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도 취업도 아닌 현장실습, “중단하라”
학업도 취업도 아닌 현장실습, “중단하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7.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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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 경쟁 내몰려 ‘묻지마 실습’ 횡행
민주노총, 김상곤 부총리에 면담 요구
▲ 민주노총이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실습 실태와 관련해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고교 3학년 학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2014년에는 울산의 한 공장에서 야간 교대근무를 하던 실습생이 폭설로 인해 무너진 지붕에 깔려 숨졌다. 올해 1월 ‘콜 수를 못 채웠다’며 자살한 LG U+ 콜센터 노동자 역시 고교 현장실습생이었다.

고교 현장실습생 사망이 잇따르자 민주노총과 전교조, 학부모단체가 산업체 현장실습제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은 1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상곤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은 정상적인 취업이 아님은 물론이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의 현장으로 (실습생들을)밀어 넣고 있다”면서 “학교가 노동자를 파견하는 용역업체가 됐다”고 논평했다.

특성화고교와 마이스터고교는 취업난과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한 ‘학력 인플레’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도입됐다. 직업훈련을 강화함으로써 옛 실업계 고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산업체에서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취지와는 달리 현장실습생들이 산업체에서 받는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고 알려졌다. 정부가 2006년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과 2012년 ‘특성화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장실습생에 대한 야간노동 제한과 표준협약 체결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6학년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에서도 노동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근로감독관과 시·도교육청이 일제 점검에 나선 결과 ▲표준협약 미체결 238건 ▲근무시간 초과 95건 ▲부당대우 45건 ▲유해·위험 업무 43건 ▲임금 미지급 27건 ▲성희롱 등 17건이 적발됐다.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일선 학교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경쟁을 벌이느라 제자들을 죽음의 노동현장으로 내몰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선 학교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취업률 경쟁에 매달린 나머지 이른바 ‘묻지마 실습’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김상곤 부총리의 ‘눈가림용 정책을 개혁의 이름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는 취임사를 언급하며 현장실습 문제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과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