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업무직 정규직화, 혼란 가중
서울교통공사 업무직 정규직화, 혼란 가중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09.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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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정규직화 2,442명 중 60%가 교통공사
신입 일반직 “바늘구멍 공채, 박탈감 크다”

서울시가 지난 7월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한 이후 현장 노동자들 간 내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갈등이 가장 부각된 곳은 도시철도 1~8호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다.

노동존중 2단계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내년 1월 1일자로 산하 투자·출연기관 내 업무직(무기계약직) 2,452명을 일반직(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기본 방향은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는 기존 직군으로 편입하고, 이질적 업무는 별도 직군을 신설하여 해당 기관의 정원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1단계 계획에 따라 위탁·기간제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한 데 이어 정규직화를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 서울교통공사 신입 일반직 50여 명은 13일 서울시청 옆 금세기빌딩 일대에서 업무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였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현재 서울교통공사에는 1,323명(정원 1,455명)의 업무직이 전동차 정비, 구내운전,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역무지원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 정규직화 대상 인원 중 60%를 차지한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이전까지 기간제 형태나 자회사·위탁업체 소속이었다. 서울시는 이들을 직접 고용하면서 ‘업무직’이라는 명칭의 별도 직군을 신설했다. 당시 업무직으로 전환된 이들 중에는 기존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사람도 포함됐다.

잘못된 고용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서울시의 의도와 달리, 일반직 전환이 추진되면서 서울교통공사 내부는 혼란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2015·2016년 사번을 중심으로 업무직의 일반직 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8월 27일, 9월 4일에 이어 13일까지 총 세 차례의 집회를 여는 등 직접행동에 나섰다.

13일 정오 무렵 서울시청 옆 금세기빌딩 앞에서는 서울교통공사 일반직 직원 50여 명이 모여 서울시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언제는 인원을 줄여 비용을 아낀다더니 이제 와서 정규직화를 하겠다고 하느냐”며 서울시를 규탄했다. 또 업무직들을 염두에 둔 듯 “우리를 보고 밥그릇이나 챙기는 이기주의자라고 하지만, 진짜 이기주의자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한정된 일자리인 정규직을 내놓으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다소 감정 섞인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두 직군 간 차이는 없지만, 서로 다른 임금체계가 적용돼 왔다. 또 7급에서 1급까지 승진이 이루어지는 일반직과 달리, 업무직에는 직급이 따로 없다. 업무직들은 임금과 승진에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반직들은 채용 절차가 서로 달랐기 때문에 합당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서울교통공사 일반직들의 주장은 ‘완전한 정규직이 되려면 공정한 절차를 거치라’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필기시험(공통·전공) - 인성검사 및 면접 – 신체검사 – 최종합격 - 채용후보자 등록 - 결격사유 조회 – 교육·임용’의 과정으로 공개채용이 진행됐다. 자신들이 좁은 관문을 통과한 만큼 업무직들도 일반직이 되기 위해서는 공채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편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12일 저녁 청년조합원이 참여하는 내부 토론회를 열었다. 업무직과 일반직이 처음 대면한 자리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했을 뿐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현재 진행 중인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업무직의 일반직 전환 문제를 집중 협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무직-일반직 간 갈등을 메울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