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윤종규 연임 위한 설문조사 조작?
KB금융, 윤종규 연임 위한 설문조사 조작?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9.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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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IP에서 4,282개 응답 쏟아졌다”
KB노협, 윤종규 회장 검찰 고발 검토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선거 개입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KB금융그룹의 노조 설문조사 조작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는 KB금융이 윤종규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는 여론 조성을 위해 노조 조합원 설문조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KB노협은 1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조사 조작 근거를 공개했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모두 1만 1,105개의 샘플 중 IP 중복으로 인한 무효응답이 4,282개나 됐다는 게 KB노협 측의 주장이다.

▲ KB노협이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문안. ⓒ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KB노협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이번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윤종규 현 회장의 연임에 찬성하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KB노협의 예상과 달리,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응답이 49,5%나 됐다. 윤 회장의 연임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9.8%였다.

이 같은 결과에 의문을 가진 KB노협 측은 시간대별 응답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설문조사 마감 직전인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17개의 IP에서 3,500여 개의 중복응답이 무더기로 쏟아졌다고 KB노협은 밝혔다. 중복응답의 절대 다수는 회장 선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며, 윤 회장의 연임에도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KB노협은 이들 중복응답을 제외한 ‘유효응답’만을 분석할 경우, 82.7%가 회장 선임 절차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81.4%는 윤 회장의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KB노협은 “(KB금융그룹이)설문조사를 마친 특정 단말기에서 인터넷 접속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는 방식으로 설문조사 무력화를 시도했다”며 “심지어 한 대의 기기에서 551회나 설문에 반복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금융그룹 측의 노조 설문조사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 성상영 기사 syseong@laborplus.co.kr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사내게시판에는 윤종규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을 비판하고 폄훼하는 내용으로 도배돼 있으며, 이 같은 여론조작은 KB금융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경 사무금융노조 KB국민카드지부장도 “KB금융그룹이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한 용비어천가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면서 “은행 노조의 선거에 개입한 것도 모자라 비윤리적 행위를 감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노협의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KB금융그룹 측은 “회사의 개입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진상규명을 위해 노사 공동조사를 노조에 요구할 예정이며, 만약 해당 의혹과 관련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내 익명게시판의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핫이슈토론방은 익명으로 자유롭게 직원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설문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KB노협은 업무방해와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