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노동자들 “당신의 말이 인격입니다”
공항노동자들 “당신의 말이 인격입니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7.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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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심각… 공항노동자 존중 캠페인 진행
▲ 19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3층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즐거운 휴가길, 공항노동자를 존중 합시다’ 캠페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본격적인 여름 휴가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공항이용객들에게 감정노동에 대해 알리며 공항노동자를 존중해달라고 호소했다.

19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3층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인천공항지부)가 ‘즐거운 휴가길, 공항노동자를 존중 합시다’ 캠페인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노동자 감정노동 실태를 고발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여름휴가 기간을 7월 15일부터 8월 28일까지로 보고, 이 시기에 공항이용객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684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루 평균 18만 5000여 명이 공항을 찾는 셈이다.

인천공항지부가 지난 한 달 동안 새벽 출근시간대와 온라인 SNS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사례를 보면 공항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공항노동자들에게 반말과 짜증 섞인 막말을 듣는 것은 이미 일상적인 업무다. 심한 경우 욕설과 성희롱적인 발언은 물론 인격 모독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공항 이용객도 있다.

특히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기내 반입 불가 물품에 대한 설명을 하면 왜 안 되냐고 따지는 이용객부터 김치 통에 가래침을 밷거나 던지는 사람, 손을 펴보라고 해 치약을 손에 짜고 가는 사람 등 당황스러운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기내에는 100ml가 넘는 액체류는 반입이 금지된다.

김민주 인천공항지부 전략조직국장은 “공항은 국가의 주요 시설이고 공항 운영에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보안법이 적용된다”며 “공항 노동자들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니라 국가의 법 규정에 따라 일을 할 뿐이니 이용객들이 다소 이해하기 힘들어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이들은 ‘기내 반입 금지 물품 검색 시 막말과 폭언, 성희롱 사례’ 외에도 ‘안내 도중 잘못 없는 직원에게 불만 표출’, ‘상주하는 공항공사 직원들의 무시’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공사가 공항노동자들의 감정노동을 보호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5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항 이용고객에게 감정노동에 대해 홍보하라 ▲감정노동으로 급박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을 마련하라 ▲공항 내 감정노동 종사자를 위해 권리보호센터를 설치하라 ▲감정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취를 취하라(피해상황 기록 장치, 법적 조치, 심리상담 지원 등) ▲고객 응대매뉴얼을 노사합의로 제작 보급하라 등이다.

이정호 서울노동권익센터 안전노동보호팀장은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40%인 840만 명 정도가 감정노동자”라며 “감정노동은 자신의 현재 상태와 무관하게 항상 친절하고 상냥하게 웃어야 하는 노동의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노동이 심화되면 스트레스, 피로가 누적돼 심할 경우 우울증을 겪게 된다”며 “노동자이면서 이용자인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공항공사도 정규직화 논의로 등한시하고 있는 감정노동에 대한 대책을 조급히 수립해야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인천공항지부는 감정노동에 따른 문제가 공항 내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온라인과 SNS를 통해 영상물과 만화 형식의 홍보물을 게시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인천공항공사에 노조의 요구안을 공문으로 발송하는 동시에, 공항 내 보안검색·경비 등의 노동자들에게 감정노동으로부터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 가입 필요성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조직해나갈 방침이다.

▲ 19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3층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즐거운 휴가길, 공항노동자를 존중 합시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내용이 담긴 기념품을 공항 이용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