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3권 보장’과 ‘택배법’ 절실
‘노동3권 보장’과 ‘택배법’ 절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7.1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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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산별노조 출범
[인터뷰]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13.2%. 최근 10년간 택배산업의 평균성장률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올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3.5억 박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으로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커지고, 모바일 쇼핑 거래가 보편화된 것이 택배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택배 평균 단가는 매년 하락세다. 택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 간 단가 인하 경쟁이 심각한 수준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피해를 입는 건 실질적으로 택배산업을 이끌고 있는 택배기사들이다. 작년 택배기사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구분되는 대표적인 ‘특수고용노동자’다.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탓에 어려운 상황을 바꿔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1월 택배기사들이 전국단위 산별노조를 만들었다. 출범 6개월을 막 넘긴 지난 14일, ‘노동3권 보장’과 ‘택배법’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꼽는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대기업이 재편한 한국 택배산업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 소개 부탁드린다.

택배노조는 올해 1월 8일 설립됐다. 다양한 회사의 택배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있다. 택배노조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전체 조합원의 80%를 차지한다.

택배회사의 대리점은 돈 많은 외부 사람들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택배노동자들 중에서 일부가 택배사와 계약을 맺어 운영한다. 대리점 소장의 상당수가 직접 집하배송업무를 하지만, 이들은 후원회원으로만 받는다. 택배 단가를 택배회사와 대리점, 택배기사들이 나눠 갖기 때문에 택배노동자와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대리점 수수료를 공제하지 않는 경우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현재 한국 택배업계 구조는?

1990년대 초 국내에서 택배업이 시작됐다. 2007년 이후 대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현재 택배산업이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편재됐다. ‘원청(택배회사)-하청(대리점)-재하청(택배기사)’이 기본구조다. 회사별 큰 차이는 없다. 택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을 맺어 택배노동자들을 간접 고용하는 식이다. 회사는 택배노동자들을 관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작 모든 업무 지시는 회사가 한다.

국내에서 택배업으로 등록한 업체는 18개다. 흔히 택배사라고 하면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KG ▲로젠 등 민간 5대사와 우체국택배를 포함한다. 이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민간택배를 다룬다. 이외에 기업물류, 약품 등 특정한 물품만 다루는 택배업체가 있다. CJ대한통운이 전체 택배 물량의 4~50%를, 우체국과 롯데, 한진, 로젠 등이 10%대 초반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는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택배노동자 권리 찾기 위해 전국 조직 필요

택배노조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9년 광주에서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수수료 30원 인상을 가지고 회사와 싸웠다. 이 과정에서 박종태 열사가 사망했고, 택배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에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2013년 CJ와 대한통운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택배노동자들은 ‘패널티 제도’에 반대하며 노조도 없이 파업을 했다. 500명 정도의 규모가 모였됐다. 패널티 제도는 고객이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하면 실질적으로 물건에 문제가 없어도, 택배기사의 수수료에서 기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것이다. 당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는 CJ택배분회가 있었다.

작년에 온라인상에서 ‘택배기사 권리 찾기 모임’을 만든 것이 촉매제가 됐다. 택배노동자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를 하고, 불이익 받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개선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회사와 지역을 아우르는 노조를 만들자는 합의에 이르렀고, 그 결실이 택배노조다.

택배기사 노동 현장과 실태 19세기 수준

현재 택배기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택배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열악하다. 택배 분류작업을 하는 터미널은 딱 19세기 전근대적인 수준이다. 그 당시 저임금에 내몰리며 착취당하는 어린 노동자들 모습을 사진으로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2시까지 배송 전 무임금 분류작업을 한다, 지붕 없는 터미널에서 내리쬐는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며,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일한다. 마음 편히 쉴 휴게실은커녕 화장실에 휴지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전체 택배기사의 절반가량은 점심을 거르고, 점심을 먹더라도 분류작업을 하다가 바닥에 박스를 깔고 앉아 간단히 해결한다.

택배노조가 올해 1월 실시한 ‘택배노동자 현장, 인권, 노동실태 설문조사’ 결과 확인된 사실들이다. 일주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 설문조사에는 378명의 택배기사가 답했다. 회사가 달라도 택배노동 현장의 어려움은 기본적으로 다 똑같다.

‘개인사업자’ ‘화물운송법’서 벗어나야

근무환경이 왜 이토록 열악한가?

택배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굴레에 갇혀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또 택배노동자들은 바쁘다.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한 일은 오후 8시가 넘어야 끝난다. 귀가하면 오후 10시이고 다음날 다시 일찍 출근해야한다. 주 70시간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몸이 아플 때 쉬지 못한다. 자기 권리가 침해당해도 싸울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러면서 택배노동자들이 받는 불이익은 상당하다. 회사가 업무메뉴얼을 통해 복장을 통제하지만 택배기사들 사비로 유니폼을 구매해야한다. 개인 소유물인 택배차량을 도색하지 않으면 회사는 협박한다. 노동자가 아니라면서도 유니폼 착용과 차량 도색을 강제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뿐만 아니라 택배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대리점의 계약해지 위협과 과도한 대리점 수수료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국민적인 여론을 등에 업어야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택배노조 설립 후 여론조사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택배노동자들의 어려운 작업환경을 고발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나아가 말하려는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택배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것과 택배법이 필요하다는 것. 우선 노동3권이 보장되면 법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이와 함께 ‘택배산업발전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택배업은 2010년 전후로 빠르게 성장한 신흥 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택배 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법이 없다. 이 과정에서 재벌들이 들어와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현재 택배산업은 화물운송법에 준해서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일반 화물의 요구와 택배의 요구가 상충되는 지점이 있는 것도 문제다.

택배산업에 대한 법 없이 화물운송법의 적용을 받아 발생하는 문제는?

‘자동차 번호판’과 ‘운임(수수료 문제)’가 대표적이다. 화물산업과 구분되는 일명 ‘택배산업발전특별법’이 필요하다.

화물업계는 시장이 포화상태다. 정부는 노란 번호판을 받은 사람만 화물 운송을 할 수 있도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운임이 떨어져 화물업계 전체가 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택배산업은 화물업 상황과 다르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라서, 택배차량도 빠르게 늘어나야 한다.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가 옳다.

택배노동자는 택배사와 그 동네 구역에 대해 계약을 맺기 때문에 일반 화물운송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산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법이 일괄 적용돼, 현재 국내 약 4만대의 택배차량 중 2만대가 불법 차량인 실정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토부가 ‘배’자 번호판을 만들어 택배 차량을 만 대 넘게 합법화 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1~2년이 걸렸다. 그 사이 또 불법 택배차량은 만 대 넘게 늘었다.

또 하나는 운임에 관한 것이다. 화물운송노동자는 화주에게 물건을 받아서, 물건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운임을 받는 ‘운임제’이다. 택배기사의 경우 택배사가 운임에 대한 모든 계약을 맺고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재벌이 들어와 택배 단가를 후려치고, 적은 마진을 남기되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박리다매로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최저수수료제도와 최저운임제도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향후 활동 계획은?

택배산업을 실질적으로 만들고, 중요한 고객을 만나는 건 택배노동자다. 택배는 유통업과 온라인 산업 등 많은 분야와 연계돼, 미치는 파장이 큰 중요한 산업이다. 택배노동자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갖춰 발전하는 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3권 보장’과 ‘택배법’이 절실하다. 지난 5월 인권위에서 택배노동자들을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권고안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3권 보장을 강조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조 할 권리 보장을 더 힘 있게 요구할 것이다. 일단 단결권만이라도 법적으로 보장이 된다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회사를 상대로 이야기해 나갈 수 있다. 또 우체국택배와 여러 민간택배사의 택배노동자들을 조직해 택배법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겠다.

드론 등 택배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택배산업의 일자리가 준다는 전망에 대해선?

일하기 편해지면 좋다. 다만 인력이 감축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판단해야하는 문제다. 이미 택배업 관련 노동자들이 약 5만 명에 달한다. 그에 딸린 식구들만 감안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이다. 비용이 절감되고,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서 무조건 다 적용해야하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노동현장의 문제에 대해 대안도 함께 논의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