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규탄하며 죽음 택한 노동자, 84일 늦은 장례식
마사회 규탄하며 죽음 택한 노동자, 84일 늦은 장례식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08.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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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관리사-마사회-조교사, 직접고용 협의체 구성…3달간 논의 진행

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필관리사들의 늦은 장례식이 오는 19일 치러진다.

지난 5월 말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를 규탄하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마필관리사 박경근 씨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지 84일, 이어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마필관리사 이현준 씨가 사망한지 18일 만이다.

지난 16일 마필관리사 노동조합과 마사회, 조교사 3자가 어린 말을 경주마로 키워내는 마필관리사의 직접고용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마사회의 책임 있는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장례를 미뤄왔던 유가족이 장례식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사망한 마필관리사가 소속된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면서, ‘말관리사 직접고용 구조개선 협의체 구성’, ‘제도개선 완료 전 우선조치사항’, ‘열사 명예회복 및 유족보상’에 대해 일괄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그동안 마필관리사가 겪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 연대 투쟁을 벌여온 한국노총 공공연맹도 노조 대표로 함께했다.

우선조치사항으로는 ▲고용안정 ▲임금 ▲노조활동 보장 ▲복리후생 ▲재발방지 ▲명예회복 및 유족보상 ▲후속조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마필관리사는 1993년 개인마주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마사회에 직접고용 됐지만, 이후 간접고용으로 전환됐다. 마주(말 주인)는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위탁하고 조교사는 다시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는 다단계 구조다.

공공운수노조는 “우선조치사항에 대한 합의는 노조활동보장 등 기본적인 내용”이라며 “앞으로 직접고용 제도개선을 위한 협의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공공연맹은 “마사회는 현재의 간접고용 형태를 선진경마시스템이라며, 왜곡된 간접고용 형태로 인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를 무시해왔다”며 “마필관리사의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환경, 고용불안, 근로조건은 마사회의 정책방향과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필관리사의 노동 없이는 마사회의 말산업 육성 사업 역시 존재할 수 없다”며 “ 더 이상의 차별과 착취가 자행되지 않도록, ‘마사회 직접 고용’을 위한 성실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석재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조직국장은 “마필관리사의 고용이나 처우 등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 협의체이 됐다”며 “경마라는 사행성 사업에는 이익단체인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등의 이권이 얽혀 있어 기존 체제를 바꾸려는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 기조를 봤을 때, 마필관리사는 상시, 필수적인 업무를 맡고 있어 마사회에 직고용돼야한다는 정당성은 분명하다”며 “이번 협의체 구성이 직고용이라는 결실을 맺어 마필관리사들이 안정적으로 고용돼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나아가 공기업인 마사회를 개혁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