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회의소, 미조직 노동자 대변할까
노동회의소, 미조직 노동자 대변할까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07.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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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노동회의소’ 국제 심포지움 열려
오스트리아 모델 바탕으로 도입 논의
▲ 18일 오후 2시에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노동회의소 도입을 위한 심포지움이 열렸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우리나라 노조 가입률은 약 10%정도다. 전체 노동자 중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극도로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양대 노총만으로 전체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 대안으로 노동회의소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18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외국의 사례로 본 한국형 노동회의소의 필요성과 도입방향’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노총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그리고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오스트리아의 노동회의소의 모델에 대해 알아보고 한국형 노동회의소 도입 방안들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스트리아 노동회의소(Arbeiter Kammern)은 전 세계에서 제도적으로 가장 잘 구축된 사례로 꼽힌다. 9개 주에 각 하나의 노동회의소가 있으며 하나의 연방노동회의소(BAK)가 존재한다. 회원은 약 360만 명으로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 법적으로 의무 가입이 된다. 모든 노동자가 100% 가입되는 만큼 노동회의소에서는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이 노동자의 입장에서 정책 연구를 하고 법률자문과 권리보호 및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회원들에게 제공한다. 의회에 나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함으로써 노동정책에 개입한다.

▲ 18일 오후 2시에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형 노동회의소 도입을 위한 심포지움이 열렸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발제를 맡은 발렌틴 베들(Valentin Wedl) 오스트리아 노동회의소 유럽연합·국제본부장은 “노동회의소는 노조에 의해 노조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고 소개하며 “노동회의소와 노조는 각각의 역할이 분담되어 있어 서로 경쟁관계가 아닌 상생관계”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 노조는 사용자 측과 임금 단체협약, 기업 및 산업별 이해관계 대변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노동회의소는 법률자문, 관리보호와 소비자보호 그리고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자 입장 대변에 집중한다. 노조가 선택 가입제 기반의 투쟁 조직이라면 노동회의소는 법적 의무 가입제 기반의 전문가 그룹으로 분류 가능하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 수준의 낮은 조직률과 더불어 대부분 기업별 노조인 상황에서 초기업적 근로자이익대변은 사실상 부재하다”라며 “조직노동을 제외한 나머지 90%의 대다수 미조직·비정규직 근로자는 노조의 보호나 노동·사회보장법 등 각종 제도적 보호에서 제외되고 있다”라며 한국형 노동회의소 도입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임상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존의 자발적 혹은 시장원리에 따른 대안만으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라며 “사회적 제도화가 된 노동회의소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사용자측의 재정이 들어오지 않는 재정적 독립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노동회의소의 경우 노동자 월급의 0.5%를 회비로 가져간다. 이중 저임금노동자는 회비납부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기에 정부와 사용자측의 운영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여력이 마련된다. 오스트리아 연방노동회의소 예산 집행내역을 보면 연간 약 43억 2,600만 유로의 회비가 납부된다.

한편 우리나라 구조와 오스트리아 노동회의소 모델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동회의소라는 전체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큰 집을 짓자는 건데, 작은 집도 잘 짓지도 못하면서 어찌 큰 집을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스트리아의 경우 산별노조 중심인데 우리나라는 개별노조 중심이며 노동회의소와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기관들과의 역할 충돌도 우려 된다”라고 했다.

마르쿠스 스토마이어(Marcus Stohmeier) 오스트리아 노총 국제본부장은 “노동회의소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있듯 취약적인 부분이 있다”며 “이러한 토론이 노동회의소를 도입하기 위한 첫 출발”이라고 했다. 이어 “오랫동안 억압받은 한국의 많은 노동자들의 위한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생각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노동회의소 설립을 공약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용득 의원은 “올해 하반기에 노동회의소 설립과 관련된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라고 밝히며 “노동회의소가 총 노동을 대변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