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한전KPS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우리가 지금 한전KPS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0.13 10:08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 정책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의 바로미터
[리포트]발전정비 민간개방 확대 논란

올해 5월 출범한 정부는 변화를 말한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은 한국 사회의 적폐청산을 외쳤고,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정권의 ‘경쟁을 통한 효율성 높이기’ 대신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공공성 강화’를 국정운영의 우선가치로 잡았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정부 정책으로 ▲값싼 에너지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꼽을 수 있다.

‘전력 정비’는 정부의 핵심 정책이 맞닿는 분야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한 기업이 있다. 바로 한전KPS다. 1984년 발전소의 정비 업무를 도맡아 하던 한국전력보수(주)가 두 차례 이름을 바꿔 지금의 한전KPS(주)가 되었다.

전력공급 안정화 위한 발전정비 공기업

‘발전설비 정비 기술의 전문화를 통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기여’, 한전KPS의 설립 목적이다. 한전KPS의 뿌리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액 출자해 1984년 설립한 한국전력보수(주)다. 국가의 경제성장 시기, 안정적인 전력 수급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부가 한전의 자회사로 전력정비부문을 전담하는 공기업을 만든 이유도 발전 설비 안전성과 신뢰성,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1992년 한전기공(주)으로, 2007년 한전KPS(주)로 사명을 바꿨다. 국내 48개, 해외 14개 사업소에서 5,7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화력과 원자력 발전 설비의 점검과 정비 ▲송변전설비 점검과 정비 ▲가스터빈 부품 수리 ▲원자력 핵심설비 안전성 검사 및 진단 ▲신재생에너지 사업 ▲기타 국내, 해외 발전  산업설비 O&M(운전과 정비) 등을 수행한다. 한전KPS는 꽤 잘 나가는 공기업이다. 지난 30년 동안 끊임없는 인재 육성과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정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발전 정비 산업 민간 개방 13년

한전KPS는 20년 가까이 발전정비 시장을 독점했다. 발전정비를 공기업의 영역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발전정비 시장의 점유율은 50%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확대 해온 민간 개방 정책에 따른 결과다. 정부는 1994년부터 발전정비 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2004년 한전KPS와 발전 5개사가 기술을 이전하는 민간업체 육성시기를 거쳐, 2013년부터 올해까지 한전KPS가 수의계약으로 맺던 일부 물량에 입찰제도를 적용하는 1단계 경쟁이 시작됐다. 6개 업체가 중심이 된 민간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한전KPS를 뛰어넘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민간 개방을 보다 확대하는 2단계 경쟁을 도입할 방침이다. 최근 발전 5개사가 실시한 2단계 경쟁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 한전KPS와 맺던 수의계약은 35%로 낮추고, 종합심사낙찰제를 통해 나머지 물량을 민간에 개방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발전소의 터빈과 같은 핵심 설비에 대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이 담보돼야하는 만큼 주요 6개 민간업체 중심으로, 이외에는 완전 개방하는 틀이 잡혔다.

민간 경쟁 확대 득 아닌 독?

누구를 위한 민간 경쟁 확대인가. 발전소와 발전정비 산업 현장에서는 정부의 민간 경쟁 확대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찬호 남동발전노조 위원장은 “발전소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심장”이라며 “심장을 심장 전문의에게 맡겨야지 레지던트에게 맡기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한다. 후발로 들어온 민간 업체가 수행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핵심 설비의 경우 오랜 시간 기술과 경력을 쌓아온 한전KPS를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려는 현실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지난 2016년 6월 이후 지금까지 민간업체가 제대로 정비하지 못해 한전KPS가 기술지원을 나간 횟수만 총 114건에 달한다. 발전소 내에서 한전KPS가 ‘보험’으로 통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기업들의 발목을 옭죄고 있는 ‘경영평가’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 중이다. 배 위원장은 “발전소의 경영평가에 정부의 전력정비 산업의 민간 경쟁 확대 정책에 따른 평가 요소가 있어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평가결과가 나쁘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업체에 드리운 사모펀드의 그림자

정부 주도하에 민간업체의 입지는 다졌지만 기술력 향상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설립 목적이 뚜렷한 공기업과 달리, 이윤추구가 우선인 민간업체의 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대목이다. 효율적인 발전정비 업무를 위해 도입한 경쟁체제가 되레 발전 정비산업의 공공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3년 사이 민간업체에 대한 사모펀드의 움직임도 주목해야한다. 사모펀드 칼리스타파워시너지는 국내 6개 민간정비업체 중 지난 2014년 남동발전의 정비 자회사인 한국발전기술(KEPS)을 시작으로, 지난 2016년 한국플랜트서비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올해 6월부터는 민간정비업체 3위 규모인 에이스기전에 대한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민간업체 노동자들

끊임없이 입찰을 따내야하는 민간업체 소속 발전정비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이미 오래된 문제다. 서영길 일진파워노조 위원장은 “96년 이후 세 번이나 업체를 바꿔야했다”며 “업체가 바뀔 때 마다 피인수 업체에 입맛에 따라 고용인원의 30%에 달하는 인력이 빠져 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전설비 산업이 독과점으로 운영돼 발생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경쟁을 통해 효율성과 기술력이 쌓이는 것은 없다”며 “발전소 정비는 아주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한전KPS노조 “공공성 회복 절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전KPS노조는 공개적으로 정부에 전력정비 산업의 공적기능을 강화하는 정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간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고용을 포함한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상철 한전KPS노조 위원장은 “전력정비 산업은 ‘국민 생명  안전 및 노조법에 지정된 필수공익사업”이라며 “발전 운전과 함께 공공성이 확보돼야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정비 산업의 민간 경쟁 확대 정책은 현재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전KPS 기술력 활용 방안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한전KPS의 기술력은 해외 선진제작사 수준”이라며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국가이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고 원전폐로 기술이나 신재생에너지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기업인 한전KPS의 역할은 전력산업의 주치의로 비교할 수 있다. 전력산업이 민간의 영역에 맡겨만 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면, 발전정비 역시 마찬가지다. 적어도 공공성을 우선하는 한전KP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안전하고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일에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가 놓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있어 한전KPS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