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지부 “퇴직거부자·조합원 겨냥 인사조치 규탄”
티브로드지부 “퇴직거부자·조합원 겨냥 인사조치 규탄”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6.0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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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희망퇴직자 철회 농성 150일째
▲ 5월 31일 서울 중구 티브로드 본사 앞에서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자로 분류된 정규직 직원들이 '희망퇴직 철회'를 요구하며 15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가 최근 티브로드가 실시한 인사조치에 대해 ‘저성과자 해고와 노조파괴를 위한 반노동적 부당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일 티브로드가 인사를 단행한 42명 중 7명이 원거리와 타 사업부로 발령이 났는데, 이들 모두가 지난 4~5월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의 퇴직 권고를 거부한 티브로드지부의 조합원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는 “수도권 내에 있는 직원을 중심으로 진행한 인사 조치”라며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력이 부족한 부서가 생기고, 본사의 인원 충원이 필요해 각 파트별로 인원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또 “5월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며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일을 잘하는 젊은 직원들도 많이 나갔다”고 덧붙였다.

희망퇴직 불가피한 상황인가

티브로드와 티브로드지부간의 갈등이 불거진 지 7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작년 11월 3명의 정규직 직원이 희망퇴직자로 분류된 것이 시작이었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노동조합은 희망퇴직의 정당성과 절차 등에 문제를 제기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꼬여만 가는 노사 갈등의 핵심이다.

회사는 희망퇴직에 대해 ‘가까운 시일 내 닥칠 위기 극복 차원’에서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700억 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티브로드의 상황을 위기라고 볼 수 없다”며 “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CJ헬로비전은 215억 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내는데, 600명 정도를 직원으로 둔 티브로드의 순이익은 세 배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2013년도 정점을 찍은 후 순이익 등이 감소 추세이나, 이 흐름에도 주주들의 주식배당금은 오히려 더 올랐다“며 ”회사 비전과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수익성 악화에도 주주친화정책을 펴면서 단순히 직원 수를 줄여 비용을 보전하겠다는 식은 부도덕한 기업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희망퇴직을 ‘당했다’

“회사가 어려우면 직원과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거나 부득이 희망퇴직을 진행할 때는 직원의 의사를 묻는 것이 상식이다. 미래에 예상되는 어려움을 가정해서 직원을 해고 시키는 것은 그에 딸린 가족들을 생각하면 살인과 같이 폭력적인 것이다. 억울하다”

티브로드 기술팀 부장이었던 A씨의 말이다. 그는 작년 11월 희망퇴직으로 처리돼 회사를 나온 세 명 중 한 명이다. 회사는 장씨가 희망퇴직을 원했다고 말하고, A씨는 희망퇴직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희망퇴직이 정당했는가에 대한 사측과 노동자의 공방은 지방노동위원회로 넘어갔다. 지노위는 회사의 강요가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 판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직원들은 중노위에 재소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오는 12일 나올 예정이다.

이들은 “희망퇴직이라고 하면 사회적 통념상 회사가 정해진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하는데, 희망퇴직 대상으로 지목하고 제대로 된 사후보상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요청해왔다”며 “나이 어린 사업부장의 입으로 해당 내용을 듣는 상황 자체가 심적으로 스트레스였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버티지 않았으면 회사의 이후 희망퇴직은 더 신속하고 거침없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예상치 못하게 작년 희망퇴직을 당한 직원들이 버티자, 이후  2차 3차 희망퇴직 진행은 3개월 정도 늦춰져 진행됐다”고 덧붙엿다.

티브로드는 작년 11월에 이어 올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티브로드 내부에서는 사측이 희망퇴직자 규모로 전체 인원의 1/3에 달하는 240명을 목표로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회사 담당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희망연대노조는 티브로드가 태광그룹 소속 기업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구형받는 과정에서 태광그룹 계열사가 전체적으로 비용 줄이기에 돌입했고, 그 피해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현재 티브로드가 추진하는 희망퇴직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희망퇴직의 정당성과 회사의 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반 사회적 행태를 문제 삼으며 앞으로도 강하게 맞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