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의 자존심, 부산은행을 지켜주세요
부울경의 자존심, 부산은행을 지켜주세요
  • 박송호 기자
  • 승인 2017.08.0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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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조직문화, 제왕적 경영...터질게 터졌다
[인터뷰] 박광일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위원장
ⓒ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총자산 100조, 8개의 자회사를 가진 BNK부산은행 지주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발단은 엘시티에 무리한 대출이었지만 거래처의 주식매입 등 주가조작 사건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후 전임 회장이 불구속되고 현 회장이 구속에 이르는 등 경영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는 은행업무의 특성상 전·현직 회장의 리더십과 도덕성이 빚은 문제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자면 소통과 토론을 막는 제왕적인 경영스타일과 견제·내부통제의 책임이 있는 이사회와 임원의 무능이 겹친 조직문화의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터질게 터졌다는 분위기이다.

여기에다 경영공백을 야기한 현 회장이 사임을 미루면서 외부 인사들이 정치권을 이용, 회장과 은행장에 도전하면서 그간 책임경영과 조직의 안정화를 주장해온 노동조합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은행은 이사회를 통해 회장과 행장의 겸임을 금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해 지난 7월 28일, 지주회장 공모를 마감했다. 그동안 내부통제를 못해온 부산은행의 상황을 고려해 외부인사의 투입을 주장하는 인사도 있지만 노동조합은 정치권의 줄타기를 통한 낙하산 인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일 오후 부산은행 본점 로비에 천막을 설치한 박광일 부산은행지부 위원장을 만났다.

- 당초 회장과 행장의 겸임으로 알고 있었는데?

분리한 이유를 솔직히 모르겠다. 이사회에서 원래는 겸임이었는데 갑자기 틀었다. 외압이 있다고 본다. 자리를 두 개로 만들어서 최소한 하나는 외부에서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진실은 모른다.

우리는 반대한다. 단순히 낙하산 반대가 아니다. 후보군들을 보면 문제가 많다.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이 부산은행을 사랑해서 오겠는가? 순전히 자기경력 관리와 자신만의 이해관계라고 본다.

내부든 외부든,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을 것이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외부인사룰 통해 조직혁신을 바라는 구성원도 있지만 쉽지 않다. 외부에서 와서 적응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시간을 당기려면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줄 세우기를 통해 자기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을 가질 것이다. 외풍 막는 역할을 할 거라고 하는데 그게 되겠나? 보은하랴, 자신의 투자 회수하랴... 장담컨대 사금고 될 거다.

- 그동안 이장호, 성세환 회장 등으로 이어지며 내부승진이 장점도 있겠지만 내부통제의 부재가 이번과 같은 문제를 야기한 것 아닌가?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다. 엘시티 분양과 주가조작공모 등 의사결정과정에 CEO가 책임이 있고 그것 때문에 구속 상태지만, 그것이 부산은행 자체와 구성원이 문제 있는 집단으로 매도돼서는 안 된다.

지금 부산은행의 실적과 주가를 살펴봐라. CEO 과오문제를 전체로 몰아가는 것은 비약이다. 당시 의사결정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 경영진에 있기도 하지만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 노조도 처음에 문제제기했다. 총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금은 조직안정화가 급선무이고 비자발적 인사들의 능력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사회가 서로 눈치보고 경영에 대한 견제 역할을 못한 것도 있다. 결국 노조가 나서서 제 역할 요구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우리사주를 통해 주총소집 압력을 행사하니 이사회가 바로 움직이더라.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산은행을 알고 구성원의 응집된 힘을 모아낼 조직안정화가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 외부인사보다는 내부에서 덕망 있는 사람이 조직을 추스르는 데 적합하다고 본다.

내부인사로 인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다. 장점은 이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관된 전망을 통해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오면 안착이 쉽지 않고 거기에 줄서려는 사람, 기존 사람, 아닌 사람 하면서 파벌이 생길 것이다. 거기다 행장 회장 분리를 통해서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다.

- 조직안정이 급선무라는 이야기인가?

은행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행체제 들어서고 나서 임원들의 회의문화 등 소통이 바뀌고 있다. 지주는 잘 모르겠지만 성세환 회장이 연임하면서 ‘내가 다 안다’는 사고를 가지고 밀어부쳤다. 임원들이야 자리욕심 때문에 줄서고 조직은 강압적인 문화가 되고, 회장 한마디에 일사분란한 문화, 경영진이 아무소리도 못하는 문화가 됐다. 지금은 담당임원이 자기 업무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 노조가 지속적으로 경직된 조직문화와 회장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문제제기했지만 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조의 노력이 지지부진했다. 회장 구속되고 나서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는 그동안 내부의 건전한 문제제기가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임원뿐 아니라 대행도 노조를 자주 찾아온다.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의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소통, 솔선수범 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내부인이기 때문에 조직에 애정을 가지고 뭔가를 하려는 의지가 보이고 노력이 보인다. 외부에서 온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 누가 없어지니 소통이 된다는 말은 그동안 침묵한 것 아닌가? 은행 내, 외부 다양한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장밋빛 미래만 그리기는 어렵다. 누가 돼도 문화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노동조합은 노력할 것이고 게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의 의식과 문화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지배구조에 대해 관심도 많이 생겼다. 자기 의견도 내놓고 바뀌어야할 방향에 대해서 대안도 제시한다. 과거에는 지시하면 침묵하고 따랐는데 지금은 희망을 가지고 힘을 모으면 변화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도 넓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넓어질 것이다. 그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조가 노력하는 것이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이다.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 지주회사 회장선임과 관련해 노조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의 원칙아래, 지역금융으로서 지역경제의 특수성과 역할, 이를 위한 은행발전의 방향을 중심으로 기준과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 후보들도 경쟁을 통해서 될 것이다. 노동조합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경쟁이 되도록 견제하고 감시하고 있다. 또한 경쟁과정은 은행발전을 위한 비전의 또 다른 준비과정이라고 본다. 소통, 의견조율, 조직의 방향을 맞춰가는 것이다.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이번 선임경쟁을 통해서 형성된 목소리, 비전이 정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노조가 묻는 것은 한 마디다. 지난번 지배구조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의사결정과정에서 소통부재, 즉 제왕적 지배구조, 일방적 지시, 엘시티, 증자처럼 비판도 못하는 구조, 소통이 안 된 구조가 지금의 문제를 야기한 것이다. 노조의 지적과 요구에 대해서 경영진도 공감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에 대해 노동조합은 믿음을 가지고 다시 되풀이 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 노동조합과 구성원의 의지로 조직문화 혁신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을 장치로 우리사주조합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의 4.38%를 가지고 있다. 주가를 보면 우리가 5%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할 것이다. 이사회가 CEO와 경영진을 견제해야하는데 제 구실을 못했다. 은행의 상황을 잘 아는 사외이사를 사원들이 추천하는 사람으로 정해야 한다. 노동이사가 아니더라도 구성원의 추천을 통해 주주의 정당한 권리로서, 은행의 지속적인 발전과 공공성, 지역사회의 책임성에 걸맞는 경영을 요구할 것이다.

- 앞으로 노조의 역할은?

노조의 역할은 공식적인 절차와 형식이 있다. 하지만 현실의 노사관계와 법의 구조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새로운 지배구조가 의지를 가지고 직원들에게 약속들을 지킬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가 주도해서 문화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힘들다. 노사가 힘을 모아야한다. 견제와 책임을 통해서 직원들과 함께 나갈 것이다.

더구나 씨티은행 사례, 카카오뱅크, 4차산업 혁명 등 은행산업의 미래가 굉장히 불확실하다. 이 시점에서 구성원의 의지와 에너지를 모아내기 위해서는 은행발전과 고용안정의 출발점이 소통이라는 것이다. 부산은행은 경영진의 것도 몇몇 주주의 것도 아니다. 그 막중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