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2 손기정 동상이 베를린으로 못 간 까닭은?
[연말특집]2 손기정 동상이 베를린으로 못 간 까닭은?
  • 박인희 기자
  • 승인 2006.12.06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슬픈 영웅 손기정은 부활하는가?
한국노총이 참여한 손기정 기념동상 베를린 행 차질

마라톤으로 세계를 제패했지만 승리의 월계관을 쓰고도 나라 잃은 슬픔을 삼켜야 했던 민족의 영웅 손기정. 올해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을 제패한지 7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11월 15일은 손기정 선생 서거 4주기였다. 하지만 손기정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감동과 희망에 비해 우리 사회가 손기정을 기억하고 그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노력들은 초라하다.


 


잊혀져가는 역사, 노동계가 함께 살리기
손기정기념재단은 손기정의 민족정신을 기리고 베를린 올림픽 제패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손기정 기념동상을 제작했다. 동상제작에는 한국노총이 함께 참여해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250cm 높이의 청동재질로 두 개가 제작된 이 동상의 가슴에는 그를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일장기 대신 태극기가 새겨졌다. 하나는 올 12월 말경 잠실운동장 ‘올림픽 스타의 길’의 첫 출발점에 세워질 예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독일 베를린 스타디움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독일 베를린으로 향하기로 한 기념동상은 70주년인 올해에 독일로 떠나지 못하고 국내에 머물러 있다. 동상의 제막식 비용문제로 기념동상의 독일 행은 내년으로 미루어 진 것.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손기정기념재단과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절 마라톤 대회’를 진행한 한국노총 김성태 부위원장은 “손기정 선수는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도 민족의 아픔과 자존심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민족의 자긍심을 알린 인물임에도, 손기정 선수에 대한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기념사업 또한 차질을 빚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손기정기념재단 측은 “현재 판매중인 손기정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일부를 통해 동상건립 및 제막식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기정 기념 메달은 기념동상 및 기념관 건립을 위해 쓰일 예정이며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국민은행 본점 및 전국지점에서 구입 신청을 받고 있다.



민족의 혼을 잇는 손기정 정신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이기도 한 손기정기념사업재단 이준승 사무총장은 손기정 기념 동상의 독일 건립에 대해 “단순히 현지에 동상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도 함께 전파할 수 있는 동상 제막식을 열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손기정은 지금 떠나고 없지만 한국과 세계를 이어줄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손기정기념재단은 앞으로 국민들이 손기정 선생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온라인(www.marathon1936.com)을 통해 구축할 것이고 기념관 건립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손기정 선수는 단순히 마라톤 우승자가 아닌 일본의 지배 아래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조선사회가 다시 독립할 수 있는 희망을 안겨주고 민족의 자긍심을 되살렸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손기정의 국적을 일본인 ‘SON JAPAN'이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얼마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중매체 속 일장기를 달고 입장하는 손기정의 모습을 접한 몇몇 청소년들은 그를 친일파라고 기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부재한 현실과 민족의 얼을 다음세대로 제대로 전하지 못한 우리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그리고 진정한 승리자로 기억되고 싶은 손기정 선수는 생의 마지막에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베를린 제패 70주년이며 손기정 선생 추모 4주기를 맞는 올해도 조용히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손기정은 기억되어야 할 인물이 아니라 우리가 다음세대에게 전해주어야 할 우리의 역사적인 과제이다. 그리고 이 고민에는 노동계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 한국노총
김성태 부위원장
2006 베를린행사 추진위원장 맡았던
한국노총 김성태 부위원장

“노동계도 사회적 이슈에 함께 참여해야”

손기정 선생 기념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노동운동이 노동조합주의로 기업의 정규직 중심으로 끌고 오다보니 점차 사회와 격리되고 결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기획하면서 손기정 선생의 정신을 기릴 수 있는 5.1절 마라톤 대회를 실시했다. 올해 처음 시도했지만 집회와 시위로 대표되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려고 했다. 민족의 자긍심을 떨친 손기정 선생에 대한 역사 인식 작업이 많이 부족하다. 기념동상과 마라톤 외에도 손기정 선생의 민족정신과 애국심을 기릴 수 있는 사업들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노동계의 사회적 참여가 어떤 측면에서 중요한가?
노동계의 사회적 참여를 통해 노조가 사회적인 이슈에 적극 동참하고 국민들과 공감할 수 있다.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노조원들만을 위한 노동운동이 아닌 국민 모두가 잘사는 노동운동을 지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도 사회적인 책임을 인식하고 그 역할을 담당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어떠한 사회적 참여를 추진할 생각인지?
5.1절 마라톤 대회의 반응이 좋고 어느 나라에서도 노동절에 마라톤대회를 실시하는 곳이 없다. 내년에는 더욱 확대시켜 손기정 선생의 올림픽 정신을 이어받은 국제마라톤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리고 앞으로 노동운동은 복지에 많이 중점을 둘 것이다. 말로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 사회 소외 계층인 독거노인, 실직가장의 자녀들을 돌 볼 수 있는 사회복지 재단을 내년에 출범할 계획이다. 연말 혹은 내년 초 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단위노동조합의 조합비 일부를 사회 공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장려해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