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청년일자리 확대 촉구"
"건설현장 청년일자리 확대 촉구"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6.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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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건설노조 '청춘버스' 기자간담회서
적정임금·8시간노동·직접고용 등 정책제안
▲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1번가에서 건설노조가 20대 건설노동자 40여명과 함께 ‘청춘 버스’ 기자회견을 열었다.ⓒ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20대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의 질 좋은 청년일자리 확대를 촉구했다.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앞에서 전국건설노동조합(이하 건설노조)이 20대 건설노동자 40여 명과 함께 ‘청춘버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건설노조는 “건설산업은 정부가 가장 큰 발주기관이라는 점에서 특수하다”며 “건설업 기성액은 2014년도 국내총생산액 1,485조  원 대비 약 13%로 단일 산업으로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중 공공부문은 전체 40%, 금액으로는 60조원 규모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질좋은 공공부문 일자리, 건설현장에서만 이뤄져도 고용창출에 단비가 될 것"이라며 "건설현장에서 법 만 잘지켜도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청년 일자리 70만 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적정임금제 도입 ▲8시간 노동정착 ▲직접고용 ▲내국인력 고용확대 등을 제안했다.

청년발언에 나선 송영섭(26) 건설노조 대전세종건설지부 조합원은 “50여 명이 일하는 현장에 20대는 두 명 뿐”이라며 “현재 건설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 들어오면서 내국인력이 계속 밀려나고 있고, 이들 중 95%정도가 50대 이상의 나이가 많은 분”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하루 20만 원을 벌어 회사에 다니는 사람보다 돈벌이는 좋은데, 안전 문제로 젊은 사람들이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건설현장에서도 병원비 지원 등 나라에서 제공하는 복지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결혼하지 않아 내가 쓰는 돈만 벌면 되지만, 이후 가정을 꾸려 아이 기저귀 값이나 가족 부양비 등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임금이 올라야한다”고 덧붙였다.

건설현장 노동을 흔히 ‘노가다’라고 낮잡아 보는 사회인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김호성(26) 부산울산경남지부 조합원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노가다라고 하는데, 형틀목수의 경우 계산을 하면서 작업을 하는 등 건설현장 일은 세분화돼 있고 어렵다”며 “외국에서는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인정 받는다고 하는데, 한국도 건설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한다”고 말했다.

김병규(28) 씨는 “건설현장의 노동을 무시하는 인식이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힘을 쓰고 망치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도면 공부를 하야하는 등 현장은 다르다”며 “막상 일을 하면 힘든데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통해 대구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2년 정도 됐다.

이어 “건설현장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건설현장에서 기술을 배울 사람이 없어 우리 기술을 다 빼앗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영길 고용노동부 지역산업고용정책과 사무관은 건설현장에 젊은 인력이 들어와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고령인력과 외국인력의 비중이 높은 건설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요구사항을 실천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바꾸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20대 청년이 건설현장에 들어와 30대와 40대를 거쳐 50대가 되면 어느 정도의 임금과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직업 전망을 제시해야한다”며 “경력 5년이면 초급, 5년 이상이면 중급 등으로 인정하는 건설기능인 등급제를 국토부와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전국건설노동조합 '청춘버스' 기자간담회에서 20대 건설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이날 건설노조는 지난 5월 12일부터 보름동안 20대 조합원 7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폰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들 중 52명(73.2%)는 미혼이고, 대부분의 경력은 2년 미만(69%)이었다.

전재희 건설노조 교선실장은 “20대 청년 건설노동자들은 지금 받는 임금에 대해선 만족하는 편이지만, 가장 불만인 사항으로 저임금 구조를 꼽았다”며 “ 이는 10년, 20년을 일해도 같은 임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질 좋은 건설현장 일자리를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을 묻고 복수로 응답한 항목에서 ▲저임금 타파(66.7%)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59.7%), ▲사회적 인식 개선 ▲불법하도급 근절 ▲노동안전 확보 등(51.4%)의 순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계속 할 생각이냐는 물음엔 62.5%가 “계속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하는 환경이나 대우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리지만 가장이다. 10주된 아기가 있다’, ‘좋은 직업이니까’ 등이 이유였다.

반면 건설현장에서 머물기 어려운 이유로 ‘주변에서 바라보는 인식’, ‘안정적이지 않다’, ‘일거리가 많지 않아서’ 등이 답변으로 나왔다.

한편 ‘청춘버스’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모인 20대 건설노동자들은 간담회가 끝난 뒤, 광화문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 건설현장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 접수카드를 작성해 제출했다. 오후에는 서울시청 앞에서 청춘 발언대를 열고, 이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해당 문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