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Level Up을 위해 성찰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Level Up을 위해 성찰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7.07.13 15:1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인 편지

몇 년 전부터 희망과 열정의 상실이라는 말이 미세먼지처럼 허공을 떠돌았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 저성장, 사회양극화, 기울어진 운동장, 청년실업, 고령화, 가계 부채의 증가 등 음울한 현실 앞에 당연한 모습일 것입니다.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위로가 될 수 없는 외로운 사회라고 합니다. 어떻게든 나만 아니면 되는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 숨이 턱턱 막히는 건 몇 사람만의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절차마저 무시되고 유린되는 현실은 사람들을 분노에 빠뜨렸습니다. 결국 많은 이들이 광장으로 나서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참여의 힘이 만든 과정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도 소중히 여기는 정부, 이해당사자의 참여로 만드는 사회적 거버넌스, 가방을 여는 어린아이를 무릎을 굽혀 기다려준 대통령, 어쩌면 지금의 모습은 30년 전, 87년 그 때쯤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30년 후, 지금 많은 국민이 더 기뻐하고 더 많은 애정을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든 변화를 지켜만 보는 것으로는 금방 실망하고 상상과 다른 결과가 분노를 불러 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이 격식 없이 소통하고 자신의 삶에서 참여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의 삶과 일터는 어떤 모습일까요?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노동생산성은 OECD 28위라고 합니다. 시간당 31.8달러를 생산하는 꼴입니다. 1위인 룩셈부르크는 81.5달러입니다. 미국과 독일은 60달러 근처에 있습니다.

직장인의 분노조절 장애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밖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직장인데 스스로 자존감은 떨어지고 하류층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임금체계 탓이겠지만 연봉 6,800만 원 이상 받는 노동자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시 받게 될 연봉을 계산합니다.

잦은 야근, 불필요한 회의, 상사 눈치 보기,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떠넘기는 회사. 번 아웃이 남 일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비전이 없다고들 합니다. 자신의 일과 회사에 대한 열정이 사라진, 돈이 노동의 동기가 되어버린 우리의 일터.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주거비와 사교육비는 삶의 여유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노후 준비할 틈도 없이 정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은 집약적인 경제성장을 한 나라입니다. 후발주자가 차관을 도입해 중화학산업을 발전시키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아주 독보적인 나라입니다. 값싸고 질 좋은 인력공급은 비용경쟁력을 갖추는 훌륭한 무기였습니다. 성장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습니다. 결과만 좋으면 되었기에, 과정을 무시했습니다. 좋은 눈썰미로 선진 기술을 금방 학습했습니다. 나를 따르라는 전투적 방식은 속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후발주자일 때는 훌륭한 전략이었지만 지식이 경쟁력이 되는 시기에는 빠르고 값싸고 괜찮은 질은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습니다. 언론에서 떠드는 각 분야의 세계 1위, 최대에서 도면과 원천기술은 Made in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와 경쟁하고 독창적인 자신의 경쟁력이 필요한 시점, 그동안 한국경제를 키웠던 우리의 문화를 전면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효율성과 비용경쟁력을 모른다고 철부지 취급할 것이 아닙니다. 효율성과 비용만 따진다고 몰아 부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우리 사회문화와 산업이 비용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운용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진영논리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사회의 리더와 글로벌 기업이 변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을 무기로 국민과 구성원을 옥죌 것이 아닙니다. 국가와 기업은 글로벌 규모로 성장했는데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주범은 공공부문과 대기업입니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수혜를 대기업이 보았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비전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일자리를 늘릴지, 어떻게 복지를 확대할지, 중산층을 되살리기 위한 모두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국민경제의 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사회적인 공감이 필요합니다.

인내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구성원의 진심어린 참여를 위해서는 리더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먼저입니다.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는 기업문화가 많다고 합니다. 업무방식과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인사제도를 바꾸고 성과제를 도입 한 결과 역시 시원치가 않습니다. 위로부터의 변화에 수동적이고 심지어 거부감마저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몇 사람의 절박함과 채근으로 변화를 이루기에는 냉소주의와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자신의 양보가 손해로 귀결된 사회적 경험이 너무나 심각합니다. 당근과 채찍이 아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신뢰를 저축하기 위한 사회지도자들의 처절한 자기 혁신이 필요합니다.

2016년 광주광역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TFT를 만들고 간담회, 설명회 등을 120여 차례 가졌다고 합니다. 정규직화의 정당성은 당연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참여하고, 양보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담당자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기관장의 의지가 정말 중요했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사회학자의 분석에 따르면 IMF이후 한국에서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해외로 떠난 일자리입니다. 인건비 때문에, 시장 때문에 떠난 것입니다. 이제 원천기술을 축적하고 고부가가치산업을 육성하고 매년 1만 6,000개의 특허가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전략과 패러다임으로 국내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의무와 보답이 아니라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도전이 필요합니다. 기업에게 맡겨진 복지비용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임금과 복지 중심에서 4차산업혁명시대 노동자의 숙련과 경력관리를 위한 학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사회적 숙련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의 대사처럼 “노동자의 손이 황금의 손”이 되고 그것이 자존감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 협치 그리고 혁신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대한민국, Level up은 촛불로 보여준 우리의 힘을 더욱 키우는 것입니다.

2017년 6월

참여와혁신 발행인 박송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