부산, 광주 지역에서도 도급을 받아서 일한다. 그런데 도급비는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편차가 심한 이유는 지역별로 다른 기능 인력 임금과 관련돼 있다.

건설산업은 합법적으로 ‘발주자-원청(종합건설업체)-하청(전문건설업체)-건설노동자’의 구조이다. 위계적 수직 구조 속에서 발주자와 원청 만 이익을 가져가고, 전문건설업체와 건설노동자는 고통에 시달린다. 최저낙찰제의 폐해가 워낙 커서 원청 단위에서는 폐지가 됐지만, 전문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최저낙찰제 안에서 저단가로 경쟁한다. 기능인력을 건설현장에 수급하는 권한을 갖는 전문건설업체는 낮게 책정된 공사비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고급·양질의 내국 기능공 대신 값싼 외국인력을 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내국인 건설 기능공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장시간노동 등의 문제를 겪는다. 이에 대해 원청은 전문건설회사를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한다. 하지만 우리는 원청에 비해 ‘을’인 전문건설업체들이 원청의 낮은 공사비에 내몰려 노사갈등에 따른 비용 지출을 강요당하면서도 낮은 공사비와 공사기간 단축에 시달리는 힘든 상황임을 알고 있다.

건설산업이 처한 이같은 구조적 위기를 건설노동자와 전문건설업체가 힘을 모아 해결하기 위해서 중앙교섭을 제안했다. 건설노동자와 전국의 전문건설회사들이 꾸린 대표단이 하나의 창구로 교섭해, 공사비의 기준이 되는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정하자는 것이다. 노사가 이에 합의만한다면 원청의 공사비지급, 공사기간단축 관행을 제재할 근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원청은 건설노동자의 간접적인 사용자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들이 가장 막대한 이윤을 가져간다. 전국 아파트 평당 분양가가 1,0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는 2년 전보다도 200만 원 가량 오른 것이다. 그런데 전문건설업체의 도급금액은 여전히 이전 상태에 머문다. 변화한 환경을 고려하면 그 도급비는 과거보다 더 낮아진 셈이다. 당연히 전문건설업체에 고용돼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의 임금도 나아질 수 없다. 원청들이 얼마나 많은 이윤을 가지고 가는지 눈에 보이는 구조다. 건설현장 내에서 을들의 위치에 있는 하청업체, 하청노동자 모두가 어렵다. 건설산업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원청이 가져가는 막대한 이윤을 나눠 내려보내야 한다. 더 이상 도급 단가를 깎지 못하도록 을들이 뭉쳐 일정한 합의안, 틀을 만듦으로써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교섭에서 주요하게 논의할 부분은?

건설 산업 내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건설노동자와 전문건설업체가 그 대안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고 장기적으로 해나가고, 합의된 내용을 합의서 담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문제, 전국 임금 동일화 등의 논의는 내국인 기능인력 육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필요하다.

한국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고령화되고 있다. 올 1월 건설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이들의 평균나이는 52.4세였다. 문제는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는 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청년실업이 굉장히 심각하다는데, 젊은이들이 건설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이유는 고용불안 때문이다. 토목분과는 2016년 단협을 통해 형틀목수 기능공의 하루 일당을 전국 공통 18만 5,000원으로 정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한 달 평균 20일을 일한다. 아르바이트나 시간제근무에 비해 임금은 높다. 내국인 기능인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정하게 고용을 보장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건설산업의 노동자들이 겪는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 조건 등에 대해 한국사회는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고용불안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 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산업을 이끌어나갈 인력이다. 내국인 기능 인력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지난 3월 본격적으로 시작한 중앙교섭, 중앙 단협 투쟁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건설 산업은 특정한 양질의 기능 인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집을 지어 올릴 수 없다. 몇 년 동안 기술을 습득한 기능인력이 보존돼야 한다. 그런데 내국 인력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정부 정책이 없다. 외국 인력을 데려다 쓰고, 필요가 없어지면 쫓아내는 구조로 인해 건설현장에 많은 외국 인력이 들어와 있다. 건설 산업은 대표적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이다. 발주처가 국가와 정부기관인 경우가 많아, 국민의 세금이 투자된다. 그 돈은 건설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지급되고 이는 소비로 이어져 곧장 국내에 돈이 돌게 된다. 내국 인력이 일하고 임금을 받고 소비하는 구조가 맞다.

현재 건설현장의 외국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정부 발표나 관계 연구 등을 보면 30만 명 내외가 건설 현장에 들어와 있다. 외국인의 경우 일정한 자격이 있어야 건설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식으로 들어 온 인력은 6만 5천 명 정도이다. 나머지는 다 불법적으로 고용돼 있다. 때문에 착취가 심하다. 장시간노동과 저임금은 물론 노동강도도 세지는 추세다. 동시에 불법으로 고용된 외국인력들이 임금체불이나 산재 사고를 겪는 비중이 커지면서 최근 건설현장의 산재 사고 발생율도 높게 나온다. 이처럼 아무렇게나 부릴 수 있는 외국 인력을 수급해 오면서 내국인 건설기능 인력에게 영향을 준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동시에 이주노동자들도 노동기본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불법 고용으로 법의 보호는 원천적으로 봉쇄돼 문제다.

기존에 토목건축분과위원회 교섭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두 가지 형식의 임·단협 교섭을 해 왔다. 지역교섭과 현장교섭이다. 우선 지역별로 하는 지역교섭은 부산, 대구, 광주 세 곳이 대표적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정 전문기업들이 상주하며, 지역 공사 다수를 맡고 있다. 지역단위로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을 정해 왔다. 다음으로 개별적인 현장교섭은 수도권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 둘을 명확히 지역별로 구분할 순 없다. 지역교섭을 진행하는 지역에서도 부분적인 현장교섭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서울 전문건설업체이지만 부산, 광주 등으로 내려가서 공사를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1년 내내 곳곳에서 임단협이 진행된다. 노사 간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해 온 것이다. 때문에 노사 모두 피로도가 높다. 지역 업체의 경우 중앙교섭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한 번에 정리해야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요구도 있었다.

수도권의 경우 업체 수가 워낙 많다, 지역의 경우 지역민들끼리 서로 챙기려는 특성이 반영된다고 볼 수도 있다. 수도권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지역교섭이 아닌, 현장별로 교섭을 진행한 이유다.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 중앙교섭 진행과정


•3월 2일 : 중앙교섭 사실공고문 발송(164개 전문건설업체)
•3월 10일 : 중앙교섭 확정공고문 발송
•3월 16일 : 개별 교섭 동의서 제출 받음(14일간)
•3월 30일 : 중앙교섭 상견례 및 임·단협 1차 교섭 공문 발송
•4월 3일 : 업체의 1차 교섭 연기요청 공문 수신
•4월 4일 : 업체연기 요청 수용. 4월 18일로 연기 공문 발송
•4월 17일 : 업체 측 지역교섭과 논의시간 불충분 등을 이유로 재연기 공문 수신, 노동조합 상견례 및 임단협 1차 교섭 촉구 공문 발송
•4월 18일 : 서울시청서 중앙교섭 상견례 및 임·단협 1차 교섭
•4월 25일 :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서 중앙단협 체결을 위한 2차 교섭 진행 예정

* 중앙단협을 맺기 위해 마련한 1차 상견례에 참석 또는 교섭 대표단 구성을 요청한 164개 업체 중 4곳(▲태민건설 ▲지현건설 ▲대용건설 ▲상비건설)만 참석해 파행으로 끝났다.

 

중앙단협 투쟁은 언제부터 준비했나?

중앙교섭 시도는 올해가 처음이다. 준비는 2013년 처음 위원장을 맡았을 때부터 5년 가까이 했다. 작년 4월 초 ‘2017년 임단협을 중앙교섭’을 통해서 산별 협약으로 가자라는 결정을 했고, 1년 동안 실무적인 작업들을 진행해 왔다.

3월 2일 중앙교섭 공고문을 164개 업체에 보내 교섭요구를 했다. 모든 전문건설업체가 교섭테이블에 나올 수 없다. 사용자 측이 교섭대표단을 구성해서 교섭대표단을 꾸려야한다, 지역협약을 맺었던 곳은 지역업체 가운데 대표업체를 선정해 중앙교섭에 참여시키고, 지역교섭이 없었던 수도권 업체도 교섭장에 나올 대표를 구성해야하는데 이 부분이 늦어졌다. 업체 측이 2주의 시간을 주면 대표단을 결정하고 교섭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상견례를 5일에서 18일로 연기를 했다.

노사 각 대표들이 처음 만나는 1차 교섭,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제안하고 설명하는 자리다. 교섭 일정이나 교섭 방식 등에 관해서는 사용자 측과 합의해 나갈 것이다. 저희 생각으로는 어쨌든 대여섯 차례 교섭을 진행해 보고, 교섭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한다면, 조정신청을 통해 쟁의권을 확보해서 전국적인 총파업투쟁 등을 통해서 임단협 투쟁을 해야한다.

중앙교섭의 진행은 사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전국적인 산별협약을 할 수 있는 산업, 조직이 별로 없다. 한국의 노동조합에서는 건설노조 안에 타워크레인분과가 유일하게 전국적인 산별협약을 했다. 토목건축분과는 그곳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업체 수도 많고, 직종도 다양하다. 이해관계도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분야에 굴러다니는 돈은 금액도 굉장히 크다. 또 교섭단 꾸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중앙교섭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리고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사용자들이 중앙교섭에 나설 의지가 있다고 보시나?

업체들이 교섭 대표단을 구성해서 보내겠다고 했다.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는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사 간에 긴밀히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했으니, 신뢰를 가지고 지켜보겠다. 다만 전문건설사들이 말한 날까지 교섭대표단 결정하지 않고 중양교섭의 참여를 유보하거나 회피한다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투쟁들을 해 나갈 것이다.

중앙교섭이 어렵게 성사된다면 서로 신뢰하며 대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다. 그 틀 안에서 협의할 내용을 충분히 논의하고 조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