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해외는?
말 많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해외는?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7.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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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사정 따라 각양각색

7,530원 vs 7,300원. 노사 양측이 각각 최종 수정안으로 제시한 금액을 놓고 표결을 벌인 결과 15표 대 12표로 노동계의 안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노사 위원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노든 사든 어느 한쪽이 불만을 표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일은 해마다 되풀이돼 왔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매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노·사·공익 각 9명의 위원이 토론을 통해 인상안을 심의·의결한 후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방식이다. 노사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할 때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는 등 중재에 나선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각 나라들은 나름의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만들고, 또 바꾸어 왔다.

한국과 비슷한 영국의 최저임금 결정구조

영국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별도의 심의기구가 최저임금액과 관련 제도의 개정을 권고하면, 정부가 이를 수용하여 담당 부처(BIS; 비즈니스 혁신 기능부) 장관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영국에서 최저임금 심의는 ‘저임금위원회’가 맡는다. 저임금위원회는 위원장(공익) 1명과 공익위원 2명, 노사 위원 각 3명 등 총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시간당 최저임금, 적용 기간과 대상, 산정 범위, 기타 장관이 자문을 구하는 사항을 검토한다.

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권고안을 마련하더라도 장관이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장관은 그 이유를 의회에 설명해야 한다. 만약 저임금위원회가 권고안 마련에 실패할 경우 장관이 독자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연방-주(州)로 나뉜 미국의 최저임금

미국의 최저임금은 1938년 제정된 공정노동기준법(Fare Labor Standard Act)에 따라 정부가 결정한다. 공정노동기준법은 최저임금 적용 범위와 대상, 위반 시 제재 등을 담고 있다.

미국 최저임금제도의 특징은 연방 최저임금과 주(州) 최저임금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각 주의 최저임금이 연방보다 낮을 경우 연방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한국의 최저임금제가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미국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공정노동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개념이다. 공정노동기준에 미달하는 상품의 경우 연방 내에서 주들 사이의 통상이 규제된다.

지난 2009년 이후 연방 최저임금이 시간당 7.25달러에서 한 차례도 오르지 않자 최저임금이 노동자와 그 가족이 생활하는 데 부족하다는 인식이 미국사회에 확산됐다. 이에 따라 주 또는 시 등 지역정부 단위로 생활임금조례가 제정되는 추세다.

전문 패널들이 결정하는 호주의 최저임금

호주의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한국의 최저임금위원회에는 노사 대표가 직접 참여하지만, 호주에서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전문 패널이 참여한다.

호주에서는 공정노동위원회의 최저임금패널이 최저임금 심의를 맡는다. 최저임금패널은 의장 1명, 전일제 패널 3명, 비전일제 패널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장은 공정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맡는데, 호주연방재판소 판사가 위원장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전일제·비전일제에 관계없이 패널의 임명 권한은 공정노동위원회에 있다. 노조와 사용자단체는 비전일제 패널을 추천한다. 전문 패널들은 매년 ‘임금리뷰’를 실시하여 이를 기초로 국가최저임금수준을 결정, 공시한다.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 공시 이전에 열리는 공청회에 참가하여 의견을 표명할 수 있으나 최종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람은 호주연방재판소 판사(공정노동위원회 위원장)다. 아울러 조정, 점검, 조사, 집행 등 네 가지 권한을 가진 ‘공정노동옴부즈맨’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있다.

지역·산업별로 다른 일본의 최저임금

일본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은 저임금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생활안정, 노동력의 질적 향상,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거의 같다. 우리나라 최저임금법 첫 머리에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있다.

하지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역별·산업별 최저임금이 따로 구분돼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 최저임금은 산업·직종에 관계없이 지역 내에서 모든 노동자에 적용된다.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각종 지표와 동향을 근거로 최저임금 기준안을 결정하여 지방최저임금심의회에 제시하면, 각 지역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사가 함께 최저임금 기준안을 논의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익위원이 제시한 금액이 기준안으로 결정된다.

이외에 산업별 최저임금은 특정 산업에 대해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을 때에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지도 어느덧 30년이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각 나라들이 사정에 맞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발전시켜 온 만큼, 도입 30년째를 맞은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도 역시 보완을 위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