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수렁에 빠지는 삼안 노사갈등
점점 수렁에 빠지는 삼안 노사갈등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07.1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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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에 이어 노조 탈퇴 회유 녹취록까지 등장
[리포트] 삼안의 노조탄압

“우리 부서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노조를 나오는 방법 외에는 없다.” 노조 탄압이 끊이지 않던 ㈜삼안의 노조탄압이 노조 탈퇴 회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5월 29일 ㈜삼안 소속 임원이 직원들을 모아 놓고 한 말이다. 노조 탈퇴 회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삼안의 노사갈등은 정점을 찍게 됐다.

시작은 기업 매각에서부터

삼안은 도로, 댐, 터널, 교량 등 각종 토목 관련 구조물을 설계하는 토목 엔지니어링회사다. 임직원은 약 1000명 정도로 대부분 토목 설계 엔지니어다. 2010년 노조 설립 당시에는 프라임 그룹 소속으로, 프라임 그룹은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회사를 고속성장시켰다.

하지만 2011년 프라임 그룹의 자금 유출로 삼안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임직원들의 조기 정상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에 의하여 4년간 방치되다 현 주주인 한맥기술에 매각되었다. 노조에 따르면 한맥기술은 이전 경영과정에서 노동조합을 경험한 적이 없어 삼안 인수 이후 노조를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2016년11월 임단협 교섭을 시작하면서 명확히 드러났다.

걸림돌 제거부터 하나씩

사특은 임단협 122개 조항 중 63개 조항에 대해 경영권침해를 이유로 대폭 수정안을 제출했다. 사측이 제출한 수정안 내용은 노조 활동을 제약하는 내용부터 정리해고 감원을 포함한 인사권, 기존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려는 내용 등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김병석 삼안노조 위원장은 “지금 회사는 상시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는데 궁극적인 이유는 경비 절감으로 보인다”라며 “회사를 더 성장시켜서 많은 직원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수주하는 수주량이 정해져 있으니 직원들을 정리해 인건비를 남기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5월 15일 노조는 사측에 임단협 양보안을 제출했지만 사측은 이를 단협해지 통보로 답했다. 이어 올해초 국세청으로부터 126억의 추징세가 발생하자 직원 50%, 임원 60%의 임금체불을 단행했다. 또한 권고사직 대상자 10명에 대해 프로젝트점검팀이라는 새 팀을만들어 발령했다. 이에 노조는 부실경영,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노조탄압 규탄을 위한 삼안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측은 노조가 결의대회를 예고하자 체불된 임금을 바로 입금했지만 이미 노조와의 골은 깊어진 후였다. 이날 결의대회는 250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해 “노사상생 노력 없이 단협 해지 통보하는 사측은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노조가 추징세 문제와 관련해서 임금체불 발생 여부와 함께 회사 현금 흐름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부당노동행위와 임금체불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노조는 의문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병석 삼안노조 위원장은 “사측에따르면 임금체불 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던 체불임금이 집회와 동시에 고발장을 넣으니 바로 입금이 됐다”라며 노조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위기라고 볼 상황은 아닌가?’하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녹취록 드러나며 의문점 풀려

김병석 삼안노조 위원장의 의문점은 노조가 조합원을 통해 노조탈퇴 회유 녹취록을 입수하면서 풀렸다. 6월 22일 노조는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안 소속 임원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대대적인 노조 탈퇴 공작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은 이렇다.

모든 자금 사정이 굉장히 어려운 것도 사주가 차입해서 지원해주면 돼요. 근데 사주는 안 하려고 하지 왜? 괘씸죄에 걸린 거지 그래서 우리 부서가 살아갈 길이 뭐냐? 최근에 고민도 많이 했고 어차피 우리는 연봉제 가기로 했어요. 다시 판단하시죠? 해도 연봉제로 갑니다.
…중략…
그래도 우리 부서가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이제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왔어요. 회사를 위해서 뭔가를 해줘야 하는데 그게 뭐냐? 노조를 나와야 되는 지금은 그 방법 외에는 없어요.
…중략…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어중간하게 나가다가는 이거는 애매한 부서가 될 것 같아요. 이 시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선봉대고타격대고 나가지 않으면 우리 부서가 살아 남지 못하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러분들이 노조에서 나와 가지고 우리끼리 한번 뭉쳐보고 우리끼리 한번 잘 해보자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온 거에요. 개인적으로 의견이 틀리고 하겠지만 이제는도 아니면 모다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녹취록 주요 내용 중 일부>

녹취 당시는 사측이 노조에 단협 해지를 통보한 이후 5월 임금에 대해 직원 50%, 임원 60%의 임금체불이 발생한 시점이었다.

김병석 삼안노조 위원장은 "'모든 자금 사정이 굉장히 어려운 것도 사주가 차입해서 지원해주면 돼요. 근데 사주는 안 하려고 하지 왜? 괘씸죄에 걸린 거지'라는 부분은 직원들의 임금을 줄 수 있었는데 사주가 일부러 임금을 체불하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직원들의 임금을 담보로 노조 탈퇴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범죄행위로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는 정부 당국에 삼안의 노동권 유린과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조사, 처벌해야 할 것을 촉구하며 ▲삼안에서 벌어진 불법 노조파괴행위를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 ▲삼안, 한맥기술, 장헌사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 ▲노동적폐 청산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동기본권 유린 행위를 엄중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녹취 내용 일부가 일파만파 퍼지자 사측은 노조에 녹취록 및 녹취자료를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이 사태에 대해 삼안에서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삼안의 노사갈등이 녹취록 공개로 최고조에 치달으면서 사측은 이에 따른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김병석 삼안노조 위원장

회사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봐야 하는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이전 경영진이 내야 할 세금을 안내면서 현 추징세 문제가 생겼다.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한데 회사가 이야기하는 만큼 굉장한 위기이고 극복 못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회사가 상환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과천 사옥 대출인데, 현 경영진이 삼안을 인수하면서 10억의 인수대금을 5억으로 깎겠다며 소송을 했다. 매각 중앙사 NH증권은 10억을 받아야하는데 소송이 들어오니 과천 사옥에 가압류를 걸었다. 과천 사옥 대출을 받으면 추징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가압류가 걸려있으니 불가능하게 되고 이것이 임금체불로 이어진 것이다. 쉽게 말하면 10억 내야 하는데 5억 아끼려고 직원들 임금체불 시킨 꼴이다. 회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말로 위기라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위기 극복 방안이 충분히 나와 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노조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니 회사의 현금흐름 자료를 요구했는데 주지 않는다. 주더라도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될 때만 주고, 이러니 노사관계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아마 이 회사의 사주나 경영진들은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노조가 무언가 요구를 하면 ‘왜?’하고 이해를 못하는 듯하다.

전 프라임 경영진과 현 한맥기술 경영진 경영방식에 차이가 많이 나는가?

차이가 많이 난다. 프라임 때는 경영에 자율성을 줬다. 예전에는 주어진 업무 시간 안에서 직원들이 자율성을 가지고 탄력적으로 일을 했다면 지금의 경영진은 그렇지 않다. 현재 경영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 오후 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하루 4시간 집중근무시간을 만들어 그 시간에는 특별하지 않으면 회의도 하지 마라, 자리 비우지 마라 하는 것이다. 집중적으로 일을 하라는 것인데, 직원들은 그게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이전 경영진은 연장근무에 대한 제한이 없었는데 한맥기술은 연장근무를 수요일, 금요일, 공휴일에는 못하게 하고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에만 하도록 해놨다. 그리고 연장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본부장 서면결제를 받아야 하고 내용과 결과물을 보고해야 한다. 근데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 연장근무를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만 하겠나. 갑자기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여러 조건이 있는데 무조건하지 말라고만 하니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