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만나려던 김영주 장관, 끝내 한강 못 건넜다
노·사 만나려던 김영주 장관, 끝내 한강 못 건넜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8.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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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단체 방문 예정됐으나 돌발 취소
야당에서 황급히 찾은 탓으로 전해져

지난 14일 취임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등 노사 단체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일정을 취소했다. 취임 후 첫 노사 관계자들과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김 장관은 당초 이날 오후 3시에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노총을 찾은 후 4시에는 중구 대한상의를, 4시 50분에는 민주노총을 찾아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의 만남이 예정된 시각을 10여 분 남겨둔 무렵 국회 일정상의 이유로 “만남이 어렵다”고 통보해 왔다. 앞서 대한상의 관계자들과의 면담 일정도 같은 이유로 불발되면서 김 장관은 끝내 한강을 건너지 못하게 됐다.

한편 ‘국회 일정상의 이유’와 관련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급하게 호출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에 국회 예결위에서 정책질의에 참석한 후 한국노총으로 이동하였으나, 이후 야당으로부터 돌아오라는 호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대기 중이던 기자들에게 일정 취소를 알리며 유감을 표했다. 남 대변인은 “사정을 확인해 봤지만 당황스럽다”고 운을 뗀 뒤, “고용노동부 일정에 맞춰서 (시간을)잡았던 것이고 노·정 간의 첫 만남이라 아쉽고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과의 면담에서 민주노총 측은 노정교섭 추진에 속도를 내자는 제안과 함께 이른바 ‘노동적폐’를 청산하고, ILO 핵심협약(제87호·제98호) 비준 및 노조법 개정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려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면담이 예정된 민주노총 대회의실 앞에는 ‘기술 먹튀’에 대한 해결책과 복직을 요구하는 대만계 기업 하이디스의 해고 노동자들이 김 장관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다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앞서 만남이 예정된 4곳의 단체 중 유일하게 일정이 성사된 한국노총에서는 장관 취임을 축하하는 꽃다발 증정과 함께 덕담이 오갔다.

▲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1일 오후 한국노총을 찾아 김주영 위원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장관께서 한국노총 출신인 데다 노동계 사정을 매우 잘 알고 있어 노동 현안을 잘 풀어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통 큰 교류와 소통을 통해 노동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주 장관은 “친정에 온 느낌”이라며 “우리 사회의 노사가 서로 자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며, 작은 정부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단체협약 시정명령과 2대 행정지침 발표 등으로 노·정 갈등을 빚은 것과 달리 노사관계에 일일이 간섭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 차례 불발된 김 장관과 노사 단체의 만남이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